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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 ㅣ 시공 청소년 문학
최이랑 지음 / 시공사 / 2017년 8월
평점 :
90년대 초반 강남의 삼풍백화점은 풍요와 사치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1995년 6월 29일 오후에 삼풍백화점은 붕괴되어 수많은 사상자를 남기게 되었다.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이유는 다름 아닌 부실공사와 무리한 건물 개조 때문이었다.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이 사건을 잘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삼풍백화점 붕괴는 세월호 침몰과 닮은 점이 많다. 삼풍백화점 붕괴와 세월호 침몰은 모두 인간의 무한탐욕과 무책임성에서 비롯된 대재앙이기 때문이다.
최은영 작가가 쓴 [1분]이란 장편소설은 삼풍백화점 붕괴라는 대재앙을 모티브로 쓴 청소년 소설이다. 소설에서는 써버라는 아이돌 그룹의 팬미팅을 서진타운에서 진행하는데 그 자리에 참석한 수백 명의 청소년들이 건물 붕괴로 죽는다. 이는 세월호 침몰을 연상시키는 스토리다. 수학여행이라는 가장 기쁜 순간에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단원고 학생들처럼, 자신이 사랑하는 스타를 만날 수 있는 팬미팅에서 건물의 붕괴를 경험한 청소년들은 천국에서 일 순간 지옥으로 추락한다. 과연 그들의 아픔과 슬픔 그리고 분노는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 것인가?
[1분]은 청소년 소설이지만, 단지 청소년만을 위한 소설은 아니다. 왜냐하면, 청소년이든 기성 세대든 우리가 앞으로 살아갈 대한민국에 삼풍백화점 붕괴와 세월호 침몰과 같은 대재앙을 막아야 할 공동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대재앙을 막을 수 있는 첫걸음은 바로 이러한 대재앙을 기억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재앙이 발생하면 가장 연약한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삼풍백화점이 붕괴되고 나서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이 법정에서 선고받은 형량이 7년형이라고 하였다. 건물 붕괴로 500명이 넘게 죽었는데, 의도성이 없다는 이유로 7년형이 선고되었다면 이는 과연 정의로운 판결인가? 대한민국에서 이러한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 사건을 기억하고, 그 재앙에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을 정의와 공의로 심판하여 사람이 아니라 돈을 선택한 사람들이 그에 따른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안전의식과 사법정의가 온전히 확립되지 않고서는 대한민국에서 대재앙을 막을 수 있는 길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