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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와 묵자, 자유를 찾고 평화를 넓히다 - 무유의 세계를 대표하는 두 거장의 이야기 ㅣ 시대와 거울 포개어 읽는 동양 고전 3
신정근 지음 / 사람의무늬 / 2015년 12월
평점 :
과거에는 논어라는 책을 보면 한자가 많아서 해설서가 없으면 읽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걸렸는데, 직장인으로서 짬이 나질 않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산을 넘어야 실력이 일취월장 되겠지만, 높은 산을 쳐다만 보고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해설서가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책도 노자와 묵자의 사상에 관해 친절한 설명과 사진, 그림이 곁들여져 있어 일반인들이 맛을 보고 음미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에서 동양철학과 예술철학을 강의하는 신정근 박사다. “마흔, 논어를 읽어야할 시간” 등 다수 전문적인 저술을 하고 있고, 과거 “맹자와 장자, 희망을 세우고 변신을 꿈꾸다”란 책을 읽은 적이 있어 이 책에 대해서도 기대가 있었다.
제목처럼 이 책은 노자와 묵자와 관한 이야기다. 목차에서도 반씩 할애하고 있으며 노자의 특징을 “자유를 찾다”, 묵자는 “평화를 넓히다”라고 하여 핵심을 찌른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자백가 중 다수의 사상가가 있는데 노자는 도가사상으로 유명하지만 묵자는 그리 알려져 있지는 않다. 노자와 묵자는 유와 무의 세계를 대표하는 지성인이다. 간단히 말하면, 노자는 유에서 무로, 묵자는 무에서 유로 넘어간다고 할까.
노자의 대표적인 사상은 무위 또는 무위자연이다. 그래서 금기가 많아질수록 백성이 더욱 가난해진다고 보았다. 여기서 무위자연은 방치가 아니라 외부의 힘없이 자체의 힘으로 끊임없이 생성을 자발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을 말한다. 신년에 계획을 세우는데 노자는 아마도 왜 계획을 세우는지 따져보지 않을까.
노자는 “세상의 만물은 모두 유에서 생기고 또 유는 무에서 생겨난다”라고 했는데 이는 세상만물이 각양각색으로 다르나 결국 일정한 꼴을 지니고 있어 유에 바탕을 두고 있고, 그 유는 여백의 무에 바탕을 두고 있다.
노자는 두가지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뛰어남과 지혜, 사랑과 정의, 교묘함과 이익처럼 모든 사람이 따라야할 가치나 나아가야할 방향을 내걸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생기게 되면 사람들은 그쪽으로 가지 않으면서 가는 척하게 되고 바라지 않으면서 바라는 듯 속이기 때문이라 한다. 둘째, 따스함, 소박함 그리고 앞서려고 까불지 않는 자세의 세가지 보물, 즉 삼보이다. 삼보는 시대가 요구하는 날카로움, 화려함 그리고 뒤처지지 않으려는 악착스러운 자세와 대비된다. 이러한 노자의 두가지 길은 현시대와는 완전히 동떨어진 이야기로 보인다. 노자는 규칙을 내세우는 시대가 사람을 점점 기계로 만들고 사람은 규칙 앞에 벌벌 떠는 좀생원으로 변해가는 현상을 보았는데, 오늘날 사람들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까.
노자와 다르게 묵자는 다분히 현실참여자 같다. 묵자는 공자를 비롯한 유자에 대해 다양한 비판을 하는데, 책임 있는 사람이라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지식과 지혜를 짜내서 공동체의 복지를 증진시켜야 하면서 유자들의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묵자는 공자의 인에 대해서도 비판적인데 공자의 사랑을 차별적인 사랑이라며 ‘별애’라고 부르고 자신의 사랑을 무차별적인 사랑이라며 ‘겸애’라고 불러 차이점을 뚜렷히 했다.
묵자 사상의 또다른 특징은 강한 실천정신이다. 내가 남의 일에 책임이 없다고 해서 어디까지 침묵할 수 있을까? 묵자는 아프기는 하지만 어찌 할 수 없다라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전쟁에 관하여 묵자는 전쟁이 일어나는 원인을 제거해서 전쟁이 아예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했다.
이 책이 흥미롭고 이해하기 쉬운 점은 다양한 현대의 사례를 들어 노자와 묵자의 사상을 설명하고자 하는데 있다. 이 과정에서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가 반영될 수 있지만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논리를 전개한다는 점에서 노자와 묵자라는 산을 오르기에는 안성맞춤인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