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쇼핑, 나는 병원에 간다 - 의사, 환자, 가족이 병을 만드는 사회
최연호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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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쇼핑, 나는 병원에 간다> 책을 글항아리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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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5. 목. PM 03:00.

<의료쇼핑, 나는 병원에 간다>
를 읽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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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15. 목. PM 2:10.

<의료쇼핑, 나는 병원에 간다>를 읽고 기록


<의료쇼핑, 나는 병원에 간다>를 읽고 서평을 시작한다. 이 책을 신청한 이유는 2024년의 1월 한 달을(정말 거의 한 달이었다.) 여러 병원에 다녔고, 매우 아팠기 때문이다. 의료쇼핑이라는 말을 보자 반가운 마음이 들었고, 좋은 병원이 어딜까를 무척 고민했던 1월을 보냈기 때문에 의료쇼핑이라는 단어가 반가웠다. 책이 도착하자 첫 장을 열어 최연호 의사 선생님의 약력을 봤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이신 선생님의 약력을 보자 예전 소아과 전문의 선생님이 떠올랐다. 나의 20대 전체를 책임져주셨던 주치의 선생님이 소아과 전문의셨고 그분은 코로나 때 병원을 닫으셨다(사실 나이가 많으셔서 언제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 그래서 나는 다른 주치의 선생님을 찾기 위해 감기와 알레르기가 생길 때마다 병원들을 돌아다니고 있다. 약물 알레르기와 매년 늘어나는 음식 알레르기 등 잦은 질병 때문에 오랫동안 함께할 한 분의 선생님을 찾아다니는 중인데 아직 찾지 못했다.

책 내용을 보면 소아과에는 나이 불문하고 전 연령대가 다닐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다녔던 소아과도 한 살 아이부터 팔십대로 보이시는 어르신들까지 전 연령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 의사 선생님과 긴 기간 동안 인연을 맺게 되면 가장 좋은 건 의사 선생님이 내 치료 내력과 성격, 성향 등을 보고 통합적인 처방을 내려주신다는 점이다. 그래서 약을 처방해 주실 때도 병이 아닌 증상만 나타나는 경우 그에 따른 처방을 해 주신다. 지난 10년을 책임져주셨던 박소아과 선생님을 생각하며 책을 열었다. 다시 박소아과 선생님과 최연호 선생님 같은 휴머니즘을 가지신 선생님과 간절히 만나고 싶다.

1. 의학과 인문학적 소양, 같이 늙어(가는) 의사

우리나라에서 가장 머리 좋고, 공부를 잘하는 분들이 가는 의과대학에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신 분들이 얼마나 있을까.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치열한 입시 전쟁에 놓여있기 때문에 인문학적 소양을 갖출만한 시간이 부족하다(대학원 시절 몇 명의 고3 수험생 과외를 했기 때문에 그들의 하루들을 더 잘 알고 있다. ). 그리고 책에서 소개된 대로 의예과에 다니는 분들 역시 대학 생활과 자격증을 취득한 후 수련하는 동안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의학적 배움과 피로, 스트레스를 마주한다. 그 고생에 대한 대가 <?>로 높은 연봉과 명예가 주어지지만 10년의 고통에 비하면 다소 적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대학 시절 우연히 내 주변엔 의예과에 다니는 분들이 다수 있으셨다. 그래서 그분들의 대학 생활과 평소 생활, 대학 졸업 후 생활들에 대해 알게 됐다. 그랬기 때문에 그분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기 위한 시간이 없다는 걸 안다. 물론 의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주변에 계신 분들은 엄청나게 치열한 하루들을 보내실 때가 많았다. 덕분인지 졸업 후에 좋은 곳에서 의사 생활을 시작하셨고, 교수가 되신 분들도 있다. 그분들을 보면서 열심히 공부한 만큼, 노력한 만큼 성과가 주어진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러울 때도 있었다. 직접 환자를 만나고 아픈 곳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멋진지 수포자 만(수학포기자) 아니었으면 나도 의사가 됐을 거라는 생각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월등한 수능성적이 필요하고, 의예과에 들어가서 엄청난 양의 공부와 기간,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도 고통의 수련 기간까지 거쳐야 하니 높은 급여와 명예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직업이다. 그리고 의사는 아픈 환자를 만나 그들의 삶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이기 때문에 소명 의식이 없으면 오랫동안 하기 어려운 직업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패치애덤스] 영화를 함께 떠올렸다. 그리고 지난날 만났던 의사 선생님들을 생각했다. 높은 급여가 보장된 직업이 아니라면 우리나라 1%에 속한다는 분들이 과연 의사가 되기 위해 치열한 현장에 뛰어들까 (수험과 대학 생활, 수련의 생활 등) 생각이 들 정도로 인문학적 소양만으로는 되기 어려운 직업이다. 그렇다 보니 의학 전문성과 인문학적 소양을 함께 갖춘 분들을 찾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 <?>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환자는 너무 많고, 그에 비해 필수 학과 선생님들은 너무 부족하고, 업무량도 너무 많다. 그리고 의사 선생님마다 급여가 천양지차고, 어마어마하게 이상한 그레이 페이션츠(회색 환자)도 있다. 그러니 의사가 된다고 만고 땡(온갖 괴로움을 뜻하는 ‘만고’와 끝이라는 은어 ‘땡’의 합성어, 자신을 힘들게 했던 괴로움이 끝났을 때 쓰이는 말 : 네이버 국어사전)이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일부 의사 선생님들은 환자의 눈도 보지 않고 말만 듣고 1-2분 처방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나 보다. 나도 1시간을 기다려서 1분 처방을 받아본 경험이 있어서 차라리 AI 의사에게 처방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여러 번 약 부작용도 겪었다. 환자의 과거 병력 이력에 전혀 관심이 없고, 단순히 질병 증상 만을 보고 처방된 약에 부작용을 겪으면 고통은 온전히 환자 몫이 된다. 정말 화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이후 다행히 아주 좋은 의사 선생님을 만나 그분과 10년 이상을 함께 했었다. 함께 늙어가는 의사 부분을 보면서 다시 함께 늙어가며 만날 수 있는 선생님을 고대하게 된다. 단순히 의학책에 나온 대로 처방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상태에 따라 통합적인 처방을 내려주시는 진짜 의사 선생님을 다시 만나고 싶다. 이제는 은퇴하신 박소아과 선생님을 생각하며 나는 아직도 그분이 그립다.

