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다시 만난 베토벤 - 클래식으로 다시 보듬어보는 중년의 마음들
이지영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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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요즘 서점가를 둘러보면 자기계발서나 경제·투자 관련 도서뿐 아니라 미술, 뮤지컬, 음악 등 예술 분야의 책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 흐름이 무척 반갑다. 성과와 효율, 숫자로 평가받는 일상 속에서 예술은 잠시 속도를 늦추게 하고, 마음의 숨을 고르게 해주기 때문이다. <마흔에 다시 만난 베토벤>은 그런 의미에서 바쁜 삶의 틈 사이로 조용히 스며드는 책이었다.


베토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는 청각장애라는, 음악가에게는 치명적이라 할 수 있는 시련을 겪었다. 소리를 잃어간다는 절망 앞에서 대부분은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베토벤은 현실을 부정하거나 회피하는 대신, 주어진 조건 안에서 자신이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그 선택의 결과로 교향곡 3번 '영웅', 5번 '운명', 6번 '전원'과 같은 불멸의 작품들이 탄생했다. 이 책은 위대한 업적보다, 그 업적에 이르기까지의 태도와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보게 한다.


저자 이지영은 음악예술학박사이자 40년간 연주자의 길을 걸어온 피아니스트다. 그는 악보 속 음표를 해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그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 베토벤’을 만나고자 한다. 그리고 그 여정을 통해 음악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지탱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지를 독자에게 전하고자 이 책을 썼다. 이 책은 음악 평론서라기보다, 음악을 매개로 한 삶의 에세이에 가깝다.


구성 또한 인상적이다. 저자가 음악을 통해 깨달은 삶의 태도와 철학을 먼저 들려주고, 그에 어울리는 베토벤의 곡을 함께 소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QR코드를 삽입해 독자가 바로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배려한 점은, 읽는 경험을 ‘듣는 경험’으로 자연스럽게 확장시킨다. 글과 음악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다.


‘사소한 일상의 반복은 우릴 지탱하는 힘이다’라는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커피 원두 60알’ 이야기는 특히 인상 깊다. 하루를 시작하며 반복하는 작은 습관과 의식이 삶을 버텨내는 힘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거창한 목표보다 일상의 리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나만의 의식을 통해 마음을 가다듬고 호흡을 고르는 시간의 필요성이 조용히 전해진다.


청력을 잃어가고, 만성적인 두통과 복통, 우울증에 시달리면서도 베토벤이 작곡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그가 힘든 시기에 왜 해학적인 스케르초를 도입했는지를 짚는다. 고통을 고통으로만 남기지 않고, 유머와 경쾌함으로 전환해 스스로를 치유하려 했던 태도는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또 하나 인상적인 대목은 ‘책임감의 무게’에 대한 이야기다.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로 인해 어린 시절부터 가장의 책임을 짊어졌고, 수많은 음악가들 사이에서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아야 했던 베토벤의 삶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음악을 통해 그 무게를 고통이 아닌 인생의 선물로 바꾸어 나갔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덧붙이며, 책임감을 긍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보다 ‘끝까지 마무리한다’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조언은 음악을 넘어 삶 전반에 적용할 수 있는 통찰처럼 느껴진다.


‘인생의 진짜 자산은 사람이다’라는 장에서는 음악 교육에서의 스승과 제자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음악은 단순히 기술과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고 신뢰를 쌓아가는 동행의 과정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베토벤이라는 거대한 음악가 뒤에는 체르니라는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는, 관계의 힘을 조용히 되새기게 한다.


40년의 연주와 15년의 명상이 빚어낸 이 책은, 단숨에 읽고 덮기보다는 음악과 함께 천천히 곁에 두고 오래 들여다볼 가치가 충분하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베토벤의 삶과 음악을 통해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다시 묻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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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척학전집 : 훔친 철학 편
이클립스 지음 / 모티브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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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계철학전집>의 뒷표지를 마주한 순간,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멈춘다. “월요일 아침, 도대체 왜 출근해야 할까?” 너무 당연해서 오히려 스쳐 지나갔던 질문이다. 우리는 대개 돈을 벌기 위해서, 성장하기 위해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하지만 이 질문을 철학자의 시선으로 다시 던져본다면, 삶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달라진다. 이 책은 바로 그 익숙한 질문을 낯설게 만들며, 철학이 시작되는 순간으로 독자를 이끈다.


