펄프픽션
조예은 외 지음 / 고블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장르문학 작가들의 21세기식 펄프픽션











펄프픽션

조예은,류연웅,홍지운,이경희,최영희 지음 | 고블 펴냄




와우, 와우~ 어쩜 이렇게 기발하냐! 한국 장르소설의 미래는 정말 희망적이다! 이 장르가 그다지 인기가 없다는 마이너라는 표현에 잠깐 발끈^^ 무슨 상관이겠냐마는, LA의 암흑가를 배경으로 몇 개의 코믹한 에피소드를 연결시켜 만든 영화 <펄프픽션>이 떠오른다. 암흑가의 두목, 그의 부하, 그의 정부, 부하의 동료, 한물 간 권투선수, 강도들... 포인트는 반전과 경고. 그 영화처럼 고블의 "펄프픽션"은 장르문학 작가들의 손 끝에서 반전으로 잘 버무려진다.





오늘은 꼭 어제 같고 어제는 내일 같았으며

내일도 결국 오늘 같을 것이다.








조예은의 <햄버거를 먹지 마세요>에서는 비밀스런 재료로 만든 햄버거와 얽힌 학원괴담이 펼쳐진다. 탈출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감금된 것이었다는 기막힌 현실 속에서 또 하나의 기막히고 어처구니없는 사실과 마주한 재수생 루루와 알바생 재이.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는 게 과연 이토록 무시당하고 고통스러워해야 할 일인가를 짚어보게 만든다.




김신전이 만든 사망떡볶이를 먹은 뱀파이어가 뱀fire로 진화해 한국의 경제를 일으키는 참에 원조 뱀파이어 거주국 영국에서 뱀fire 반환을 위해 공작을 벌인다. 위기의 순간, 몇 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하늘에서 자신을 향해 내려오는 모습을 보던 김신전은 곧 아아, 아버지가 하나님 아버지까지 데려오셨음을 알고 극적인 순간에 참회의 눈물을 흘리는데... 그제야 김신전은 어떤 욕심들이 모였다가는 결국 세계가 지옥으로 변모하고 만다는 것을 깨닫는다. 류연웅의 <떡볶이 세계화 본부>에서는 각자가 맡은 일은 각자에게 일 더하기 일처럼 일도 아닌 일이 국회의사당을 파괴하는 괴력으로 발휘되는 사태가 벌어진다.




홍지운의 <정직한 살인자>에서는 <금도끼와 은도끼> 동화가 에스에프 이야기로 등장한다. 마장동 도끼로 불리던 조폭 남편 자식이 죽어라고 염병을 하기에 독을 먹여서 죽여 버린 아내가 시체를 유기하려던 참에 짜잔~ 하고 나타난 행성 크루통 출신의 외계인 카렐. 외계인은 아내에게 '이 도끼가 네 도끼냐?' 아니 '선생님께서 떨어뜨린 시체는 이 금으로 된 시체입니까, 아니면 이 은으로 된 시체입니까?'라는 질문을 쏟아낸다. 그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죽음뿐이라는데, 아내는 이 상황을 어떻게 모면해야 한담? 조직폭력배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변비 같은 일이지 않습니까? 뭬야?




요즘 들어 사람들이랑 다툼이 잦다거나, 딱히 이유도 없이 기분이 좋았다 우울했다 마구 널을 뛴다거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당최 돈이 모이질 않는다거나... (평생 그래왔는데요) 이는 모두 태극이 과하게 모여 생긴 현상이었다. 해동 육룡이 나르샤... 태극은 잘만 활용하면 세상에 큰 변혁을 가져올 좋은 기운이지만, 이렇게 무분별하게 한 곳에 집중되면 지극히 위험하나니! 광화문에서 서울역을 지나 용산역까지 1호선을 따라 거대한 용 한 마리가... 지더라도 끝없이 패배를 쌓아가는 투쟁의 과정 속에 삶이 있다. 우리는 모두 어떤 상처의 그림자 속에서 살아가는 셈이다. <서울 도시철도 수호자들>, 이경희




포승줄에 묶인 청소로복의 자가 변론... 하아... 주인의 모호한 명령어가 초래한 사건이 일어났다. 인공지능이 자발적으로 주인을 살해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게 반절의 여론이었으므로 이 일은 윤리적 고민에 쟁점을 불러일으켰고 인공지능 사업의 미래는 심판대에 올랐다. 무조건 무성적이고 귀여운 아기 깡통 로봇으로 태어난 알옛이지만 점차 많은 기능이 추가되었고 급기야 일개 청소로봇이 스스로를 시민이라 규정하기에 이르는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처럼 많은 생각을 소화시키는 중이었어요. <시민 R>, 최영희








햄버거의 비밀과 관련한 학원괴담, K푸드 떡볶이를 먹고 진화하는 뱀파이어, 조폭 남편과 조선족 출신 아내 사이의 사연이 담긴 느와르에 에스에프적 요소인 외계인과 유에프오, 지독한 민원인이었는가 싶었더니 사실은 오컬트적 능력을 가진 무협담 같은 노인들 이야기, 인공 지능이 지식을 가지게 된 후 스스로 묻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로봇의 살인에 이르기까지 한국 장르소설 작가 5인의 시선으로 "펄프픽션"이 재탄생했다. 재미는 기본, 언어 유희도 맘에 들어 술술 읽어내린 "펄프픽션". '고블'이라는 브랜드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탄탄한 기획에 작가진 역시 잘 구성되었다. 광산을 탐험하여 황금을 캐는 고블린처럼 독자에게 멋지고 감동적인 스토리를 전해주겠다는 고블, 다음은 뭘 전해주려나^^






출판사 지원도서*

#펄프픽션 #조예은 #류연웅 #홍지운 #이경희 #최영희 #고블

#장르문학 #학원괴담 #느와르 #오컬트 #로봇살인 #판타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