2. 항우울제 실험

74개의 항우울제 임상시험에서 23개는 발표되지 않았다고 한다. 23개 중 22개는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낸 연구였다고 하니 효과가 있다고 발표된 연구 결과들을 얼마나 믿을 수 있고 믿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다. 수많은 의학 지식을 유튜브와 인터넷 글들을 통해 찾아볼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정말 많은 소음에 노출된다. 어딘가 아프면 찾아보게 되고 스스로 처방을 내리고, 건강을 돌보게 되지만 그것이 정말 믿을 수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하나의 질병에 대해 유튜브 50여 개 영상을 찾아보더라도 의사들의 말들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가끔은 완전히 반대되는 의견이 있을 때도 있다(비타민 C만 해도 그렇다. ). 그럴 때 환자는 자신이 믿고 싶은 편향대로 정보를 선택하고, 지식을 축적한다.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그렇다고 환자가 의사를 만난다고 해서 완벽한 방책 <?>을 찾을 수도 없다. 때에 따라선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인 고기 마냥 1시간 넘게 줄지어 기다리고 겨우 1분 진료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증상에 따른 처방을 받고 오히려 건강을 망치신 분들도 다수 있다.

시대마다 의학과 과학이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계속 바뀌고 있고, 의학과 과학은 끊임없이 전 세대를 비웃듯 새로운 치료법과 진실을 드러낸다. 그러니 오늘 건강에 좋은 것이라고 믿었던 것도 완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건강에 좋다고 먹었던 것들이 칼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이 부분들을 읽으면서 환자인 내가 건강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할 것에 대해 고민했다.

3. “아이 구토에 놀라 응급실에 갔더니 변비였다고?”

아이 구토에 놀라서 응급실에 갔더니 의사가 변비였다고 변비약 처방을 했다는 글을 읽고 생각했다. 나도 과거에 변비약 처방을 받고 1달 동안 열심히 내용물을 빼내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변비가 아니라 다른 문제였을 수 있다니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심리적 원인으로 정말 화장실에 거의 가지 못해 심각하게 빼내야 할 상황이었다. 사진상으로도 들어찬 내용물이 단면과 양면으로 봐도 심각했다. 나는 화장실에 거의 가지 못했는데 그것이 심리적인 원인이었다는 것을 지금은 알게 됐지만, 그 당시엔 왜 화장실에 가지 못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장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 문제 때문에 병원에 자주 갔고, 그 때문에 만성 장염으로 오랫동안 고생했다. 가지 못하거나, 지나치게 가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러던 중 만난 분이 박소아과 선생님이었다. 그리고 나는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만성 변비, 만성 장염, 만성 염증으로 인한 비염 등의 증상들을 모두 잡았다. 나처럼 운이 좋은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을 이 부분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어쩌면 일부 사람들은 최연호 선생님 같은 분들을 만나지 못해 오히려 더 큰 병을 얻게 된 경우가 많을 거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안타깝다고 생각했다. 나도 종국엔 크론병을 앓게 됐을지도 모르니 정말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만성 알레르기 때문에 눈앞이 완전히 어둠으로 바뀌고 여러 번 쓰러지다 1차 의료원인 박소아과에 갔을 때 선생님은 당장 큰 병원에 가라고 하시면서 내게 말씀하셨다.

“자네는 이렇게 심각한 상황인데도 웃고 있잖아. 그게 자네 성격인 거야.”

그 말을 듣고서야 나는 큰 어려움을 겪어도 웃는 나를 발견했다. 나는 아무리 아프고, 슬퍼도 웃는 가면을 쓰고 살았다(지금도 나는 큰일을 겪어도 오히려 담담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 그러던 중 정말 좋은 선생님을 만나 질병이 아닌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난 많은 병들을 고칠 수 있었다. 배가 아프더라도 단순히 장 문제가 아니라 기능과 성격, 성향 전체적으로 봐주는 의사 선생님이 많이 계시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할 때가 참 많았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읽으면서 장 질환이 단순히 장 질환 문제만 아니라는 것, 구토를 한다고 변비가 아니라는 것도 생각하면서 즐겁게 읽었다.


4. 두려움에서 파생된 수많은 증상, 의원병과 신체화 증상

[신체화 증상의 사전적 정의를 보면 정신적인 문제가 신체적인 증상으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123쪽]

질병이 아닌 신체화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들을 겪어보면 얼마나 심각한 일인지 알게 된다. 질병이 아닌데도 증상들이 신체 전반을 침범해 환자에게 고통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나도 질병인 줄 알았던 대부분이 신체화 증상이라는 것을 오늘에야 알게 됐다. 과거 질병이라고 생각하고 병원들을 전전하면서 나는 정말 많은 약을 먹었다. 의사 선생님마다 만성 질병에 부신 피질호르몬제를 처방해 주는 바람에 나중엔 스스로 스테로이드를 제거하고 먹어야 했다. 항생제도 너무 많이 처방받아먹은 덕분에 간 수치와 신장 수치까지 높아졌다. 덕분에 방광염으로(이것도 신체화 증상이었다. ) 오랫동안 항생제를 먹어야 했을 때 신장내과 선생님께서 신장 수치 때문에 걱정하셨다. 그럼에도 일부 의사들은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약만이 답이라고 했다. 그리고 내 질환들은 전혀 낫지 않고 오히려 더 심해졌고 몸이 항생제와 오남용 된 약들로 오염됐다. 만성 질환에 단기간만 먹어야 할 약을 무작위로 처방하니 의사는 화타가 되어 있고, 환자는 더 많은 질병의 늪에 빠지게 된다.


언젠가 피부 증상이 있어 피부과에 갔다가 스테로이드 호르몬제를 받고 그걸 다른 약으로 대체해 줄 수 없냐는 말을 했다가 1시간 가까이 일장 연설을 들어야 했던 적이 있다. 그분께 나는 다른 병원에서도 스테로이드 호르몬제를 받아먹고 있어 피부약까지 스테로이드를 먹는 게 부담된다고 했다 (거북목 때문에 받은 약 안에도 스테로이드제가 있었고, 장염, 감기약, 방광염으로 받은 약에도 스테로이드가 들어있었다. ). 의사 선생님은 자신이 준 스테로이드 약은 몸에 흡수되지 않는다고, 자기도 먹고 있다고, 종국엔 자기 권위에 도전한다며 화를 냈다. 나는 한참 그분이 하는 말을 듣다 화 한번 내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나왔다. 환자의 상황을 듣지 않고 자기의 권위만을 내세워 약을 처방하고 환자에게 강제로 먹이려는 의사를 만날 때 처방에 따른 부작용을 그분이 모두 책임져줄 거냐고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신체화 증상이라는 걸 조금만 물어도 알 수 있었을 텐데(나는 모르더라도) 그분은 의예과 시절 배웠던 책 안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내게 더 많은 약을 처방했다. 물론 나는 그 약을 모두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그분을 찾지 않았다. 그분이 그레이 닥터 건 말건 그레이 페이션츠가 되고 싶진 않았다. 어쨌든 의료 현실에서 마주하는 소수분들 중 내가 만났던 분과 같은 분들도 있다. 그리고 부작용이 나타나면 언제나 내 문제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한다. 처음부터 여러 가지를 묻고 환자에 따른 처방을 내려줬다면 모두가 윈 윈 했을 수 있을 텐데 안타까운 일이다. 환자는 다른 병원에 가면 되니까 상관없다고 할 수 있겠지만, 화려한 약력과 일부 좋은 소문만 듣고 그 의사를 찾은 환자들은 또 다른 질병을 얻어가게 되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5. 그레이 페이션츠와 그레이닥터