카뮈는 이 반복되는 일상과 노동의 질문에 ‘시지프스의 바위’로 답한다. 끝없이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는 행위 속에서 인간의 부조리한 삶을 발견한 것이다. 사르트르는 ‘실존적 선택’을 말한다. 출근하는 것도, 출근하지 않는 것도 모두 선택이며, 선택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순간조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처럼 이름만 알고 지나쳤던 철학자들의 사유를 현재의 언어로 풀어내며, 철학이 결코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오늘의 삶을 해석하는 실질적인 도구임을 보여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소 과감한 선언을 한다. 2,500년 동안 인류 최고의 천재들이 평생을 바쳐 도달한 결론을 ‘훔쳐왔다’고 말이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이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게 된다. 철학은 여기서 교양의 장식이 아니라 생존의 기술이 된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무엇이 진실인지 가려내는 기준이 되고, 도파민에 중독된 일상 속에서 진짜 기쁨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하며, 고립과 단절의 시대에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언어가 된다.


책은 크게 세 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첫 번째 파트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는 진리와 인식의 문제를 다룬다. 베이컨의 네 가지 우상을 통해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믿지만, 사실은 마음이라는 왜곡된 렌즈를 통해 보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이 작동하는 순간, 우리의 사고는 쉽게 편견에 갇힌다. 생각하고 있다고 믿는 순간조차 이미 생각은 길들여져 있다는 사실이 인상 깊게 다가온다.


두 번째 파트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윤리와 정의의 문제를 삶에 밀착시켜 보여준다. 에피쿠로스의 쾌락주의는 특히 지금의 시대와 강하게 충돌한다. 주식, 금, 부동산의 상승은 FOMO를 부추기고, 나만 뒤처지는 것 같은 불안을 키운다. 더 가져야 하고, 더 이루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달린다. 그러나 에피쿠로스는 쾌락을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의한다. 쾌락이란 미식이나 명품, 여행이 아니라 ‘몸의 고통과 영혼의 혼란이 없는 상태’라는 말은 욕망의 방향을 근본적으로 되묻게 한다.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덜 원할 것인가를 묻는 철학은 지금의 삶을 차분히 돌아보게 만든다.


세 번째 파트 ‘나는 누구인가’는 이 책의 핵심이자, 앞선 모든 질문이 수렴되는 지점이다. 사르트르는 선택의 책임을 끝내 개인에게 돌린다. 출발선은 다를 수 있고, 빈곤과 차별, 질병과 장애 같은 조건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안에서도 선택은 여전히 나의 몫이라는 선언은 위로이자 동시에 냉정한 경고처럼 다가온다. 여기에 라캉의 거울 단계는 SNS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날카롭게 비춘다. 타인의 시선이 거울이 되고, 좋아요와 댓글이 나를 규정하는 현실 속에서 자아는 점점 불안정해진다. 라캉은 자아를 강화하려 애쓰기보다, 자아가 허구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통찰은 오히려 마음을 가볍게 만든다.


