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시인은 가난하다. 물론 부유한 시인도 있겠지만 그것은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이다. 극소수의 대형교회 목회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교회 목회자들이 가난하듯이 말이다. 따라서 가난한 시인들이 돈에 대해서 그리고 경제에 대해서 시를 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들에게 돈은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친구이지만 좀처럼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이방인이다. 돈은 돌고 돌아서 돈이라지만 돈은 웬만해선 그들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시로 읽는 경제 이야기]는 KBS 기자 출신인 임병걸 작가가 경제적으로는 빈곤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운 시인들의 시를 스무 개의 주제로 엮어서 쓴 책이다. 그 스무 개의 주제에는 돈뿐만 아니라, 라면, 커피, 소주, 전기, 기차, 영화와 같은 주제도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저자의 문학적 감수성과 깊은 통찰력에 큰 감동을 받았다. 나는 책의 제목이 경제 이야기여서 '경제'를 잘 소개하는 '경제 입문서'라고 생각하고 책을 펼쳤는데, 실제 책의 내용은 '문학평론'이었다. 그래서 나는 기대 이상으로 책의 내용이 만족스러웠다. 나는 저자가 전등의 발명으로 밤의 낭만이 사라진 이 시대에 대해 한탄하는 부분을 읽으며 그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지금 이 시대는 밤을 잃어버린 시대, 잠을 잃어버린 시대, 심심함을 잃어버린 시대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24시간 전등이 켜지는 실내에서 나 자신을 착취하는 피로사회 프롤레타리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