[그레이 페이션츠 :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어서 본인의 손익 계산에만 급급함, 진료 행위를 도구 삼아 이득을 보려고 함, 의료를 자판기처럼 여겨 비용 대비 효율성만 따짐

그레이 닥터 :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어서 본인의 손익 계산에만 급급함, 진료 행위를 도구 삼아 이득을 보려고 함, 의료를 자판기처럼 여겨 비용 대비 효율성만 따짐, 의학 지식만으로 환자를 봄 – 256쪽]

그레이 페이션츠 내용을 볼 때 나도 충분히 경계선에 서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레이 페이션츠 덕분에 좋은 의사 선생님들이 의료 현장에서 사라지는 일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필수 의료 과에서 선생님들이 사라진 것도 그레이 페이션츠 때문이다. 의사의 권위에 도전하고 자판기처럼 자기가 원하는 결과만을 내놓으라며 소리치고, 안 되면 소송까지 불사하는 그레이 페이션츠는 어디에나 있고, 지금도 의료 현장에서 의사 선생님들의 목을 졸라댄다. 그레이 페이션츠 건, 그레이 닥터 건 사람이기 때문에 어디에나 있는 소수 사람들 때문에 의료 현장이 회색 제대로 변한다. 그래서 진짜 아픈 사람들에게 좋은 의료가 돌아가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참 안타깝다. 나도 어쩌면 소수 의사 선생님들에게 1분 진료를 받고 차라리 이러려면 AI에게 정보를 입력한 후 약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니 그레이 페이션츠가 족히 되고도 남을 수 있겠다는 반성이 든다.

아프지 않은데도 아프다며 병원을 쇼핑 삼아 다니고, 자신의 목적에 의해 주변 사람들을 아픈 사람으로 만드는 뮌하우젠 증후군과 대리인에 의한 뮌하우젠 증후군의 사람들을 의료 현장에서 마주하는 전문가들은 의료 현장이 짜증 날 법도 하다. 그리고 그레이 닥터를 만난 환자들 입장에서도 의료 현실이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모두 조심하면서 경계를 넘어서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나도 언제든 그레이 페이션츠가 될 수도 있으니까. 좋은 환자가 되기 위해 마음을 곱게 다져야겠다. 그레이 닥터를 만나더라도 흔들리지 않도록, 많은 분이 그레이(Gray)가 아닌 그레이트(Great) 닥터라는 믿음을 갖고 나는 오늘도 병원에 간다.


6. 의학의 미래

어쩌면 가까운, 먼 미래에는 AI 닥터와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그레이트(Great) 닥터는 더욱 존귀해서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AI가 제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증상에 따른 처방밖에 할 수 없을 거고, 책에 서술된 대로 오히려 병이 아닌 것까지 짚어내 병으로 만드는 일도 생길 테니 말이다. 그레이트 닥터는 AI를 지도하고, 인공지능이 볼 수 없는 환자의 신체화 증상, 의원 병 등 성격, 성향, 정신적 문제에 따른 증상까지 모두 볼 수 있다. 그러니 그에 따른 진정한 처방을 내리고, 인공지능을 지도하려면 그레이트 닥터는 먼 미래에도 필수적인 인력으로 남아 미래 의료를 이끌어나갈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더 의료 질과 서비스가 높아질 거라는 기대도 든다. AI 가 볼 수 없는 부분까지 볼 수 있는 의사라니 얼마나 멋진 의사 선생님들이 더 많아질지 기대된다.


책을 읽고 나는 최연호 선생님이 더욱 궁금해졌다. 그래서 그분의 전작들을 찾아봤다. 이 책을 읽고 전작을 읽기 시작했다. 오늘, 가까운 미래, 먼 미래에도 최연호 선생님 같은 분들이 의료 현장에 많이 계시길, 그레이트(Great) 닥터이신 최연호 선생님께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책을 보내주신 글항아리 출판사, 저자이신 최연호 선생님, 서평단에 선정해 주신 인디캣님 고맙습니다. 좋은 책을 만나 즐거운 배움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끝.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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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병원에간다
#의료쇼핑나는병원에간다
#인디캣
#인디캣책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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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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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을 읽고 기록


<흐르는강물처럼> 책을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고 기록

1. 무지개 빛 감정 스펙트럼

감정의 빛깔의 종류는 몇 개나 있을까. 나는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고 감정의 종류에 대해 생각했다. 기쁨, 슬픔, 미움, 분노, 환희 등 셀 수 없이 많은 감정들이 책을 통해 흘러 들어왔다. 나는 이 책을 2023년 11월에 만나 2024년인 1월까지 마음에 담아두고 생각했다. 주인공에 감정 이입된 것일까. 주인공의 감정들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진짜 일어났던 일인 것처럼 내 마음에 파동을 일으켰다. 참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책은 개인적 소망으로 꼭 영화로 나왔으면 한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윌슨 문을 만나 사랑에 빠진 여린 소녀가 단단한 여인이 되기까지를 그린 소설이다. 윌슨 문(윌)을 만나 사랑에 빠진 소녀의 이야기를 볼 때 내 마음도 복숭아 겉에 있는 솜털처럼 가슬가슬하게 일어났다. 사랑에 빠져 사랑을 전하는 서로의 모습에서 간질간질한 기분 좋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윌슨 문은 자신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소녀와의 사랑을 위해 마을에 남았고 얼마 후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다. 윌슨 문의 참혹한 사망을 마주하면서 소녀가 느꼈을 분노를 함께 느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소수 민족이 지나왔을 진짜 역사를 알게 됐다. 마음이 아프고 분노가 느껴지고, 속이 타들어 갔다. 이 소설은 그냥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윌슨 문의 참혹한 사망을 그리는 부분에서 알게 됐고, 나는 소설을 읽기 시작한 것을 약간 후회했다(원래 나는 선입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책의 짧은 소개글을 읽지 않는다.). 오랫동안 윌(윌슨 문)의 사망이 내 안에서 재생되고 또 재생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윌의 이야기는 소설 속 하나의 장면이지만, 실제 소수 민족이 걸어왔을 역사 속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아픔을 딛고 살아야 했을까 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 소설은 윌을 통해 내게 새로운 생각거리를 선사해 줬다. 그리고 그 둘의 만남이 아주 짧게 끝나서 아쉬웠다.


