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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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의 '생일'이라는 그림으로 표지를 만든 민음사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즈 사강'은 이 작품의 제목을 물음표가  아닌 점세개의 말 줄임표로 끝나야 함을 강조했다고.. 그 여류작가의 스물네 살 때 쓰여진 작품이란다. 

39살 먹은 '폴'이란 여주인공이 거울을 보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15살 연하의 '시몽' 이라는 청년의 구애에 주저하면서 또 사랑하게 되면서 겪는 여러 감정들이 '밀란 쿤데라'의 '정체성'과 약간 오버랩되기도 했다.

 녀 '폴' 에게는 평생의 후회 없이 사랑한 세 남자가 있었고 그중 세 번째 '로제'와 연애 중인데 '폴'은 그에게 집착하게 되고, 늘 기다 리는 자신의 처지를, 나이 듦과 함께 불행해 한다. 반면 '로제'는 그녀 를 사랑하지만, 아무것도 확신할 수없는 자신을 믿지 못하고 스스로의 자유에 집착하고 그걸 잃을까 두려워하며 가끔 창녀들과 가벼운 만남을 즐기고 그녀에게 말하기도 한다.

점점 소원해지는 '로제'를 기다리며 초조해하던 '폴'은 자신의 일(실내장식)과 관련해 고객의 집을 방문했다가 고객의 아들 '시몽'과 조우 하게 된다.

 지고 매력적인 외모의 소유자 '시몽'은 착하고, 친절하고, 차분한, 아름답지만 불행해 보이는 '폴'에게 한눈에 반한다. 그리고 둘의 숨 막히는 '밀당'(?)이 시작된다. '시몽'으로부터 좋은 연주회가 있어요.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라고 씌여진  '푸른 쪽지'( 속달 우편을 시적 으 로 표현한)를 받으며 그들의 사랑은 더 발전 하게 되고 한편 '로제'는 어리고, 어리석고, 뻔뻔한 여자 '메지' 와 쾌락을 즐기고 있다.

'시몽'을 받아들인 '폴'은 그를 사랑하고 그와 함께 행복한 생활을 하지만 그의 치기 어린 열정과 친절을 거북하고 불편해한다.

39세의 아름답지만 나이 든 여자 '폴'의 심리와 사랑의 덧없음에 대한 묘사에 대해 작가의 나이 가 겨우 24세 때 씌여졌다는것이 읽는 내내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밀당'이라고 우스개로 말했지만 '시몽'의 '폴'에 대한 사랑을 밀어내면서, 또는 받아들이면서의 그녀의 불편함에, 여전히 요샛말로 나쁜 남자 캐릭터인 '로제'에 대해 사랑을 둘러싼 복잡 미묘한 감정이 안타깝지만 공감이 되었다..

 국 그녀는 다시 '로제'를 받아들이고 다시 그녀의 불안과 불행(?)이 시작되는 결말을 남긴다. 어차피 늙는다는 것 앞에서는 아무리 빛났던 청춘도, 미모도, 사랑도 결국은 희미해지고 고단한 육체의 흔적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39살의 나이는 아직 젊지만 결코 젊지 만은 않은 거고 그래서 24세의 청춘 '시몽'과의 사랑은 불편한 거겠지, 한편, '시몽'의 엄마와 한때 연인이기도 했던, '로제'.. 아마도 '폴'과 '시몽'의 나이 차만 큼 이었을까 한다. 참 프랑스인의 사랑이란... 하면서 ..

'사강'이란 작가는 낭비와 알코올과 연애와 도박과 약물에 중독된 삶을 살았다 한다. '매력적인 작은 괴물'이라고 불려지기도 한 그녀는 그런 복잡한 개인사와 그녀의 작품을 분리해서는 판단이 안될 만큼 그녀의 굴곡진 삶이 그녀 문학을 압도했다고 한다.

 품 해설에 그녀의 작품은 심오한 철학도 참여의식도 이데올로기도 참신한 소재도 없고 구성은 가볍고 묘사는 감각적이며 대화는 암시적이고 문체는 유난하지 않다고, 하지만 재즈처럼 리듬감 있게 펼쳐지는 그 문장들 속에는 장치 아닌 장치들이 내재해 있고, 시점과 시제, 생각과 말이 구분 없이 뒤섞임으로써 독자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는 감성으로 매혹시킨다고 ..】

* 프랑스인들은 브람스에 흥미를 갖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프랑스에서 브람스의 연주회에 상대를 초대할 때는 반드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하고 묻는 것이 필수라고..

