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의전 생활 - 제가 모시겠습니다
정지혜 지음 / 하움출판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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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니 의전이라는 용어를 많이 듣는 편이다. 상사를 모시거나, 또는 외부 손님을 맞이해야 할 경우 지켜야 할 의전. 그런데 우리는 의전에 대해 얼마나 자세히 알고 있을까. 차를 탈 때 조수석 뒷자리가 상석이라는 정도. 그 외에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저자는 현장에서 20여 년간 다양한 사례를 경험하고 자신 만의 의전 철학을 정립했다. 그리고 의전의 기본 근간이 되는 5R을 책에 담았다. 즉 이 책은 기품을 유지하되, 부드러운 태도를 잃지 않고, 무엇보다 상대를 진심으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행사의 격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다.

책은 크게 6개의 챕터로 구성되는데, 우선 의전의 개념과 정의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존중(Respect), 질서와 조화(Rank), 호혜(Reciprocity), 오른쪽의 약속(Right), 정성(Reflection) 순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의전은 딱딱한 규범이나 격식을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 중요한 것은 존중과 배려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즉 불편한 형식이 아니라 관계의 신뢰를 담보하는 오프닝인 셈이다.

현장에서 바로 적용해도 좋은 내용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내용을 꼽자면

현장에 없는 즉석 카페라테를 만들어 귀빈을 대접함으로써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시킨 사례는 무척 인상적이다. 상대를 향한 존중이 순발력을 이끌어 낸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이 역시 수 많은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사회적 지위와 권력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을 존중해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보는지 확인하려 한 사례는 상호 존중의 결여를 절실히 보여준다. 상대의 자존감을 건드리지 않는 언어적 기술의 부족함은 너무 안타까울 뿐이였다.

오른쪽이라는 공간이 지닌 중요성은 굉장했다. 차량 의전은 물론, 많은 경우에 오른쪽은 중요한 상징을 지닌다. 객석에서 무대를 바라 보았을 때 오른쪽이 전통적으로 상석을 의미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시상자를 어디에 모셔야 하는지 고민되었는데, 이 챕터에서 정답을 얻을 수 있었다. 의전 전문가가 반드시 알아야할 무대용어, 마크, 인이어, 백스테이지 등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울러, 이 모든 것은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는 것도 추가로 이해하게 된다. 오른쪽이 상석이라도 문화나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상대가 대접받고 싶어 하는 방식인지, 그 나라의 역사와 관습 속에서 이 순위가 타당한지, 상대의 문화적 금기를 건드리고 있지 않은지 끊임 없이 질문하며 상황에 따라 반영해야 한다. 원칙을 무조건 강조하는 것은 유연성이 떨어지는 행위다.

마지막으로 실적에서 사용하면 좋을 의전 체크 리스트는 보물과 같은 내용이다. 20년의 내공이 쌓인,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내용이기에 가지고 있다고, 필요할 때 마다 활용하면 무척 좋을 내용들이다. 의전은 타인을 높이는 행위인 동시에, 그를 대우하는 나 자신의 격을 증명하는 가장 고귀한 의식이라는 저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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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녹이기
김서해 지음 / 슬로우리드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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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설은 묘한 재미를 감추고 있다. 타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으면서도, 작가의 이야기를 때로는 누군가 이야기를 마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서해의 소설 얼음 녹이기도 그런 문학의 본질적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한다.

책의 주인공 유성은 학교에서 진행하는 창작연극워크숍 준비를 위해 퀴어 소설을 쓰는 작가의 책을 읽어나간다. 그 과정에서 소설 속 문장들은 주인공 자신의 삶과 교차하고, 책을 써 내려가는 작가의 존재와도 기묘하게 겹쳐진다. 독서는 단순히 글자를 읽는 행위를 넘어 현실과 타인의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가 된다.

수현과 유성이 나누는 얼음에 관한 대화가 기억에 남는다. 수현은 얼음에 열을 가해 물이 되었을 때, 본질적으로 얼음과 물은 같은 성질이기에 그 변화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냉소적으로 말한다. 형태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그대로라는 회의적인 시선이다. 반면 유성은 물 또한 물 자체로서 고유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므로 아무런 가치가 없다는 수현의 말은 틀렸다고 반박한다. 상태의 변화 속에서 새로이 생겨나는 존재의 가치를 인정하는 태도다. 이들의 이견은 단순한 물리 법칙에 대한 논쟁이 아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이자, 무언가 변화하고 남겨진 것에 대해 부여하는 가치 기준의 차이에서 비롯된 성찰이다.