2. 복숭아와 소녀 그리고 여인

<흐르는 강물처럼> 소설은 복숭아를 매개로 많은 것들을 그려낸다. 복숭아의 겉면은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콱하고 그냥 베어 물면 안에 씨가 팍 하고 치아에 걸리는 것처럼 복숭아는 소설 속 주인공인 소녀와 닮았다. 부드럽고 유하기만 했던 소녀가 복숭아가 자라 열매를 맺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단단한 씨앗을 가진 여인이 되어간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복숭아와 복숭아나무는 중요한 장치다. 가족을 연결해 주는 소중한 나무면서 소녀가 여인이 될 수 있도록 해 주고, 잃어버렸던 아들과의 연결도 복숭아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복숭아와 복숭아나무는 정말 중요한 장치이기 때문에 눈 여겨봐야 한다.

가족들이 삶이 복숭아나무를 통해 시작된 것처럼 복숭아나무는 소녀가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의존적인 성향과 성격을 버리고, 새로운 곳에서 완전히 다시 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존재기도 하다. 복숭아나무와 함께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면서 소녀는 진정한 독립된 여인으로 거듭난다. 복숭아가 몇 년 동안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자리를 잡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던 것도 여인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리고 복숭아나무를 통해 여인은 새로운 친구와 인연들을 삶에 들이게 된다. 아무것도 없는 헛헛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존재가 복숭아 나무라는 라는 생각을 하며 소설을 읽어갔다.

3. 구 가족과의 이야기

항상 이기적인 동생 세스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모든 집안일을 어린 딸에게 맡겼던 의존적인 아버지, 그리고 절망스러운 현실을 피하려고 자신의 진짜 구 가족과 인연을 끊고 어린 조카에게 의존했던 오그 이모부를 보면서 내 원 가족의 모습을 봤다. 그래서 그들을 보면서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던 많은 감정과 이야기들을 해소할 수 있었다. 가족이지만 남보다 더 못하고 삶을 갉아먹었던 가족들을 떠나는 일은 소녀가 아이를 낳기 위해 집을 떠나면서 일어났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모든 역할을 당연한 일 인양 떠맡았던 소녀의 모습에서 서로가 서로를 의존하며 지속하는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녀는 책임감이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남겨진 다른 가족들을 돌보면서 자신의 의존적 성향을 발휘했고, 소녀의 의존적 성향에 나머지 가족들은 최선을 다해 의존하면서 건강하지 못한 가족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당연한 일인 것처럼 느껴졌던 소녀의 돌봄 무료 서비스가 아이를 낳기 위해 잠시 집을 떠나면서 완전히 부서진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소녀의 아버지는 혼자서 모든 집안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독립된 존재가 됐고, 갈 곳 없이 보였던 이모부는 자신의 원래 가족을 찾아 떠났으며, 동생 세스는 일거리를 찾기 위해 집을 떠났다. 소녀가 모든 돌봄을 중단하자 자연스럽게 각자는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독립된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소녀가 여인이 되어가는 모습 속에서 가족들도 독립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고, 당연한 건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됐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정서적 폭력을 정당화하고,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돌봄 서비스를 요구하는 일들이 많은데 그 모습을 소설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 이 부분을 보면서 설사 가족이라도 각자 스스로의 삶을 책임져야 진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오히려 소녀가 집을 떠나자 다른 가족들도 진짜 자신의 삶을 제대로 직면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소녀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누군가의 자식으로 편입시킨 후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던 여인의 이야기 속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를 뒤로 미뤘을 때 오히려 아픔보다는 슬픔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늘만 눈 감으면 모든 일이 다 잘 될 거야라며 우리는 오늘의 감정과 상황을 마주하길 거부하고 아주 먼 시간으로 옮기거나, 깊은 감정의 계곡에 묻어버리곤 한다. 그런 상황이 오히려 더 큰 사건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꼭 소설이 아니더라도 삶에서 마주한다. 소녀의 아이를 맡아 키웠던 여인이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며 합리화했던 감정과 상황들을 처음부터 해결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현재와 진짜 현실을 사는 나의 삶에서의 결정들을 생각했다. 피하지 않는 것, 묻어버리지 않는 것이 진짜 나와 나의 사람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면서 책을 읽어 갔다.

4. 감정의 선택은 상대의 몫

여인이 나이가 들고, 복숭아나무도 새로운 곳에서 완전히 정착했을 때 여인은 드디어 아들(루카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소녀의 아이를 키웠던 여인이 아들과의 만남과 삶의 이야기를 편지를 통해 전달했을 때 나는 마음이 싸르르하며 아팠다. 소녀의 아들이 걸어야 했을 길에서 소녀의 아들 역시 누군가의 삶을 책임지며 살아야 했던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마음이 먹먹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소녀에게서 옮겨진 아름답지만 건강하지 못한 의존적 성향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어쩌면 아들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지만 가족 속에 편입될 수 있다고 느꼈던 건 아니었을까. 가족을 지속하기 위해 아들 역시 가족 구성원들 안에서 다른 사람들을 책임지며 의존해 살아냈다. 편지 글들을 그냥 읽으면 막연히 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존재이며, 가족 내에서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된다. 그러나 진짜 그 안을 들여다보면 서로가 또 서로를 의존하고,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는 행동을 지속하며 가족의 모습을 유지해 왔음을 볼 수 있다. 소녀의 아들 역시 소녀처럼 구 가족을 벗어나 군대로 떠나게 되면서 아들(루카스)과 가족들의 진짜 삶이 시작된다. 아들(루카스)의 두 번째 어머니는 두 아들이 떠나면서 드디어 오랫동안 마주하길 거부했던 상황과 감정을 마주하기로 했다(소녀를 만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도 자신의 삶을 제대로 직면하게 됐으며, 소녀의 아들(루카스)도 자신만을 책임지게 되면서 진짜 삶이 시작된다. 마지막에 두 명의 여인이 만나 아들(루카스)에게 덮어뒀던 이야기를 전해야 할지 고민하는 부분에서 소설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전한다.

[“그렇네요. 우리가 아니겠죠. 루카스의 인생은 루카스의 것이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루카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말해주는 것, 그리고 항상 사랑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그게 전부일 거예요. 우선 그 얘기만 해주면 어때요? 나머지는 루카스가 선택할 수 있도록.” - 426쪽.]