그녀가 이렇게 거울 앞에 앉은 것은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였으나 정작 깨달은 것은 사랑스러웠던 자신의 모습을 공격해 시나브로 죽여 온 것이 다름 아닌 시간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녀 자신은 또다시 고독 속에서 언제 올지 모르는 전화를 기다리면서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상처들을 입게 되리라. 그녀는 자신의 숙명, 이 모든 것이 피하려고 해봤자 소용없을 것 같은 그 느낌, 그녀의 삶에는 피할 수 없는 누군가가 있고 그것이 곧 로제라는 생각에 저항했다.





그녀는 한 번 더 그를 품에 안고 그의 슬픔을 받쳐주었다. 이제까지 그의 행복을 받쳐주었던 것처럼. 그녀는 자신은 결코 느낄 수 없을 듯한 아름다운 고통, 아름다운 슬픔, 그토록 격렬한 슬픔을 느끼는 그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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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 더클래식 세계문학 컬렉션 (한글판) 11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베스트트랜스 옮김 / 더클래식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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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바라는, 안 해 본 일이 없고 안 가본 곳이 없는 거친 사나이를 만난 책벌레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이야기이다. 행동하는 삶을 살지 못하는 작가가 조르바를 만나서 삼십살 가량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그 인물에 매료되고, 변화가 일어나는 이야기. 처음엔 여자를 탐닉하고, 그런 여자를 하찮게 말하는 조르바를 오해 했으나 뒤로 갈 수록 그의 사랑하는 방식, 살아가는 방식이 이해되었으며, 그를 통한 작가의 독백들이 인상적였다.

품의 해설에서 생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있고 일견 방탕해 보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순수함이 남아 있는 조르바는 ' 인간을 속박하지 않는 지상의 신'에 가깝다. '오늘을 즐겨라(카르페디엠).'를 충실하게 보여 주는 인물인 조르바는 삶에서 얻은 철학으로 책상물림인 주인공을 깨우치는 스승이자, 벗이자, 아버지이다. 라고 언급한다. 따뜻하고 멋진 남자 조르바, 진정한 자유인, 매력있는 그의 엉뚱한 행동들과 산투루라는 악기, 그리고 그가 추는 해변에서의 춤사위를 상상하며 늙음과 죽음과 그리고 신에 대해 무거운 사색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다녔어도 만나지 못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펄떡펄떡 뛰는 심장과 푸짐한 말을 쏟아내는 커다란 입과 위대한 야성의 정신을 가진 사람, 모태인 대지에서 아직 탯줄이 채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

"하지만 조르바, 당신은 아무것도 안 믿는다면서요?"

" 네 아무도 안 믿어요, 몇 번이나 말해야 알아듣는 거요? 아무도 안 믿고 아무것도 안 믿어요 오직 조르바만 믿지, 조르바가 딴 것들보다 낫다고 하는 말은 아니오, 눈곱만큼도 나을 게 없지, 그놈 역시 짐승이거든 그러나 내가 조르바를 믿는 건 내가 아는 것 중에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조르바뿐이라 그렇소, 나머지는 모두 허깨비들이지, 나는 이 눈으로 보고 이 귀로 듣고 이 내장으로 삭여 낸 것만 믿어요, 내가 죽으면 모든 게 죽는 거지, 조르바가 죽으면 세계 전부가 죽는 거요."



