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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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15년 만에 루드빅이라는 37세의 남성이 모라비아(민속음악과 민속예술이 이어지고 있는)라는 고향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모종의 복수를 위한 모의를 하고 여기에 이르게 한 그의 삶을 돌이켜 보는 이야기이다. 어리석었던 풋사랑에게 엽서에 보낸 치기에 찬 질투로 인한 농담 세줄이 그에게 가져다 준 파국으로 인해 그와 얽힌 헬레나, 야로슬라브, 코스트카등의 시선이 이야기로 펼쳐진다.

회주의 체코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지식인들의 정신적 방황과 민속에 대한, 종교와 음악에 대한 견해들이 인상적이다..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된 코스트카와 루드빅의 용서와 용서 못 함의 차이. 그리고 제마넥에 대한 복수의 도구로 쓰인 헬레나의 어리석은 집착과 루드빅의 치밀함.. 그러나 그 복수는 변비약이라는 아주 우습고 싱거운 해프닝으로 끝나고 지금까지의 루드빅 삶의 전체 복수에 대한 깊은 성찰이 다시  절친 야로슬라브와 함께 민속음악을 연주하며 화해로 마무리된다.

드빅이 헬레나와 불순한 의도의 외도를 하면서 혐오하는 장면과 헬레나의 착각이나 진심된 하루 정사가 너무도 슬프고 어이없고 잔인했더랬다. 루드빅이 진정 사랑했던 한 여인 루치에가 코스트카에게 마음과 함께 연 말문에서 그녀 과거와 루드빅의 잘못된 사랑, 그리고 야로슬라브의 현실에서 먼 몽상?과 그의 아내블라스타와 아들의 지극한 현실주의 사이에서의 갈등 또한 인상 깊다. 이 소설에서 루드빅에게 중요한 존재, 루치에와 자마넥, 특히 자마넥의 관점은 다루어지지 않았음이 또 매력이겠다. 지적 오만으로 가득 차고 가벼운 농담을 즐겨하던 루드빅.. 밀란 쿤데라와의 세번째 만남은 농담이었다.언제나 매력 있는 작가, 매력있는 캐릭터들이다.

모든 것은, 나는 바보 같은 농담이나 즐기는 치명적 성향을 지니고 있고, 마르케타는 농담을 절대 이해 못하는 치명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르게타는 모든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여자였고(그런 면에서 그 시대의 정신과 놀랍도록 일치하고 있었다.) 무엇이든 잘 믿어버리는 능력을 갓난아기 때 벌써 최고의 장점으로 요정에게서 선사받은 그런 여자들 가운데 하나였다. 나는 그녀가 너무 단순한 여자였던 것 같다는 식으로 미화해서 완곡하게 말하고 싶지 않다. 그녀는 그만하면 웬만큼 재능도 있었고 총명한 데도 있었으며, 게다가(열아홉 살이었으니) 너무도 젊고 또 너무도 예뻐서 그렇게 순진하게 뭘 잘 믿는 성격은 결점이라기보다는 매력에 속하는 것이었다.

모든 시대의 스무 살짜리 남자들과 똑같이 바보 같은 방식으로 그녀를 제압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가면을 쓰기도 했고,(정신적으로, 그리고 경험들을 동원하여) 더 나이가 든 척해 보기도 하고, 모든 것들과 거리를 두는 척,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 보는 척했으며, 내 살갗 아래에는 눈에 보이지도 않고 방탄도 되는 제2의 살갗이 있는 듯이 굴었다. 농담이 그런 거리를 분명하게 표현해 주는 것 같았다.(옳은 생각이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평소에는 농담하기를 좋아하긴 했지만, 마르게타하고는 특별히 아주 열심히 인위적으로 꾸며서 농담을 하게 되곤 했다.

육체적 사랑이 영혼의 사랑과 한데 섞이는 일은 지극히 드문 일이다. 한 육체가 (아득한 옛날부터의, 보편적이고 변하지 않는 그 움직임으로) 다른 육체와 결합하는 동안 영혼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동안 영혼이 만들어내는 ---그렇게 해서 육체적 삶의 단조로움에 대한 자신의 우월성을 확실하게 하면서 --그 온갖 생각들이라니!

침이든 말이든 보란 듯이 아무 데나 뱉어대는 긴 머리의 이 얼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미숙한 나이에 대한 재 오랜 증오가 다시 솟아오르는 것이 느껴졌고, 멍청하기 짝이 없는 사내다움과 오만하게 보이는 거칠음을 나타낸다고 생각되는 가면을 씌워놓은 배우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가면 아래 그래도 다른 <보다 인간적인> 얼굴이 숨겨져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끔찍한 것은 바로 가면을 쓴 얼굴들이 그 가면의 야만성과 저속성에 미친 듯이 몰두해 있다는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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