아들의 감정까지 책임지려고 했던 두 여인이 드디어 아들의 감정을 아들에게 오롯이 선택할 수 있도록 아들의 감정을 아들에게 돌려준다. 이로써 진짜 건강하고 독립된 가족이 만들어졌음을 알게 됐다. 혈연에 의해서 만들어진 우연한 집단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독립된 존재로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모여 사랑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여인이 된 소녀와 아들(루카스)이 만나기 위해 천천히 걸어가는 장면에서 나는 소녀와 윌슨 문이 만났을 때 느꼈던 가슬 가슬하지만 기분 좋은 부끄러움과 행복을 느꼈다. 소설을 보면서 나는 진짜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과 진짜 가족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울 수 있었고, 오래됐던 감정들을 직면할 수 있었다. 정말 귀하고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아 이제는 진짜 네 삶을 살아라고 맛있는 복숭아를 받은 느낌이었다. 힘들고 외로울 때 한 입 베어 물면 시원하고, 달콤한 육즙이 가득 입 안에 퍼지는 맛있는 복숭아의 향기와 맛이 오랫동안 내 안에 남아 오늘을 살게 할 힘이 되어줄 소설을 만나 정말 행복했다.

<흐르는 강물처럼>을 보내주신 다산북스 출판사님 고맙습니다. 아름답고 멋진 소설을 읽었고,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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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강물처럼> 책을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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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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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책을 북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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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를 읽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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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세이란

드디어 책을 다 읽었다. 책을 다 읽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에세이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요즘 한국에서는 에세이가 유행인지 에세이 작가가 많다. 일상적인 이야기와 공감 가는 글들을 담은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 공급만큼 수요도 많다. 나도 수요자 중 한 명으로 요즘 작가님들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작가님들 만의 감정적 정취에 흠뻑 빠져 에세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며 나름 정리를 했었다. 그런데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를 읽으면서 지금까지 읽었던 에세이와 다른 에세이를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행기록인 듯, 삶의 기록인 듯, 일상기록인 듯, 소설인 듯하면서 견문록인 듯한 글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태도로 읽어야 더 많은 것들을 내 것으로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을 하며 글을 읽었다. 그리고 살아생전 그가 썼다는 글들과 그가 궁금해졌다. 가볍게 소비할 수 있었던 소비물로서의 에세이가 아니라 진짜를 만난 느낌이었다.


2. 작가에 대한

2020년까지 살아있었다는 작가를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글들이 얼마나 섬세하던지 처음에 그가 여성작가라고 생각하며 나름 이미지를 마음에 그렸다. 그러다 그의 아픈 사연을 담은 글을 읽을 때에서야 그가 그(He)라는 것을 알았다. 남성 작가를 여성 작가라고 착각하며 읽을 만큼 그의 글은 섬세하고, 정갈하고, 온전하다. 그동안 내가 작가 님들의 성별로 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부끄러웠다.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를 읽으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작가로 살다 간 그가 너무 멋졌다. 55년이 넘는 세월 동안 80여 개국을 여행하며 쓴 글들을 죽기 전까지 남긴 그의 모습에 감탄을 감출 수 없다. 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작가는 죽어서도 이름과 글을 남긴다는 사실이 한층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사람들이 작가가 되고 싶어 하고,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구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배리 로페즈가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 그들과의 대화, 만난 동물, 직면한 자연의 이야기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래서 함께 여정을 떠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어린 물개들을 구하기 위해 칼을 들고 밧줄을 끊어낼 때 나도 현장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어린 물개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리고 그가 평생 동안 두 번 경험했다는 신의 성배가 내 마음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그중 하나의 성배인 "너는 여기서 죽지 않을 거야."라는 말이 아직도 마음에 생생히 울려 퍼지는 기분이 든다. 그와 신의 만남을 묘사하는 부분들에서 나도 신의 성배를 본 때들을 떠올렸다. 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나는 오랫동안 마무리 하고 싶어했던 무의식 속 구속으로부터 자유를 얻었다.


3. 고통에서 치유로

아동 성범죄자로부터 오랫동안 성폭력을 겪으면서 그가 감당해야 했을 분노, 수치심, 불안, 무기력, 아픔 등의 감정이 내게 너무 무거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였는지 나는 그 부분을 읽고 내리 3일을 아팠다. 경험자가 말하는 고통과 현실, 심리치료사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을 아주 정확하고 적절하게 그려냈고, 설명해 낸다. 어쩌면 죽는 순간까지 가슴에 품었을지도 모를 수치심을 그는 55년 간 80여 개국의 여행들을 통해 게워내고, 해소하고, 치유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범죄자가 가진 높은 신분과 능력, 돈 때문에 그의 범죄를 희석시켜 버리는 오류까지 그는 정확히 짚어낸다. 그리고 자신을 지켜줘야 했을 어머니조차 자신의 불안과 고통을 대면하지 않기 위해 아들을 외면한 모습에서 아동 성범죄의 진짜 민낯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느낌처럼 그의 어머니는 알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그녀 자신을 위해, 현실을 위해 모른 척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직접 피해 상황을 귀에 듣고서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방어 기제를 확실하게 펼쳐 마지막일지도 모를 아들과의 화해의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을 글을 통해 보고 나도 모르게 분노했다. 그리고 그 글들을 모두 읽고서야 배리 로페즈가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숱하게 떠나고, 돌아오고, 느끼고, 게워 내고, 모으고, 흩어 냈고 그것들을 담아내기 위해 작가가 된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을 한 순간 나도 죽는 순간까지 글을 쓰고 싶다고,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잘못 없이 벌어진 엄청난 상처 앞에서 그를 지켜줘야 했을 어른들이 저지른 실수와 2차 가해가 폐부를 찌르듯 아픈 마음을 느끼게 했다. 어른들 때문에 잃은 그의 선택권이 가슴 아팠다.


4. 가장 길게 하는 대화 여행

<364쪽 - 현장 조사와 글쓰기를 하며 80개국 가까이를 여행했는데, 세 상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가 하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 대답은 늘 동일하다. 여기. 이곳이 내가 나 외의 바깥 세계와 가장 길게 대화하는 곳이다. 이곳이 내가 그 세계의 깊이를 시 험하고 여전히 나 자신의 무지를 발견하는 곳이다. 이곳은 나에 게 친숙한 숲이자 무한히 새로운 숲이다.>

그는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자신과 대화를 나눴을까. 그리고 그가 떠난 곳에서 만난 많은 것들과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눴을까. 그가 나눈 대화들이 고스란히 글에 담겨 있어 그의 삶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그가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의 생각에서 끝났을 것들이 모아졌고, 나눠졌고, 이뤄냈다. 그가 떠난 여정을 통해 우리도 함께 치유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그러니 이제는 닫아뒀고, 묻어뒀던 치유로 떠나도 된다고 그는 이 책을 통해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더 깊은 치유의 차원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그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나를 묶고 있던 오래된 감옥으로부터 벗어났다.