그런데 아주 겁나는 문제가 하나 있어서 보스한테 물어봐야겠습니다. 뭔고 하니 마음에서 생긴 겁니다. 요놈 때문에 밤이나 낮이나 마음이 불편해요, 보스, 그게 뭔지 아십니까? 바로 나이를 먹는다는 겁니다. 하늘이여, 우릴 도와주소서, 죽는다는 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깩하고 촛불도 꺼지고 뭐 그런 거 아닙니까? 하지만 늙는 건 창피한 일이란 겁니다. 나이 먹는 걸 인정하는 건 정말이지 창피한 노릇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눈치 못 채게 별짓을 다 하는 거죠, 뛰고 춤출 때는 등이 아파도 멀정한 것처럼 뛰놀고, 술 먹고 취해서 세상이 빙그르르 돌아도 주저 하지 않아요, 더워서 바닷물에 뛰어들고는 감기가 걸려 콜록콜록 기침이 나와도 꾹 삼켜 버리고 말아요

나는 인생과 맺은 계약에 시간 조항이 없다는 걸 확인하려고 가장 위험한 경사 길에서 브레이크를 풀곤 합니다. 인생이란 가파를 경사도 있고 내리막길도 있잖아요, 대부분 사람들은 브레이크를 쓰지요, 내가 어떤 놈인가 알 만한 부분입니다만, 나는 브레이크를 진즉에 버렸어요, 나는 우당탕 부딪히는 게 겁나지 않거든요 기계가 궤도를 이탈하는 걸 우리 같은 기술자들은 우당탕이라고 하죠, 내가 우당탕할까 무서워 살살 다닐까요? 나는 그저 언제나 전속력으로 달리면서 내키는 대로 삽니다 부딪쳐서 박살이 나면 뭐 어때요. 그래 봐야 손해날 게 뭐 있다고요, 없어요, 천천히 가면 거기 안 가느냐고요? 물론 갑니다 하지만 기왕 갈 거 신명 나게 가자는 거지요.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조르바가 너무 부러웠다. 내가 펜과 잉크로 배우려던 것을 그는 싸우고 죽이고 입 맞추면서 살과 피로 고스란히 살아 낸 것이었다. 내가 의자에 앉아 고독하게 풀어보려던 문제를 이 사내는 칼 한 자루를 가지고 산속 맑은 공기를 마시며 풀어 낸 것이다. 나는 비참해져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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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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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15년 만에 루드빅이라는 37세의 남성이 모라비아(민속음악과 민속예술이 이어지고 있는)라는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모종의 복수를 위한 모의를 하고 여기에 이르게 한 그의 삶을 돌이켜 보는 이야기이다. 어리석었던 풋사랑에게 엽서에 보낸 치기에 찬 질투로 인한 농담 세줄이 그에게 가져다 준 파국으로 인해 그와 얽힌 헬레나, 야로슬라브, 코스트카등의 시선이 이야기로 펼쳐진다.

회주의 체코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지식인들의 정신적 방황과 민속에 대한, 종교와 음악에 대한 견해들이 인상적이다..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된 코스트카와 루드빅의 용서와 용서 못 함의 차이. 그리고 제마넥에 대한 복수의 도구로 쓰인 헬레나의 어리석은 집착과 루드빅의 치밀함.. 그러나 그 복수는 변비약이라는 아주 우습고 싱거운 해프닝으로 끝나고 지금까지의 루드빅 삶의 전체 복수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다시  절친 야로슬라브와 함께 민속음악을 연주하며 화해로 마무리된다.

드빅이 헬레나와 불순한 의도의 외도를 하면서 혐오하는 장면과 헬레나의 착각이나 진심된 하루 정사가 너무도 슬프고 어이없고 잔인했더랬다. 루드빅이 진정 사랑했던 한 여인 루치에가 코스트카에게 마음과 함께 연 말문에서 그녀 과거와 루드빅의 잘못된 사랑, 그리고 야로슬라브의 현실에서 먼 몽상?과 그의 아내블라스타와 아들의 지극한 현실주의 사이에서의 갈등 또한 인상 깊다. 이 소설에서 루드빅에게 중요한 존재, 루치에와 자마넥, 특히 자마넥의 관점은 다루어지지 않았음이 또 매력이겠다. 지적 오만으로 가득 차고 가벼운 농담을 즐겨하던 루드빅.. 밀란 쿤데라와의 세번째 만남은 농담이었다.언제나 매력 있는 작가, 매력있는 캐릭터들이다.

