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 숲과 평원과 사막을 걸으며 고통에서 치유로 향해 간 55년의 여정
배리 로페즈 지음, 이승민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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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책을 북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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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를 읽고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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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에세이란

드디어 책을 다 읽었다. 책을 다 읽고 그동안 가지고 있던 에세이가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풀렸다. 요즘 한국에서는 에세이가 유행인지 에세이 작가가 많다. 일상적인 이야기와 공감 가는 글들을 담은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 공급만큼 수요도 많다. 나도 수요자 중 한 명으로 요즘 작가님들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작가님들 만의 감정적 정취에 흠뻑 빠져 에세이란 이런 것이구나. 라며 나름 정리를 했었다. 그런데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를 읽으면서 지금까지 읽었던 에세이와 다른 에세이를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됐다. 여행기록인 듯, 삶의 기록인 듯, 일상기록인 듯, 소설인 듯하면서 견문록인 듯한 글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태도로 읽어야 더 많은 것들을 내 것으로 담아낼 수 있을지 고민을 하며 글을 읽었다. 그리고 살아생전 그가 썼다는 글들과 그가 궁금해졌다. 가볍게 소비할 수 있었던 소비물로서의 에세이가 아니라 진짜를 만난 느낌이었다.


2. 작가에 대한

2020년까지 살아있었다는 작가를 나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글들이 얼마나 섬세하던지 처음에 그가 여성작가라고 생각하며 나름 이미지를 마음에 그렸다. 그러다 그의 아픈 사연을 담은 글을 읽을 때에서야 그가 그(He)라는 것을 알았다. 남성 작가를 여성 작가라고 착각하며 읽을 만큼 그의 글은 섬세하고, 정갈하고, 온전하다. 그동안 내가 작가 님들의 성별로 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부끄러웠다. <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를 읽으면서 마지막 순간까지 작가로 살다 간 그가 너무 멋졌다. 55년이 넘는 세월 동안 80여 개국을 여행하며 쓴 글들을 죽기 전까지 남긴 그의 모습에 감탄을 감출 수 없다. 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작가는 죽어서도 이름과 글을 남긴다는 사실이 한층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사람들이 작가가 되고 싶어 하고, 좋은 글을 쓰려고 노력하는구나라는 사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배리 로페즈가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 그들과의 대화, 만난 동물, 직면한 자연의 이야기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래서 함께 여정을 떠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가 어린 물개들을 구하기 위해 칼을 들고 밧줄을 끊어낼 때 나도 현장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어린 물개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그리고 그가 평생 동안 두 번 경험했다는 신의 성배가 내 마음으로 깊이 파고들었다. 그중 하나의 성배인 "너는 여기서 죽지 않을 거야."라는 말이 아직도 마음에 생생히 울려 퍼지는 기분이 든다. 그와 신의 만남을 묘사하는 부분들에서 나도 신의 성배를 본 때들을 떠올렸다. 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나는 오랫동안 마무리 하고 싶어했던 무의식 속 구속으로부터 자유를 얻었다.


3. 고통에서 치유로

아동 성범죄자로부터 오랫동안 성폭력을 겪으면서 그가 감당해야 했을 분노, 수치심, 불안, 무기력, 아픔 등의 감정이 내게 너무 무거운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였는지 나는 그 부분을 읽고 내리 3일을 아팠다. 경험자가 말하는 고통과 현실, 심리치료사들조차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을 아주 정확하고 적절하게 그려냈고, 설명해 낸다. 어쩌면 죽는 순간까지 가슴에 품었을지도 모를 수치심을 그는 55년 간 80여 개국의 여행들을 통해 게워내고, 해소하고, 치유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범죄자가 가진 높은 신분과 능력, 돈 때문에 그의 범죄를 희석시켜 버리는 오류까지 그는 정확히 짚어낸다. 그리고 자신을 지켜줘야 했을 어머니조차 자신의 불안과 고통을 대면하지 않기 위해 아들을 외면한 모습에서 아동 성범죄의 진짜 민낯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느낌처럼 그의 어머니는 알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그녀 자신을 위해, 현실을 위해 모른 척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직접 피해 상황을 귀에 듣고서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방어 기제를 확실하게 펼쳐 마지막일지도 모를 아들과의 화해의 시간을 잃어버리는 것을 글을 통해 보고 나도 모르게 분노했다. 그리고 그 글들을 모두 읽고서야 배리 로페즈가 작가가 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는 숱하게 떠나고, 돌아오고, 느끼고, 게워 내고, 모으고, 흩어 냈고 그것들을 담아내기 위해 작가가 된 것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 생각을 한 순간 나도 죽는 순간까지 글을 쓰고 싶다고,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잘못 없이 벌어진 엄청난 상처 앞에서 그를 지켜줘야 했을 어른들이 저지른 실수와 2차 가해가 폐부를 찌르듯 아픈 마음을 느끼게 했다. 어른들 때문에 잃은 그의 선택권이 가슴 아팠다.


