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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 허리 - 허리 보증 기간을 100년으로 늘리는 방법
정선근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운동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걷는 시간(하루 2시간)을 고려하면 최소한 운동부족으로 병에 걸리지는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마흔이 넘는 순간 허리가 안좋음을 깨닫고 정형외과에 진찰을 받아보니 허리디스크라고 한다. X레이에서도 식별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한다. 문제는 그 당시 살인적인 회사일로 하루 11시간 이상 앉아서 일해야했고 주말에도 출근해야 했다. 허리에서 쓰라림을 느꼈는데 정형외과에 가면 초음파 치료 등을 받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고 비수기에 이르자 운동을 하기 시작했고 허리통증이 있었지만 심하지 않아서 운동을 평상시 보다 많이 했다. 그런데 극기야 왼쪽 다리전체가 마비증세가 오기 시작했다. 겁이 나서 동네 대형척추병원에 갔더니만 MRI를 찍고 고주파시술을 받아야 한다면 재촉하기 시작했다. 이때 아내가 EBS 명의 프로에 나온 분을 추천하여 그 분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수개월에 걸쳐 치료를 받았다. 2주에 한번 병원가서 주사맞고 최소 30분이상 걷기 연습(다소 특이한 자세)을 받았다. 2013년 여름이후 더 이상 허리 때문에 병원을 가지 않고 있고 벌써 몇 년이 흘렀다. 그 때 그 원장님 말씀이 생각난다. “디스크가 오래되면 말라버리니까 통증만 없으면 된다. (가르쳐준 자세로) 걷기 연습 잘하고 녹색채소 많이 먹으라”
이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앞에서 언급한 그 원장님의 말씀과 일치하는 내용이었다. 물론 저자는 서울대 의대 교수로 계신 분으로 앞 원장님과 다른 분이지만, 많은 정형외과 의사와 다르게 허리디스크에 관하여 솔직한 말씀을 하고 계신다. 책 표지에도 “98%의 요통은 수술없이 완치될 수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절대 틀린 말이 아니다. 일본 고모리 박사의 1996년 연구에 의하면 탈출된 디스크가 저절로 줄어들게 되었고 스웨덴 키엘 올마르케르 박사 등 다수 실험에 의해 디스크 탈출로 인한 좌골신경통은 가만히 두어도 6개월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는 것이다. 디스크 속의 수핵이 탈출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디스크 자체가 손상되고 탈출된 수핵이 신경뿌리에 묻어 신경뿌리 염증이 생기며 수핵덩어리가 신경뿌리를 압박하게 된다. 즉 디스크 손상, 신경뿌리 염증, 신경뿌리 압박이 디스크 탈출의 근본적인 문제였는데, 디스크를 손상시키지 않고 자연치유되도록 하는 것이 디스크를 아물게 하는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특히 좋은 자세와 좋은 운동이 자연 치유에서 가장 중요하다. 다만 통증이 너무 심하면 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 주사를 쓸 수 있다고 한다.
나의 경우 운동을 하면서 허리통증이 심해지고 마비증세가 나타났는데, 자세와 운동이 좋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루 11시간 앉아서 일하면서 화장실도 안가고 꾸부정하게 앉아 있었으며 운동할 때에도 배에 힘을 주면서 해야 하는데 그냥 아무생각없이 한 것 같다.
이 책에서 분량의 반 이상을 이러한 자세와 운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저자가 매우 양심적인 의사라고 본다. 많은 병원에서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시술을 권장하기만 하고 바른 자세와 운동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고 그래서 재발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야근을 많이 하는 사람은 인체공학적인 의자를 사용하거나 허리받칠 쿠션을 이용해야 하며 평상시 꼿꼿한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좌식문화가 안좋은데 명절 때 오랜 시간 화투를 치는 경우가 치명적이 될 수 있다. 디스크 발병전에 사무실에 꾸부정하게 앉아 있을 때가 생각난다. 지나가던 전무님이 젊은 사람이 꾸부정하게 앉아있냐고 훈계를 하셨는데, 의자에 앉아 있든 맨바닥에 앉아 있던간에 꼿꼿한 자세가 필수적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사진을 통해 바른 자세와 운동법을 배울 수 있다.
요즘 어느 곳을 가도 척추병원, 정형외과가 범람하고 있는데 증상은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내가 치료받았던 병원에도 다른 병원에서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오는 환자가 많았다. 많은 병원들이 영리를 위해 진실은 작게, 대충 말하고 돈벌만한 이야기는 유혹하듯 말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책에서의 저자의 허리통증에 대한 논리와 바른 자세 및 운동에 대한 강조는 많은 환자들에게 해결책을 줄 수 있는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진실을 알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