이야기가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감정의 밀도는 더욱 촘촘해진다. 유성은 자신의 마음을 보일 듯 말 듯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수현은 그 마음을 분명히 감지하면서도 애써 모른 척 에둘러 쳐낸다. 둘 사이에 흐르는 기류는 노골적인 밀고 당기기가 아니라, 상처받지 않으려는 이들의 아슬아슬한 감정의 줄타기에 가깝다.

긴장감 속에서 어떤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게 되지만, 끝내 예상했던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일어나지 않은 그 결과조차도 어쩌면 그들이 의도하고 선택한 침묵의 형태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유성의 주변을 맴도는 태영과 아영이라는 인물이 더해지며 관계의 스펙트럼은 더욱 넓어진다.

이 소설은 단순히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는다. 퀴어라는 단어가 내포한 경계의 모호함과 특별함을 넘어서,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애써 드러내지 않고 숨겨두는 관계의 이면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타인을 사랑한다는 것의 조건이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가 맺는 관계들이 어떤 흔적을 남기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얼음녹이기 #김서해 #슬로우리드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퀴어소설 #한국소설 #관계의본질 #문학평론 #성장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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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피벗 - AI 시대, 개인과 기업의 생존 공식을 바꾸는 법
최연성 지음 / 터닝페이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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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AI의 등장과 관련하여 기술의 발전, 직업의 변화, 비즈니스의 다양화 등을 거론한 책이 많이 출간되고 있다. 저자는 AI 시대 커리어 전략과 조직 혁신 분야의 전문가이다. 글로벌 기업과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축적했기에 이 책에서 펼치는 그의 메시지는 독특한 면이 있다.

AI와 공존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느 영역에 집중해야 하는가. AI의 특징은 루틴한 업무의 반복화, 자동화에 있다. 따라서 우리는 비루틴한 영역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다만 비루틴한 문제는 단일 분야의 지식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에 저자는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연결점을 찾고, 변화하는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책명에서도 소개한 '피벗'이 무엇인지에 대해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피벗은 농구 용어로 한 발을 축으로 고정한 채, 다른 발을 움직여 방향을 전환하는 기술이다. 이것을 응용하자면, 자신의 핵심역량은 단단히 박아두고, 전략과 적용 분야를 유연하게 바꾸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의 강점에 새로운 층을 지속적으로 더하는 것, 자신이 가진 것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리고, 피벗을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기 위한 내용을 14개의 챕터로 구성하였다. 피벗이란 무엇인지 정의와 본질부터 시작하여 나는 어떻게 피벗할 것인지, 나아가 기업은 어떻게 피벗할 것인지로 확장하고, 마지막으로 시대 흐름에 맞게 피벗하기로 마무리한다.

기억에 남는 내용, 바로 실천 가능하겠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몇 가지 꼽자면,

퇴사하지 말고 피벗하기.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의 창업자 니그 스윈먼을 통해 린 스타트업의 실천 사례를 보여준다. 막연한 가설, 믿음이 아니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검증된 학습을 통해 알아내다. 작더라도, 다소 엉성하더라고 실제 현장에서 얻은 데이터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이자, 성공의 출발점이 된다. 워터폴 방식이 아니라, 린 트스타업 방식을 이용하여 공간 기획자로의 피벗 사례롤 유심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창업 및 독립 피벗, 나만의 시스템 구축하기. 퇴직을 앞둔 직장인들을 우스갯 소리로 이야기 한다. "결국 퇴직의 끝은 치킨집 사장님이다". 하지만 그것도 옛날 말이다. 브랜드 치킨이 넘쳐나고, 경쟁은 너무 치열하다. 중요한 것은 "사장님" 호칭을 듣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직무 역량을 지렛대 삼아 나만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창업을 어렵게만 생각하는데, 기술이 아닌 사고방식에 있다는 것을 룬 크루아상테리 창업자 케이트 리드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결국 한 걸음 씩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성공적인 피벗을 위한 3단계 필터. 피벗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한 3가지 필터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선택이 나의 핵심 가치관과 부합하는지 '가치 정렬', 내가 가진 역량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역량 적합성', 산업과 직무의 성장성을 가늠하는 '시장의 성장성'. 이 3가지 필터를 거치면 감정이나 외형적 조건에 휘둘리지 않고 합리적인 결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와 닿는다.