5. 그의 다른 글들도 궁금해졌다

<387쪽 - 돕는 삶을 사는 것이 자신의 진정한 염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배리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한 우리에게 당신의 삶 자체가 도움이었습니다.>

최근에 들은 강연 중에 히어로와 빌런의 처음은 같다는 말이 떠올랐다. 둘 다 시작은 아팠고, 어두웠고, 미약했다고 말이다. 히어로와 빌런의 처음 모습은 같지만 그들의 삶의 모습과 마지막은 결코 같지 않다. 일어설 수 없을 만큼의 상처를 받고 아팠지만 히어로는 그것을 통해 치유를 만들어내고 세상을 바꾼다. 반면 빌런은 자신이 너무 아팠고 힘들었기 때문에 세상을 더 어둡고 아픈 세상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 생각을 하면서 그의 글을 들여다보니 그는 히어로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글을 통해 자신을 돕고, 사람들을 돕고, 사랑을 나누려고 했으니 말이다. 상처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히어로가 아니라 빌런의 마음을 갖는다고 했다.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이 훨씬 쉽고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팠으니까 너도 아파도 돼, 네가 아픈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빌런 <?>스러운 마음이 세상 도처에서 발견된다. 그럼에도 배리 로페즈 같은 사람들이 구석구석에 존재하면서 세상을 밝게 물들인다. 깜깜한 동굴에 빛 한 조각만 있어도 출구를 향해 걸어갈 수 있는 것처럼 배리 로페즈 같은 빛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밝혀 낸다. 나는 <여기 살아 있는 것 등을 위하여> 책을 읽고 배리 로페즈 작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지만 아주 오래전에 알았어야 했고 만났어야 했을 사람을 이제야 만난 듯 아쉽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정말 즐겁게 잘 읽었고, 많은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빛으로 걸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가 생전에 남긴 글들을 천천히 찾아봐야겠다. 마지막 데브라 과트니가 말한 것처럼 그는 삶 자체가 사랑이었고, 도움이었다. 나도 배리 로페즈 같은 삶 자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책을 덮었다.

책을 보내주신 북하우스 출판사와 인디캣 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정말 고마운 여정을 책을 통해 경험했습니다. 책과 함께 떠나본 55년의 여정은 내게 큰 모험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도 이 책과 함께 멋진 여정이 시작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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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서치유로향해간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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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책을 북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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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지? 신기하고 재미있는 식물도감 - 술술 읽다 보면 오늘부터 식물 박사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가니 멤마 그림, 심수정 옮김 / 카시오페아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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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지? 신기하고 재미있는 식물도감> 책을 카시오페아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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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 1. 월. AM 3:45.


<깜짝 놀랐지? 신기하고 재미있는 식물도감>을 읽고 기록
 

1. 식물에 대해 알고 싶어

<깜짝 놀랐지? 신기하고 재미있는 식물도감> 책은 잡초 연구가로 잘 알려진 식물 학자인 이나가키 히데히로님과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신 가니 멤마 님이 함께 만드신 책이다. 70종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식물을 재미있고 기억에 잘 남는 그림과 함께 2쪽에 거쳐 설명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 이런 식물이 존재하네?라는 감탄을 하면서 읽었는데 그림이 있어서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식물의 이름, 식물 그림, 식물에 대한 설명과 식물이 사는 곳, 마음의 소리를 2쪽에 거쳐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앉은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는 책인데 조금 더 즐겁게 읽으려면 하루에 조금씩 나눠서 읽는 것이 훨씬 기억하기도 좋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2.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식물 그림책


식물을 키우게 되면서 식물에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깜짝 놀랐지? 신기하고 재미있는 식물도감>을 신청했다.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내가 여행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식물을 책 속에서 만날 수 좋았다. 사실 어떤 식물들은 여행을 가도 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특이하고 신기하다. 이 책을 기반으로 70종의 식물들이 있는 화원이 만들어지면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책에서 본 식물들의 진짜 모습이 궁금해졌다. <깜짝 놀랐지? 신기하고 재미있는 식물도감>을 읽으면서 식물 이름을 보고 그 아래에 있는 식물 그림을 봤는데 실물 사진이 궁금해 인터넷으로 사진을 찾아봤다. 그랬더니 그림이 실물을 어찌나 잘 담았는지 놀라고 또 놀랐다. 너무 기괴하게 생겨서 실제로도 이렇게 기괴할 수 있나 싶어 찾아보고 간편하고 알기 쉽고 기억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린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림과 글을 함께 보면서 정말 궁금하면 사진도 찾아보며 비교해 가며 읽는 것도 이 책의 재미 포인트다. 즐겁게 잘 읽었고, 정말 재미가 났다.


3. 나도 오늘부터는 식물 박사?!


70종의 식물을 봤을 뿐인데, 모든 식물을 다 안 듯한 뿌듯함이 생겼다. 사람들에게 세상에 이런 식물들이 있어라고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신기하고 특이한 식물 말고도 우리 도처에서 볼 수 있었던 식물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알 수 있어 재미있게 읽었다. 식물 그림책으로 나왔지만 정말 많은 정보를 제대로 담고 있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인 덕분에 누구나 쉽게 접근해 읽을 수 있고, 읽은 후 식물 박사가 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을 시작으로 더 많은 식물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그리고 도처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을 볼 때 그 식물들의 이야기도 알고 싶어 졌으니 책이 참 재밌었던 모양이다.
 

4. 식물을 안다는 것. 기억에 남는 식물


길을 걷다 보면 파란빛과 흰 빛이 섞인 큰 개불알풀이라고 부르는 꽃을 만난다. 나는 이 작은 꽃이 얼마나 예쁜지 발견하면 사진을 찍고 한참 그곳에 머문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꽃이지만 볼 때마다 싱그러운 개불알풀만이 가진 매력에 한참 매료된다. 책을 통해 이 꽃의 이름이 봄까지꽃이라는 이름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는 개불알풀보다 봄까치꽃이라고 불러야겠다고 생각했다. 꽃 말은 기쁜 소식이고 왜 큰개불알풀이라고 불리게 됐는지 강아지의 뒷모습과 꽃의 모양을 비교해 줘서 이제야 납득이 됐다. 그래도 나는 이 꽃을 이제 봄까치꽃이라고 부르려고 한다.