모든 것은, 나는 바보 같은 농담이나 즐기는 치명적 성향을 지니고 있고, 마르케타는 농담을 절대 이해 못하는 치명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르게타는 모든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여자였고(그런 면에서 그 시대의 정신과 놀랍도록 일치하고 있었다.) 무엇이든 잘 믿어버리는 능력을 갓난아기 때 벌써 최고의 장점으로 요정에게서 선사받은 그런 여자들 가운데 하나였다. 나는 그녀가 너무 단순한 여자였던 것 같다는 식으로 미화해서 완곡하게 말하고 싶지 않다. 그녀는 그만하면 웬만큼 재능도 있었고 총명한 데도 있었으며, 게다가(열아홉 살이었으니) 너무도 젊고 또 너무도 예뻐서 그렇게 순진하게 뭘 잘 믿는 성격은 결점이라기보다는 매력에 속하는 것이었다.

모든 시대의 스무 살짜리 남자들과 똑같이 바보 같은 방식으로 그녀를 제압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가면을 쓰기도 했고,(정신적으로, 그리고 경험들을 동원하여) 더 나이가 든 척해 보기도 하고, 모든 것들과 거리를 두는 척,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 보는 척했으며, 내 살갗 아래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방탄도 되는 제2의 살갗이 있는 듯이 굴었다. 농담이 그런 거리를 분명하게 표현해 주는 것 같았다.(옳은 생각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평소에는 농담하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마르게타하고는 특별히 아주 열심히 인위적으로 꾸며서 농담을 하게 되곤 했다.

육체적 사랑이 영혼의 사랑과 한데 섞이는 일은 지극히 드문 일이다. 한 육체가 (아득한 옛날부터의, 보편적이고 변하지 않는 그 움직임으로) 다른 육체와 결합하는 동안 영혼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영혼이 만들어내는 ---그렇게 해서 육체적 삶의 단조로움에 대한 자신의 우월성을 확실하게 하면서 --그 온갖 생각들이라니!

침이든 말이든 보란 듯이 아무 데나 뱉어대는 긴 머리의 이 얼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미숙한 나이에 대한 재 오랜 증오가 다시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졌고, 멍청하기 짝이 없는 사내다움과 오만하게 보이는 거칠음을 나타낸다고 생각되는 가면을 씌워놓은 배우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가면 아래 그래도 다른 <보다 인간적인> 얼굴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끔찍한 것은 바로 가면을 쓴 얼굴들이 그 가면의 야만성과 저속성에 미친 듯이 몰두해 있다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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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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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 요나손은 시종일관 어찌 이리 유쾌한 상상력과 유쾌한 어휘로 이런 장편소설을 이끌어 가는지..평소 그의 사고방식이 매우 궁금해졌다.

 1905년생 알란 칼손이라는 주인공이 100세가 되는 생일날 양로원 창문을 통해 도망치면서 겪는 아주 황당하고 엄청 재미있는 에피소드- 버스에 도사견과 아시아 코끼리 그리고 엮인 사람들을 끌고 피신다니는-와 그의 출생부터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에 우연히 엮이게 되면서 폭약 전문가로서의 그의 활약 등이 별개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쾌함과 우연과 우연 같은 필연들, 그렇게 우연히 엮였지만,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수많은 등장인물들, 그리고 작가 특유의 화끈하고 두리뭉실한듯하지만 너무도 치밀한 전개와 함축미에  매료되어 연신 키득거리며 읽었다. 책 넘김이 쉬운 책이다.

 

요나스 요나손은 스웨덴의 신예작가로 곧 신작이 나온다고 한다. 기대 만땅이다.

알란 칼손이 100년을 넘게 사는 인생 이야기에 엄청난 등장인물과 여러 나라의 역사상 사건 그리고 주요인물들이 나오므로 장편을 읽는 동안 가닥을 놓치기도 하는데 '복습해 보는 알란의 100년 연보'편이 책의 맨 뒷장에 있어서 엄청 도움이 된다.

 

 

 

 

인생이라는 긴 여행은 참으로 흥미진진했지만, 이 세상의 그 무엇도 -어쩌면 인간의 어리석음은 예외일 수 있겠지만- 영원할 수 없는 법이다.

세상만사는 그 자체일 뿐이고, 앞으로도 무슨 일이 일어나든 그 자체일 뿐이란다.