내가 알고 있는 그릿을 재정의하라. 사전에서는 그릿(GRIT)을 목표를 향한 열정과 인내를 뜻한다. 그러나 환경의 차이, 특히 한국 처럼 가족에 대한 유교적인 문화가 아직 성행하는 나라에서는 '두려움'과 '책임감'이 좀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친다. 피벗은 언제든 방향을 전환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어야 하지만, 책임감은 스스로를 프레임에 가둔다. 그래서 '정년까지 버티겠다'는 생존형 그릿 대신 '전문성을 완성하기 위해 회사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목적형 그릿으로 전환해야 한다. 회사를 평생 직장으로 강하게 믿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되뇌여 볼 문장이다.

변화에 떠밀린 생존술이 아니라, 미래의 수익과 기회가 발생하는 곳으로 삶의 방향을 전환하기 위해 이 책은 중요한 내용을 조언하고 있다. 위기의 시대에 가장 위험한 선택을 '실패'라고 가정하지 말고, 산업, 직무, 독립의 세 축에서 자신의 시장가치를 재설계함으로써 대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

​#전략적피벗 #최연성 #터닝페이지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커리어전략 #AI시대 #자기계발 #린스타트업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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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만 바꿨을 뿐인데 (10만 부 기념 개정판)
김민성 지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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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 표지에서 눈길을 강하게 끄는 문구를 발견했다. "같은 말을 해도 왜 저 사람은 밉지가 않을까?". 원래 우리가 특정한 사람을 지칭하면서 많이 쓰는 문구는 바로 "왜 저 사람은 무슨 말만 해도 미울까?"이다.

특정한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데, 입만 별면 부정적이고, 남을 향해 톡 쏘고, 비난하고, 깍아내리고... 정말 그런 사람과는 다시는 말을 섞고 싶지 않다. 그런데, 만약 타인에게 내가 그런 존재라면? 이건 무척이나 심각한 상황이며, 당장 나의 말투를 바꿔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이 책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또한 지금 그런 말투를 쓰고 있지는 않지만, 더 멋진 인생을 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10만 독자의 선택을 받고, 이번에 개정판으로 새롭게 리뉴얼 된 이 책은 총 6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상대방의 호감을 얻는 말투부터 시작하여 어디에서나 돋보이는 말투, 감정 소모를 줄여주는 말투, 설득이 쉬워지는 말투, 스스로 자존감을 올리는 말투를 지나서 아이에게 하는 말투로 끝맺음 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과 내 삶에 바로 적용하고 싶은 내용을 몇 가지 꼽자면,

은근히 상대에게 호감을 주는 방법. 비언어적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말로만 전할 때와 몸짓과 함께 전할 때는 효과가 확연히 다르다. 강한 인상을 남기거나 설득의 마지막 단계에서는 상대의 미간을 바라보고, 부드러운 인상을 주고 싶다면 상대방의 콧잔등을 보면 된다는 아이컨택 스킬도 유용하다.

존대말을 사용하라. 우리나라 국민들은 유독 인정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강하다. 상대방에게 존대말을 사용함으로써 존중한다는 이미지를 준다면 인정받고, 존중받는 데 목말라 있는 우리나라에서 특별함으로 무장할 수 있다.

세련되게 거절하는 법. 거절하기에 앞서, "정말 감사한데", "제가 도와드리고 싶은데" 라는 같은 쿠션 멘트를 한 다음, 미안하다고 정확하게 거절한다. 아울러 거절한 이유가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 있다고 언급한다. "부탁하신 일을 처리하기엔 저의 능력이 아직 부족합니다. 죄송합니다."

사라질 혜택을 언급하라.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격하게 공감하겠지만, 인간은 수익보다는 손실에 매우 민감하다. "지금 가입해야 1만원 아낄 수 있습니다" 보다는 "다음달부터는 1만원이 인상되어, 30년 동안 매달 1만원씩 더 지불해야 합니다"가 훨씬 설득력 있다.

