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의 탄생 - 대한민국 제1호 예술경영 CEO의 자전적 에세이
이종덕 지음 / 도서출판 숲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홍길동 탄생 **주년 기념' 공연이나 출판물들의 부제는 적지 않지만 '  ~의 탄생'이란 말을 쉽게 쓸 수 있는 책이 많지 않다. ('홍길동'이라 한 것은 아무 이름이나 인명을 특정해서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를 들은 바가 있어서다. 가령 '*철수'이름도 철수와 영희를 교과서에서 보았듯 막 사용해도 될 것 같은데, 실제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 법적으로 '걸면 걸리는' 것이 현재의 법현실이란다) 

1872년 출간된 독일의 사상가 니체(Friedrich Wilhelm Nietzsche)의 첫 저작 이름은 <비극의 탄생>이다. 한국미술사학계의 원로로서 생의 막바지에 중요한 결실을 이뤄내고 있는 강우방 선생의 역작 이름은 <한국미술의 탄생>(2007년)이다. 선언적이며 과격한 언사로도 주모를 받았던 니체의 책 이름답다. 그런데, 후자 강우방 선생의 책 제목은, 반어법적인 해석의 여지를 안고 있어, 그가 개척한 '조형해석학(일명 靈氣論)'의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오만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제호다. 기존의 틀이 잘못되었음을 전제로 가능한 제호이기 때문이다.

 

이종덕의 자전적 에세이 <공연의 탄생>의 경우, 제호가 가진 의미를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책을 쓴 필자의 인생, 필자의 삶이 대한민국 공연의 역사에서 어느 정도의 무게를 가진 것인지 짐작하게 한다. 2014년 기준으로 나이 80세. 이종덕 선생은 지금도 현역 예술공연장 CEO다. 하도 이름이 많이 바뀌어 좀 그렇지만-문광부이다가 문체부이다가 정권마다 오락가락하는 부처의 이름이라- 문공부의 주사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훗날에 준 공무원 신분으로도 의 우리나라 주요 공연장의 CEO로, 예술공연계의 개혁의 전도사 역할을 해온 사람이다. 그의 공연예술인생 50년을 담은 책이 <공연의 탄생>이다.

(그리스비극전집, 희극전집, 최근의 <메난드로스 희극> 등 연극의 역사를 한눈에 살피는 원전번역서를 낸 출판사, 뮤지컬 관련 전문서들을 펴낸 숲 출판사에서 나올만한 책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그러므로, <공연의 탄생>은 '대한민국 공연의 탄생'이 실제 내용상의 제호라고 할 것이고, 이런 정리를 이해하면 이 책의 가치를 간파할 수 있다. 공연예술 CEO라고 하지만, 우리나의 공연예술의 역사, 그 시작이 얼마나 미미했고, 오늘날 얼마나 '창대'해졌는지, 성경 말씀 한 구절이 이 책을 읽는 동안 아른거렸다. 그렇고 그런 자서전 류의 형식을 벗어났다. 80세에도 현직 공연장 CEO(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 사장)을 맡고 있는 기획력이 돋보인다. 그는 지금도 끊임없이 공연아이템을 제시하고, 실현을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을 것이다.  

 

작년 12월에는 반세기 이상 대한민국의 '문화 아이콘'으로 살고 있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의 팔순잔치를 겸한 출판기념회(<생명이 자본이다>)가 호암아트홀에서 열렸다. 이듬해인 2014년 1월 21일에는 중구문화재단 충무아트홀 이종덕 사장의 <공연의 탄생>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팔순 잔치를 겸한 행사로 자신이 한때 CEO였던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이었다. 연극, 뮤지컬, 무용, 클래식, 영화계 '별'들을 한자리에 불러모을 수 있는 사람의 출판기념회였다. 한 달 사이 진행된 두 원로들의 출판기념회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0세 시대를 얘기하는 지금, 청춘은 60부터라는 말이 나온지는 오래 되었지만 그것은 '바람'이었지 '현실'은 아니었다. 공연예술계의 무대 위에 서거나 그 무대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은 전공 분야의 노장으로부터 노하우를 얻기 위해, 노년의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은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잡기 위해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 

 

인생은 무대고, 무대는 그에게는 인생이다. '인생이 나그네 길'인 것도 맞고, 인생은 한 편의 연극 무대와도 같은 것이다. 대한민국 공연의 탄생과 오늘 대한민국 공연의 현주소를 파악하는데 이만한 책이 또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관련 분야의 길 위에서 선 이들은 그가 자신의 또렷한 이정표임확인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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