시골에서 길을 걷다 보면 으레 만나던 산뱀딸기가 지금도 기억난다. 올망졸망 귀엽게 자리 잡고 붉게 동그란 열매 위에 작고 동그란 솜털들이 가득 박힌 딸기는 볼 때마다 이름처럼 뱀이 생각났다. 이 책 속에서 이름과 달리 뱀이 먹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게 됐고, 무엇보다 독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런데 사실 나는 이 산뱀딸기를 이미 여러 번 먹어봤고 맛을 알고 있다. 아무런 맛도 향도 없다고 했지만 그 특유의 맛이 있는데 이건 먹어본 사람만 안다.

그 외에도 성경책 안에서 봤던 강털소나무(므두셀라)와 네잎클로버가 네 잎이 된 이유를 알게 된 것이 참 좋았다. 상처 때문에 잎이 하나 둘 더 늘었지만 오히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 네잎클로버의 모습에 마음이 참 따뜻해짐을 느꼈다. 

매일 몇 장씩 책을 읽어가면서 줄어드는 그림책이 아쉬운 건 참 오랜만이다. 이 책은 나이대 상관없이 선물할 수 있고 좋아할 책이다. 식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즐겁게 읽고 여러 번 읽으면서 식물 박사가 되어 누군가에게 식물들을 설명할 날을 기분 좋게 상상해 봤다.


이 책을 보내주신 카시오페아 출판사님과 인디캣님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즐겁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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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지? 신기하고 재미있는 식물도감> 책을 카시오페아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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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언어 - 나를 잃지 않고 관계를 회복하는 마음 헤아리기 심리학
문요한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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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언어> 책을 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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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2. 18. 월. AM 2:27.

<관계의 언어>를 읽고 기록


* 책 내용을 [] 안에 넣었습니다.

관계의 언어라는 책을 받고 이 책은 꼭꼭 씹어가며 읽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책을 펼쳐 목차를 읽고 너무 빠르고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정말 아껴가며 읽었다. 읽고 생각하고, 다른 책들과 강의에서 들었던 내용들을 더해 생각하는 시간을 길게 가졌다. 책 안에 담고 있는 내용이 쉽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다. 많은 내용들이 들어 있는 치유심리분석 책이다.

관계 안에서 우리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좋은 관계가 되기 위해 ‘마음 읽기’와 ‘마음 헤아리기’를 숱하게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안에서 자신을 잃고 관계 피로라는 증상을 앓게 된다. 요즘 사람들은 많은 시간 과도한 업무와 많은 관계 안에서 헤매며 각자의 피로 사회 안에서 헤매고 있기에 관계의 언어 책이 꼭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어 갔다.

1.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마음 헤아리기’는 상대의 마음뿐 아니라 자기 마음도 헤아리는 균형을 강조한다. 65쪽]

[상대에게 원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비참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 헤아리기 능력이 부족한 상대를 배려하는 성숙한 모습이다. 67쪽]

[그런데 마음 헤아리기 능력은 그 능력이 발달하는데 ‘결정적 시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비록 어린 시절에 아이의 마음에 관심을 둔 부모 밑에서 자라지 못했더라도, 크면서 다른 대상을 만나서 발달할 수 있다. 76쪽]

우리는 태어나면서 처음 대면하는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그들과의 상호작용 안에서 마음 읽기와 마음 헤아리기 기술을 배워나간다. 그래서 어린 시절에 어떤 사람들과 만나 어떤 경험을 했는지에 따라 사람마다 관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기술이 달라진다. 첫 시작을 맺은 사람들과의 관계 안에서 눈치를 보며 안정적 애착을 경험하지 못하고 자란 아이의 경우 마음 읽기는 발달할 수 있지만, 마음 헤아리기 능력이 발달하지 못한다. 그리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발달한 마음 읽기마저도 왜곡된 시각으로 바라본 상태에서 잘못 판단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오히려 관계를 망가트리고, 자신의 마음마저 망가트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1장 부분을 읽으면서 그동안 맺어왔던 숱한 관계들을 되돌아봤다. 눈칫밥을 먹고 자랐던 나는 마음 읽기 능력은 탁월했던 반면, 마음 헤아리기 능력이 부족했다. 상대와 나의 마음을 동시에 헤아려서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상대의 표정과 목소리로 과거 경험들을 반추해 상대의 마음을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럼에도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시간이 많이 지나서야 깨닫고, 인정하게 됐다.

어린 시절 관계를 맺은 사람들의 표정과 목소리를 나름대로 읽어내 생존해 왔던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그 경험을 버리지 못하고 그대로 인간관계에 적용한다. 그 노력의 결과는 어떤 마음도 대면하지 못하고 관계가 어렵다 못해 무서운 지경에 이르게 만든다. 1장을 읽으면서 마음 읽기와 마음 헤아리기 능력이 함께 발달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어린 시절에 마음 헤아리기 능력이 발달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자라서 충분히 다른 대상들을 만나(건강한) 발달할 수 있다는 말이 많은 위안을 줬다. 관계가 도통 어렵고 풀리지 않는 사람이라면 1장을 읽으면서 마음 읽기와 마음 헤아리기가 어떻게 다른지 생각하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과거 경험과 상처 속에서 발달하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고 앞으로의 관계에서는 총체적으로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성숙이 시작될 거라고 생각하며 2장으로 진입했다.


2. 서로 좋은 관계로 가는 길

[형석의 이질적 경험은 주로 부모가 그에게 보여준 분노와 관련이 있다. 분노로 뒤섞인 이질적 경험은 다른 사람에게 투사되기 쉽다. 그리고 투사에 그치지 않고 상대가 다시 자신에게 화를 내도록 조종하는 경우가 많다. 내부에 있는 불편한 감정을 외부에 투사하고, 더 나아가 상대가 그렇게 느끼도록 조종하는 것을 심리학에서 ‘투사적 동일시’라고 한다. 과거의 관계를 현재의 관계에 계속 재현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렇게라도 해야 자신에 대해 적절하다고 느낄 수 있다. 89-90쪽]

[이들은 제2의 애착 대상을 만났거나 독서, 글쓰기 등 자기 치유와 자기 이해의 과정을 거쳐 자신에게 내면의 벗이 되어 주었기에 안정애착을 ‘획득’했다. 아동, 청소년기 경험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시기 만이 삶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단, 초기 경험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면 한 가지 조건이 있다. 과거가 현재에 끼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111쪽]

[이해받고,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었던 욕구... 미워하고 혐오하는 겉모습의 밑바닥에는 여전히 상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고,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욕구가 있다. 137쪽]

2장에서는 마음 헤아리기 능력이 발달한 사람들에게서 보이는 특징들을 알게 됐다. 2장을 읽으면서 나는 그동안 관계 안에서 너무 교만했음을 깨달았다. 말하지 않아도 다 안다.라는 식으로 관계를 대할 때가 많았던 것을 드디어 깨닫게 된 것이다. 말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모른다는 것, 상대의 마음은 직접 물어봐야 알 수 있다는 당연한 것을 이제야 깨닫고 받아들이게 됐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지레짐작해서 때려 맞추듯이 상대의 마음과 감정을 판단해서 행동하고 말했던 것들이 오히려 배려가 아니라 불편함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래서 나는 이 장을 읽는 중에 남편과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와 표정이 내게 어떻게 읽혔든 상대에게 직접 묻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선물하고 배려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서였을까. 남편과의 관계도 훨씬 좋아졌다. 책을 읽고 난 주말 남편이 내게 말했다.

