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와 강적들 - 나도 너만큼 알아
톰 니콜스 지음, 정혜윤 옮김 / 오르마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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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톰 니콜스는 대학교수로서 미국 대학의 무지와 미국 사회의 반지성 주의에 대해 한탄한다. 그리고 그의 한탄은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으로 절정에 이르렀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 기간 내내 직접적으로 지식인들과 전문가를 조롱하며, 자신은 그들보다 훨씬 더 뛰어난 인물이라고 말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 대중들은 전문가의 말보다,  트럼프의 말을 더 신뢰했다.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 사회가 얼마나 지식인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잘 묵살하고 그들이 각자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대학교육의 실패와 인터넷의 확산으로 인해 시민들의 지적 수준이 하향 평준화되었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지적 하향 평준화란 말은 자칫 고학력 인구가 많은 현대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말 같다. 그러나 실제로 모두가 대학생인 사회에서는, 아무도 제대로 된 대학생이 아니다. 그리고 모두가 지식인인 사회에서는, 아무도 제대로 된 지식인이 아니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에 익숙한 자본주의 사회의 대학교육은 그저 졸업생 찍어내기식의 대량생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문제는 대학생이 너무 많고 그들 중 상당수가 특별히 대학에 갈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오늘날의 미국에서는 모두가 반드시 대학에 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새로운 교육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악의 경우에 학위는 교육도 훈련도 아닌, 출석만을 보증해준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등록금을 제대로 냈다는 사실만을 입증해 줄 뿐이다. -140p.

대학생들이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고도 자신이 지적으로 수준이 낮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인터넷 때문이다. 인터넷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에게 IQ가 100은 더 높아진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한다. 왜냐하면 모든 정보를 검색을 통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에 있는 정보를 다 믿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일까?

포머의 법칙은 인터넷이 누군가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경우는 의견이 '없는' 상태의 사용자를 '잘못된' 의견을 가지도록 만드는 경우뿐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스킷의 법칙은 인터넷에서 남이 올린 글에 들어 있는 실수를 바로잡아 주는 글 역시,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실수가 반드시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195p.

대학교육의 하향평준화와 인터넷의 과잉 의존 현상은 오늘날의 대학생들을 그 어느 시대보다 우매하게 만들었다. 비싼 학자금 대출과 여러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 이러한 대학교와 대학원을 진학하는 것이 심각한 돈 낭비, 시간 낭비임에 틀림없건만 상급학교의 진학이 편의점을 가는 것처럼 당연시되는 이 세상에서 대학생다운 대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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