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셸리 리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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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을 읽고 기록


<흐르는강물처럼> 책을 다산북스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고 기록

1. 무지개 빛 감정 스펙트럼

감정의 빛깔의 종류는 몇 개나 있을까. 나는 <흐르는 강물처럼>을 읽고 감정의 종류에 대해 생각했다. 기쁨, 슬픔, 미움, 분노, 환희 등 셀 수 없이 많은 감정들이 책을 통해 흘러 들어왔다. 나는 이 책을 2023년 11월에 만나 2024년인 1월까지 마음에 담아두고 생각했다. 주인공에 감정 이입된 것일까. 주인공의 감정들이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진짜 일어났던 일인 것처럼 내 마음에 파동을 일으켰다. 참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책은 개인적 소망으로 꼭 영화로 나왔으면 한다. <흐르는 강물처럼>은 윌슨 문을 만나 사랑에 빠진 여린 소녀가 단단한 여인이 되기까지를 그린 소설이다. 윌슨 문(윌)을 만나 사랑에 빠진 소녀의 이야기를 볼 때 내 마음도 복숭아 겉에 있는 솜털처럼 가슬가슬하게 일어났다. 사랑에 빠져 사랑을 전하는 서로의 모습에서 간질간질한 기분 좋은 부끄러움을 느꼈다. 윌슨 문은 자신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소녀와의 사랑을 위해 마을에 남았고 얼마 후 참혹한 죽음을 맞이했다. 윌슨 문의 참혹한 사망을 마주하면서 소녀가 느꼈을 분노를 함께 느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소수 민족이 지나왔을 진짜 역사를 알게 됐다. 마음이 아프고 분노가 느껴지고, 속이 타들어 갔다. 이 소설은 그냥 사랑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윌슨 문의 참혹한 사망을 그리는 부분에서 알게 됐고, 나는 소설을 읽기 시작한 것을 약간 후회했다(원래 나는 선입견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책의 짧은 소개글을 읽지 않는다.). 오랫동안 윌(윌슨 문)의 사망이 내 안에서 재생되고 또 재생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윌의 이야기는 소설 속 하나의 장면이지만, 실제 소수 민족이 걸어왔을 역사 속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 아픔을 딛고 살아야 했을까 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했다. 소설은 윌을 통해 내게 새로운 생각거리를 선사해 줬다. 그리고 그 둘의 만남이 아주 짧게 끝나서 아쉬웠다.


2. 복숭아와 소녀 그리고 여인

<흐르는 강물처럼> 소설은 복숭아를 매개로 많은 것들을 그려낸다. 복숭아의 겉면은 부드럽고 달콤하지만, 콱하고 그냥 베어 물면 안에 씨가 팍 하고 치아에 걸리는 것처럼 복숭아는 소설 속 주인공인 소녀와 닮았다. 부드럽고 유하기만 했던 소녀가 복숭아가 자라 열매를 맺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단단한 씨앗을 가진 여인이 되어간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복숭아와 복숭아나무는 중요한 장치다. 가족을 연결해 주는 소중한 나무면서 소녀가 여인이 될 수 있도록 해 주고, 잃어버렸던 아들과의 연결도 복숭아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 복숭아와 복숭아나무는 정말 중요한 장치이기 때문에 눈 여겨봐야 한다.

가족들이 삶이 복숭아나무를 통해 시작된 것처럼 복숭아나무는 소녀가 다른 곳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의존적인 성향과 성격을 버리고, 새로운 곳에서 완전히 다시 피어날 수 있도록 도와준 고마운 존재기도 하다. 복숭아나무와 함께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면서 소녀는 진정한 독립된 여인으로 거듭난다. 복숭아가 몇 년 동안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자리를 잡기 위해 시간이 필요했던 것도 여인의 모습과 닮아있다. 그리고 복숭아나무를 통해 여인은 새로운 친구와 인연들을 삶에 들이게 된다. 아무것도 없는 헛헛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되어준 존재가 복숭아 나무라는 라는 생각을 하며 소설을 읽어갔다.