“너와 함께 살아서 내가 너무 행복해. 고마워.”

라고 말하는 남편의 말에 감동스러운 주말을 보냈다. 그동안 나는 내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남편에게 줬었다. 그것이 남편의 행복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며 나름 최선을 다해 아내의 역할이라는 것들을 했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내가 했던 행동들이 남편의 행복이 아닌 오로지 내 행복을 위해서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관계의 언어 책을 읽으며 드디어 그것들을 모두 내려놓고 남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지금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원래는 내가 마음대로 메뉴를 정해 음식을 만들어 줬었다.),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지금 감정은 어떤지, 어떤 상황 때문에 힘이 드는지 등 구체적으로 남편의 마음을 물었다. 그래서였을까. 우리들의 관계는 다음 단계가 있나 싶을 정도로 좋았다고 생각했는데 더 깊은 단계로 나아간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남편이 어떤 말을 하든 쉽게 판단하지 않았고, 충고하지 않고, 비판하지 않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로 반응했다. 그래서 우리의 대화는 더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졌다.


3. 마음 헤아리기의 작동

[‘왜 저렇게 표현하고 행동할까?’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나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177쪽]

[누군가를 돕는 것에서 자신의 가치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잉친절은 상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보다는 더 의존적으로 만들 수 있고, 결국에는 좋은 말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의 공감은 역기능적이며 결국 공감 피로에 빠지고 만다. 185쪽]

[마음 헤아리기는 자기와 관계의 균형을 중시하므로, 이 능력이 발달한 이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만큼 자신의 마음도 이해하며 관계를 맺는다. 그렇기에 ‘마음 헤아리기 피로’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186쪽]

[인간은 익숙한 것을 추구한다. 그것이 설사 안 좋은 것이라도 오랜 시간에 걸쳐 익숙해지면 그것 자체가 정체성이 되고 편안함을 준다. 그러니 자기 친절과 자신의 마음 헤아리기가 낯선 것은 당연하다. 187쪽]

3장을 읽으면서 나는 정말 많은 부분에서 타인과의 관계 이전에 자신에 대한 마음 헤아리기가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생각했다. 자신과의 대화 부족, 자신에 대한 앎의 부재, 자신의 욕구를 방치하고 타인의 욕구에 반응하는 등의 과거 행동 방식들을 떠올리며 이 장을 깊게 읽어 갔다.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신과의 관계라는데 나는 나와 잘 지내는 방법을 몰랐고, 배우지 못했다. 덕분에 외부 세계를 통해 내면의 욕구를 채우려고 노력했다. 타인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타인의 고마움의 표현과 표정을 보며 마음을 마비시켰다. 그래서 타인과 관계는 좋았을지 모르지만, 나와의 관계는 최악으로 향해갔다. 그리고 시간이 더 흐르자 좋았다고 생각했던 타인과의 관계도 부담만 가득 안겼을 뿐 좋았던 적이 없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됐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일방적인 은혜와 사랑이 고마움보다 부담과 불쾌함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상대의 의존에 의존하고 있었던 의존형 인간이라는 것도 얼마 전 깨달은 사실이다. 그때의 불쾌함과 수치심, 두려움과 공허함은 오랫동안 무기력 상태에 머물게 했다. 얼마 전까지 나는 타인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음에도 타인도 나도 그 누구도 만족하는 결과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나의 애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그러던 중 만난 책이 관계의 언어다. 요즘 한참 관심을 가지고 나의 문제점들을 받아들이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에 참 좋은 책을 만나 나와의 안정 애착에 더 깊게 나아갈 수 있었다.

3장을 읽으면서 나는 자신과의 관계를 가장 아름답게 가질 수 있는 사람이 타인도 나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정리했다. 그리고 나를 더 건강하게 보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많이 배운 장이 3장이다.


4. 관계의 언어

[관계 안에서 자아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라 ‘나’도 커지고 ‘너’도 커지고 ‘우리’도 커갈 수 있다. 그것이 마음 헤아리기에 바탕을 둔 좋은 관계다.... “인간은 반복하는, 더 정확히 말하면 ‘연습’하는 생명체다. 더 정확히는 연습하지 않을 수 없는 생명체다.” 256쪽]

내 마음을 헤아리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4단계를 배운 장이 4장이다. 4장을 읽어 가며 남은 책의 쪽수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보고 아쉬움을 느꼈다. 정말 많은 것들을 생각할 수 있는 내용들이 담겨있어 결코 가볍지 않은 책이다. 읽고 또 읽으면서 생각 위에 생각을 하며 정리해 간다면 많은 것들을 깨닫고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2주에 걸쳐 꼭꼭 씹듯이 천천히 읽었다. 한 문장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요즘 다행히 시간이 많았다.), 또 한 문장을 읽고 일기를 쓰고 과거를 정리해 갔다. 관계의 언어 책은 나와의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가면서 타인과의 관계도 건강하게 만들어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세상엔 완벽한 사람도 완전한 사람도 없다. 그러니 우리 모두 불완전하고 부족하고 상처가 많은 사람임을 받아들이고 천천히 마음과 관계를 헤아리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배워나갈 수 있다. 나도, 책을 읽을 누군가도 과거의 경험들을 살려 오늘의 행복을 위해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과정을 통해 완전함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기도한다. 책을 읽는 시간 나를 탓하기도 하고, 과거의 실수들을 반성하기도 했고, 책에서 배운 것들을 적용해 보기도 했다. 책 덕분에 내 감정을 제대로 직면하고 차분하고 부드럽게 상대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그래서 참 도움을 많이 받은 책이었고, 멋진 경험을 선물 받았다.


<관계의 언어> 책을 보내주신 더퀘스트 출판사와 문요한 저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정말 멋진 시간 보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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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언어> 책을 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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