서술형 대신에 질문형으로 말하라. 누군가에게 말할 때, 가령 강의를 할 때 "목차를 살펴보겠습니다" 처럼, 서술형으로 많이 이야기한다. 그보다는 "먼저 목차를 살펴볼까요?"가 더 프로답고, 당당하게 비칠 수 있다. 진행을 주도하면서 상대방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는 진행법이다.

말투는 어쩌면 우리 인생의 극히 일부분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다. 말에 담긴 진심이나 내용이 중요하지, 말투가 뭐가 중요하냐고 무시할 수 있다. 그러나 말투를 바꿈으로써 내 마음을 더 잘 전달하고,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며,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면, 분명 인생 또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말투만바꿨을뿐인데 #김민성 #모티브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대화법 #인간관계 #소통기술 #처세술 #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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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돕는다는 것 - 초역 셀프헬프
새뮤얼 스마일즈 지음, 충희 엮음 / 여린풀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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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첨단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고 사회적 가치관이 빠르게 다변화하는 현대 사회이지만, 정작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내면은 갈수록 황폐해지고 있다. 급격한 사회 변화와 고립감 속에서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자존감 상실을 겪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한다. 타인과의 끊임없는 비교 속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지 못해 번민하는 현대인들의 우울한 자화상이다.

그렇기에 책 표지에 적힌 초역 셀프헬프라는 부제는 강렬한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진정한 의미는 책의 서두에 위치한 엮은이의 글에서 선명하게 드러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동서고금의 명언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태도를 자조론이라는 단어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온갖 편리한 도구가 넘쳐나는 지금 이 시대에 왜 백 년도 더 된 이 책이 다시금 호출되는 것일까.

해답은 인공지능 기술의 폭발적인 성장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 인공지능은 인간이 던지는 질문에 몇 초 만에 정확한 확률로 최적의 답변을 내놓는다. 기계가 인간의 영역을 대체할수록 역설적으로 인간은 주체성을 잃고 설 자리를 빼앗긴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소외되지 않고 나다운 모습으로 온전하게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의문에서 논의를 출발시킨다.

작품은 전체 6개의 장으로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손의 가치를 다룬 첫 장을 시작으로, 제도권 너머에서 이루어지는 배움을 뜻하는 학교 밖의 학교, 끈기의 숭고함을 논하는 인내의 힘으로 완성을 빚다 등을 거쳐, 인간의 고유한 자산인 인격과 죽음보다 강한 것으로 깊이 있게 마무리된다. 저자는 역사 속 인물 58인의 생생한 일화를 6개의 장에 고루 나누어 담으며 묵직한 울림을 전달한다.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깊이 남는 이들이 있었다. 방직 기계를 발명해 커다란 성공을 거둔 존 히스코트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그는 큰 부를 쌓았음에도 오만함에 빠지지 않고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깊이 공감하며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기술의 진보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결합할 때 진정한 가치가 있음을 보여준다.

편견의 벽을 무너뜨린 에드워드 제너의 집념도 감동적이다. 생각만 하지 말고 당장 실행하라는 선배의 조언을 가슴에 새긴 그는 인류를 구한 천연두 백신을 개발해 낸다. 보수적인 의학계로부터 스무 번이나 넘게 외면당하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끝까지 문을 두드린 그의 인내는 자조의 정신이 무엇인지 똑똑히 증명한다.

절대 절망하지 마라는 신념을 평생 실천한 조너스 한웨이의 삶 역시 경이롭다. 그는 런던 빈민가와 구빈원의 처참한 실태를 직접 조사하며 소외된 아이들의 생존 문제에 평생을 바쳤다. 기득권의 거센 반대와 거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수천 명의 어린 생명을 구해낸 그의 행보는 오늘날 우리에게 큰 부끄러움을 안긴다.

역사의 전면에 화려하게 기록되지 않았지만 숭고한 발자취를 남긴 헨리 마틴과 그의 이름 없는 친구들의 일화는 잔잔한 여운을 준다. 아무리 위대한 인물이라 해도 결국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헌신과 조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사실은,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삶이 결코 헛되지 않음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외부의 자극이나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오직 스스로의 힘으로 내면을 단단하게 다지는 법을 가르쳐준다. 기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인격과 주체성을 회복하라는 저자의 준엄한 외침은, 오늘날 자아를 잃고 방황하는 모든 이들이 반드시 가슴에 새겨야 할 치유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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