각각의 짧은 이야기 뒤에는 더 깊이 탐구하고 싶은 독자를 위한 추천 도서 목록이 실려 있다. 생각이 멈추지 않도록 이어주는 다리 같은 장치다. 저자는 이 책을 읽을 때 단 하나의 부탁을 남긴다. 읽으면서 자주 멈추라는 것. 읽는 행위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말을 마음에 남긴 채 책장을 덮고 나면, 내일은 또 어느 질문 앞에서 멈추게 될지 자연스럽게 기대하게 된다. 철학이 어렵지 않게, 그러나 깊게 삶으로 스며드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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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리부트 - 한의사가 몸소 경험하고 찾아낸 갱년기 해방 프로젝트
정지인 지음 / 드림셀러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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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갱년기는 오랫동안 ‘참아내야 하는 시기’ 혹은 ‘노화의 전조’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정지인의 <갱년기 리부트>는 이 고정관념에 조용하지만 단단한 균열을 낸다. 저자는 갱년기를 피하거나 견뎌야 할 시간이 아니라, 삶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고 새롭게 재가동해야 할 전환점으로 바라본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사회 구조와 역할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 속에서, 갱년기는 더 이상 일부 중년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여러 언론 기사에서도 지적하듯, 과도한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생활 습관 속에서 남성 역시 갱년기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으며,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경우 그 충격은 더 크게 다가온다.


이 책이 설득력을 갖는 지점은 갱년기를 개인의 의지나 인내의 문제로 축소하지 않는 데 있다. 저자는 갱년기를 방치하면 병이 되지만, 제대로 이해하고 준비하면 인생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문장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이자, 독자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처럼 느껴진다. 우리는 과연 지금의 변화를 외면하고 있는가, 아니면 새로운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책은 총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2장은 갱년기를 왜 미리 준비해야 하는지, 그리고 ‘리부트’를 위해 어떤 태도가 필요한지를 설명한다. 이 부분은 구체적인 실천 이전에 마인드를 정비하는 과정에 가깝다. 갱년기를 하나의 생물학적 사건이 아닌, 인생 전반의 균형이 흔들리는 시기로 이해하게 하며, 계획 없는 대응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차분히 짚어낸다. 막연한 불안 대신, 준비라는 단어를 마음에 심어주는 장이다.


3장과 4장에서는 보다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내용이 펼쳐진다. 3장은 젊음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로 미토콘드리아를 제시하며, 이를 활성화하는 미토제닉 다이어트를 소개한다. 미토콘드리아가 무엇인지, 왜 그 수와 기능이 중요한지를 쉽게 설명해 주어 전문 지식이 없어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특히 2주 완성 식단과 체형별·체질별 다이어트 방법은 독자가 자신의 생활에 맞게 적용해 볼 수 있도록 돕는다.


4장은 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한다. 수면과 배변의 중요성을 반복해서 강조하며, 이 두 가지가 무너지면 어떤 관리도 완성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여기에 하루 30분의 꾸준한 운동이라는 현실적인 권장 사항이 더해진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돈 안 쓰고 주름 막는 방법’이다. 화려한 관리법 대신, 피부를 건조하지 않게 유지하고 과도한 햇빛 노출을 피하는 기본적인 습관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운다.


<갱년기 리부트>는 갱년기를 극복하라고 말하지 않는다. 대신 다시 시작하라고 말한다. 나이 듦을 부정하지 않되, 그 변화에 끌려가지 않는 방법을 차분히 제시하는 책이다. 몸과 마음의 변화를 감지하고 있는 이들, 혹은 아직 체감하지 못했지만 언젠가를 대비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하나의 생활 설계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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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삶으로 이끄는 성공 법칙 - 방향을 잃은 당신에게 건네는 인생 전략
양창정.왕샤오단 지음, 하은지 옮김 / 더페이지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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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2026년의 새해가 밝자 많은 사람들은 다시 한 번 인생의 목표를 떠올리고,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목표를 세우는 일과 그것을 끝까지 실천해 ‘성공’이라는 결과로 만들어 내는 일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간극이 존재한다. 


『단단한 삶으로 이끄는 성공법칙』은 바로 이 간극을 어떻게 건너야 하는지에 대해 차분하고 현실적인 언어로 이야기하는 책이다. 저자 양창정은 성공을 특별한 재능이나 운의 결과로 보지 않는다. 대신 “인생 설계의 핵심은 정확한 방향”이라는 문장을 통해, 어디로 가고 있는지 분명히 아는 사람이 결국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프롤로그에 적힌 “이 책을 펼치는 순간, 당신의 꿈을 탐색하고 실천하는 여정이 시작된다”라는 문장은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독자를 삶의 주체로 다시 세우는 출발점처럼 느껴진다. 이 책은 크게 8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단계적으로 던진다. 특히 각 파트의 끝에 배치된 ‘나만의 온도를 기록하다’, ‘숨겨 둔 마음 한 조각’은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게 만드는 여백으로 작용한다.