이제는 인생이 지겨워졌다. 왜냐하면 인생이 그를 지겨워하고 있는 것 같았으므로, 그리고 그는 남이 싫다는데 굳이 자신을 강요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이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의 솜씨가 얼마나 능란하고도 능청스러운지 독자는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꼬부랑 노인의 비척거리는 발걸음을 정신없이 따라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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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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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원평이란 이름, 중화권 작가인 줄로 알았 더랬 음ᆢ 주인공 '선 윤재'는 태어날 때부터 편도체의 크기가 작아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다. 편도체의 크기나 모양이 아몬드 같아서 그것을 아몬드라 부르며 '윤재'의 엄마는 실제로 아이에게 아몬드를 먹게 한다.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도움이 될까 해서.. 그리고 감정이란 걸 교육하려고 한다.

마와 할머니의 사랑 속에서 좀 특별한 아이 지만, 무감정한 아이로서 그 가족을 바라보는 표현이 재미있게 서술된다. 이 소설의 소재는 끔찍한 스토리 세 개 사이로 이어진다. 흔하진 않지만, 매스컴에서만나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그러나 가까이 있기도 한 극악무도한 범죄들ᆢ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남은 사람들의 삶ᆢ

'윤재'의 엄마가, '윤재'의 할머니가, 그리고 '윤재'가, '심 박사'가, '곤이의 아빠'가, '곤이의 엄마'가, '곤이'가ᆢ

작가는, 예측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가는 예측 외의 스토리로 전개해 나가는, 여러 장치를 한다. 그런 반전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은은하게 들었다 놨다 한달까?

는 가끔 내 감정의 무게가 벅찰 때가 많다.

그것이 말랑할수록 상처를 많이 받게 되니깐ᆢ

그래서 쎄지고 싶어 하는 '곤이'의 몸부림이 이해가 돼서 더 안타까웠고, 그래서 '윤재'의 반응 없음, 표정 없음이 신기하기도, 조금은 부럽기도 했다.ㅎㅎ

어마어마한 사건을 겪고

감정을 얻게 된 '윤재'의 재회 장면에서 왈칵 눈물이 났다. '감정이 너무 풍부한 나는.. 책을 읽다가 울기를, 올해 몇 번째인지' ᆢ

읽는 내내 이 소년이 짠했나 보다.

결말 부분은 희극이었을까 비극이었을까

안도의 숨과 안타까움의 숨이 동시에 일었다.

작가는 도입 부분과 후기에 이렇게 언급한다

사실 어떤 이야기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는 당신도 나도 누구도, 영원히 말할 수없는 일이다. 그렇게 딱 나누는 것 따윈 애초에 불가능한 건지도 모른다. 삶은 여러 맛을 지닌 채 그저 흘러간다.

작품은 휴머니즘이다. 호기심에서 시작해서 잔인했다가 따뜻했다가, 작가는 실제로 아이를 출산해서는 낯설고 서먹하기까지 한 존재를 보면서 부모로서의 책임과 가정을 벗어나서의 사회적인 삶 역시 중요하다고 여기며, 사회에 대한 책임도 느낀 것 같다. 나 하나 잘 키운다 해도 상처받은 사람들의 묻지 마 범죄를 보며 나도 한때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죽어가는 '윤재'가 '곤이'에게 한말,,

네가 상처 입힌 사람들에게 사과해. 진심으로. 네가 날개를 찢은 나비나 모르고 밟은 벌레들에게도.

찍한 사건도 감정 없는 소년의 시선으로, 오히려 그 표현에 매료되어 불편하지가 않다.

스포가 되고 싶진 않은데

주인공이 죽는 소설인 줄 알고 놀랐더랬다ᄏᄏ

청소년 소설이라 하는데

성장소설이며

여행 중에 놓기 싫었던 꽤 괜찮은 우리나라 여류작가의 발견이다.

나주행 KTX를 타고 가며

 

 

그렇게 엄마의 사랑이 완전히 끝맺어지는 그 순간에

철없는 사랑이 가르쳐다 준 불청객인 나는, 철저히 잊히고 있었다.

그래서. 강해질 거야. 내가 살아온 인생답게. 나한테 제일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이기고 싶어. 상처받는 걸

멈출 수 없다면 차라리 상처를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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