4. 가장 길게 하는 대화 여행

<364쪽 - 현장 조사와 글쓰기를 하며 80개국 가까이를 여행했는데, 세 상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어디인가 하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내 대답은 늘 동일하다. 여기. 이곳이 내가 나 외의 바깥 세계와 가장 길게 대화하는 곳이다. 이곳이 내가 그 세계의 깊이를 시 험하고 여전히 나 자신의 무지를 발견하는 곳이다. 이곳은 나에 게 친숙한 숲이자 무한히 새로운 숲이다.>

그는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자신과 대화를 나눴을까. 그리고 그가 떠난 곳에서 만난 많은 것들과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눴을까. 그가 나눈 대화들이 고스란히 글에 담겨 있어 그의 삶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다. 그가 작가라는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그의 생각에서 끝났을 것들이 모아졌고, 나눠졌고, 이뤄냈다. 그가 떠난 여정을 통해 우리도 함께 치유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그러니 이제는 닫아뒀고, 묻어뒀던 치유로 떠나도 된다고 그는 이 책을 통해 마지막으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더 깊은 치유의 차원으로 떠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 아침 그의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나를 묶고 있던 오래된 감옥으로부터 벗어났다.


5. 그의 다른 글들도 궁금해졌다

<387쪽 - 돕는 삶을 사는 것이 자신의 진정한 염원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배리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당신을 사랑한 우리에게 당신의 삶 자체가 도움이었습니다.>

최근에 들은 강연 중에 히어로와 빌런의 처음은 같다는 말이 떠올랐다. 둘 다 시작은 아팠고, 어두웠고, 미약했다고 말이다. 히어로와 빌런의 처음 모습은 같지만 그들의 삶의 모습과 마지막은 결코 같지 않다. 일어설 수 없을 만큼의 상처를 받고 아팠지만 히어로는 그것을 통해 치유를 만들어내고 세상을 바꾼다. 반면 빌런은 자신이 너무 아팠고 힘들었기 때문에 세상을 더 어둡고 아픈 세상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그 생각을 하면서 그의 글을 들여다보니 그는 히어로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글을 통해 자신을 돕고, 사람들을 돕고, 사랑을 나누려고 했으니 말이다. 상처받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히어로가 아니라 빌런의 마음을 갖는다고 했다. 그런 마음을 갖는 것이 훨씬 쉽고 당연한 반응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팠으니까 너도 아파도 돼, 네가 아픈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빌런 <?>스러운 마음이 세상 도처에서 발견된다. 그럼에도 배리 로페즈 같은 사람들이 구석구석에 존재하면서 세상을 밝게 물들인다. 깜깜한 동굴에 빛 한 조각만 있어도 출구를 향해 걸어갈 수 있는 것처럼 배리 로페즈 같은 빛을 가진 사람들이 세상을 밝혀 낸다. 나는 <여기 살아 있는 것 등을 위하여> 책을 읽고 배리 로페즈 작가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지만 아주 오래전에 알았어야 했고 만났어야 했을 사람을 이제야 만난 듯 아쉽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정말 즐겁게 잘 읽었고, 많은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빛으로 걸어가는 시간을 가졌다. 그가 생전에 남긴 글들을 천천히 찾아봐야겠다. 마지막 데브라 과트니가 말한 것처럼 그는 삶 자체가 사랑이었고, 도움이었다. 나도 배리 로페즈 같은 삶 자체가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며 책을 덮었다.

책을 보내주신 북하우스 출판사와 인디캣 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정말 고마운 여정을 책을 통해 경험했습니다. 책과 함께 떠나본 55년의 여정은 내게 큰 모험이 되었다.

누군가에게도 이 책과 함께 멋진 여정이 시작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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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살아 있는 것들을 위하여> 책을 북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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