“다른 옷을 입은 채로는 빛날 수 없다”는 문장은 이 책의 핵심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기에 약점을 억지로 고치려 애쓰기보다, 자신의 강점을 정확히 이해하고 극대화해야 한다는 조언은 파슨스의 진로 결정 3단계, 존 홀랜드의 6가지 직업 성격 유형과 같은 구체적인 진단 도구를 통해 설득력을 더한다. 또한 열네 살에 차 장사를 시작해 서른에 글로벌 체인 CEO가 된 한 소녀의 이야기는, 성공의 비결이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실천과 꾸준함에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성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가장 큰 차이를 ‘생각의 방향’에서 찾는다. 문제 앞에서 자신을 탓하는 대신, 이 어려움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묻는 태도가 삶을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더불어 목표가 클수록 해야 할 일은 많아지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과감히 덜어내는 용기라는 메시지가 오래 남는다. 


이 책은 빠른 성공을 약속하지 않는다. 대신 흔들려도 다시 중심을 잡고 끝까지 걸어갈 수 있는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는, 묵직한 안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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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김현 옮김 / 문학마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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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왕자>는 1943년 출간 이후 전 세계적으로 2억 부 이상 판매된, 설명이 필요 없는 고전이다. 워낙 많이 읽히고 인용된 작품이기에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은 읽는 사람의 나이와 삶의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 얼마 전 나인진홀에서 어린왕자를 각색한 연극 <사막의 별>을 관람하며 느꼈던 감정 역시, 이 작품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이야기임을 증명해 주었다. 시대가 바뀌고 기술이 발전해도, 어린왕자가 건네는 질문은 조금도 낡지 않는다.

이 소설은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와 작은 별에서 온 소년의 만남이라는 단순한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 안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진실들이 담겨 있다. 숫자와 효율, 성과가 모든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 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되고 불안해진다. 소통은 넘쳐나지만 정작 마음은 닿지 않고, 관계는 많아졌지만 깊이는 얕아진다. 소설 속 어른들—왕, 허영심 많은 사람, 술꾼, 사업가—은 모두 각자의 세계에 갇혀 가장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한다. 그 모습은 지금 우리의 자화상처럼 느껴진다.

<어린왕자>가 특별한 이유는 아이의 언어로 어른의 세계를 비추기 때문이다. 어린왕자는 이해하지 못하는 척하며 질문을 던지지만, 그 질문은 오히려 어른들의 삶을 정면으로 찌른다. 왜 그렇게 바쁘게 살아가는지, 왜 소유에 집착하는지, 왜 사랑하면서도 쉽게 상처를 주는지. 그 순수한 물음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페이지 곳곳에 실린 생텍쥐페리의 일러스트 역시 이 책이 주는 감동을 배가시킨다. 단순한 선으로 그려진 그림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 글과 그림이 함께 호흡하며 만들어내는 여백은 독자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끼워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역자 후기에 소개된 생텍쥐페리와 그의 아내 콘수엘로의 이야기다.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 속 ‘길들임’과 ‘관계’의 의미가, 사실은 콘수엘로를 향한 작가의 사랑과 그리움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작품을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문장이 단순한 명언이 아니라, 한 인간의 절절한 고백처럼 느껴지는 순간이다.

<어린왕자>는 분량만 보면 얇은 책이지만, 읽고 난 뒤 마음에 남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내가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을 얼마나 진심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되묻게 만든다. 어릴 적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문장들이, 어른이 된 지금에서야 비로소 가슴에 와닿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끝내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생의 여러 시점에서 다시 만나야 할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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