3. 구 가족과의 이야기

항상 이기적인 동생 세스와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모든 집안일을 어린 딸에게 맡겼던 의존적인 아버지, 그리고 절망스러운 현실을 피하려고 자신의 진짜 구 가족과 인연을 끊고 어린 조카에게 의존했던 오그 이모부를 보면서 내 원 가족의 모습을 봤다. 그래서 그들을 보면서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던 많은 감정과 이야기들을 해소할 수 있었다. 가족이지만 남보다 더 못하고 삶을 갉아먹었던 가족들을 떠나는 일은 소녀가 아이를 낳기 위해 집을 떠나면서 일어났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모든 역할을 당연한 일 인양 떠맡았던 소녀의 모습에서 서로가 서로를 의존하며 지속하는 가족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소녀는 책임감이 강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남겨진 다른 가족들을 돌보면서 자신의 의존적 성향을 발휘했고, 소녀의 의존적 성향에 나머지 가족들은 최선을 다해 의존하면서 건강하지 못한 가족의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당연한 일인 것처럼 느껴졌던 소녀의 돌봄 무료 서비스가 아이를 낳기 위해 잠시 집을 떠나면서 완전히 부서진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소녀의 아버지는 혼자서 모든 집안일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독립된 존재가 됐고, 갈 곳 없이 보였던 이모부는 자신의 원래 가족을 찾아 떠났으며, 동생 세스는 일거리를 찾기 위해 집을 떠났다. 소녀가 모든 돌봄을 중단하자 자연스럽게 각자는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독립된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나는 소녀가 여인이 되어가는 모습 속에서 가족들도 독립된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고, 당연한 건 없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됐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사람들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정서적 폭력을 정당화하고, 책임이라는 이름으로 무료 돌봄 서비스를 요구하는 일들이 많은데 그 모습을 소설에서 볼 수 있어 좋았다. 이 부분을 보면서 설사 가족이라도 각자 스스로의 삶을 책임져야 진짜 삶을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달았다. 오히려 소녀가 집을 떠나자 다른 가족들도 진짜 자신의 삶을 제대로 직면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소녀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를 누군가의 자식으로 편입시킨 후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었던 여인의 이야기 속에서도 해결해야 할 과제를 뒤로 미뤘을 때 오히려 아픔보다는 슬픔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늘만 눈 감으면 모든 일이 다 잘 될 거야라며 우리는 오늘의 감정과 상황을 마주하길 거부하고 아주 먼 시간으로 옮기거나, 깊은 감정의 계곡에 묻어버리곤 한다. 그런 상황이 오히려 더 큰 사건과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꼭 소설이 아니더라도 삶에서 마주한다. 소녀의 아이를 맡아 키웠던 여인이 자신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며 합리화했던 감정과 상황들을 처음부터 해결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현재와 진짜 현실을 사는 나의 삶에서의 결정들을 생각했다. 피하지 않는 것, 묻어버리지 않는 것이 진짜 나와 나의 사람을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기면서 책을 읽어 갔다.

4. 감정의 선택은 상대의 몫

여인이 나이가 들고, 복숭아나무도 새로운 곳에서 완전히 정착했을 때 여인은 드디어 아들(루카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소녀의 아이를 키웠던 여인이 아들과의 만남과 삶의 이야기를 편지를 통해 전달했을 때 나는 마음이 싸르르하며 아팠다. 소녀의 아들이 걸어야 했을 길에서 소녀의 아들 역시 누군가의 삶을 책임지며 살아야 했던 모습이 보였기 때문에 마음이 먹먹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서 소녀에게서 옮겨진 아름답지만 건강하지 못한 의존적 성향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어쩌면 아들은 오래전부터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지만 가족 속에 편입될 수 있다고 느꼈던 건 아니었을까. 가족을 지속하기 위해 아들 역시 가족 구성원들 안에서 다른 사람들을 책임지며 의존해 살아냈다. 편지 글들을 그냥 읽으면 막연히 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존재이며, 가족 내에서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생각을 막연히 하게 된다. 그러나 진짜 그 안을 들여다보면 서로가 또 서로를 의존하고, 자신의 책임을 떠넘기는 행동을 지속하며 가족의 모습을 유지해 왔음을 볼 수 있다. 소녀의 아들 역시 소녀처럼 구 가족을 벗어나 군대로 떠나게 되면서 아들(루카스)과 가족들의 진짜 삶이 시작된다. 아들(루카스)의 두 번째 어머니는 두 아들이 떠나면서 드디어 오랫동안 마주하길 거부했던 상황과 감정을 마주하기로 했다(소녀를 만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녀의 남편도 자신의 삶을 제대로 직면하게 됐으며, 소녀의 아들(루카스)도 자신만을 책임지게 되면서 진짜 삶이 시작된다. 마지막에 두 명의 여인이 만나 아들(루카스)에게 덮어뒀던 이야기를 전해야 할지 고민하는 부분에서 소설은 진짜 하고 싶은 말을 전한다.

[“그렇네요. 우리가 아니겠죠. 루카스의 인생은 루카스의 것이니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루카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말해주는 것, 그리고 항상 사랑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것. 그게 전부일 거예요. 우선 그 얘기만 해주면 어때요? 나머지는 루카스가 선택할 수 있도록.” - 426쪽.]

아들의 감정까지 책임지려고 했던 두 여인이 드디어 아들의 감정을 아들에게 오롯이 선택할 수 있도록 아들의 감정을 아들에게 돌려준다. 이로써 진짜 건강하고 독립된 가족이 만들어졌음을 알게 됐다. 혈연에 의해서 만들어진 우연한 집단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독립된 존재로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모여 사랑을 나누는 것이 진정한 가족이라는 생각을 하며 책을 덮었다. 마지막 부분에서 여인이 된 소녀와 아들(루카스)이 만나기 위해 천천히 걸어가는 장면에서 나는 소녀와 윌슨 문이 만났을 때 느꼈던 가슬 가슬하지만 기분 좋은 부끄러움과 행복을 느꼈다. 소설을 보면서 나는 진짜 나의 삶을 살아가는 것과 진짜 가족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울 수 있었고, 오래됐던 감정들을 직면할 수 있었다. 정말 귀하고 아름다운 소설이었다.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아 이제는 진짜 네 삶을 살아라고 맛있는 복숭아를 받은 느낌이었다. 힘들고 외로울 때 한 입 베어 물면 시원하고, 달콤한 육즙이 가득 입 안에 퍼지는 맛있는 복숭아의 향기와 맛이 오랫동안 내 안에 남아 오늘을 살게 할 힘이 되어줄 소설을 만나 정말 행복했다.

<흐르는 강물처럼>을 보내주신 다산북스 출판사님 고맙습니다. 아름답고 멋진 소설을 읽었고, 정말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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