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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글, 뜻
권상호 지음 / 푸른영토 / 2017년 9월
평점 :
한글은 한자를 기반으로 태어났다. 나와 같은 한글세대는 한자를 잘 모르지만, 실상 한글을 잘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한문을 잘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가끔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배울 때 한문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한국어를 배우는 게 어려울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한국인들은 처음 듣는 단어라도 대충 한문을 생각하여 뜻을 미루어 짐작하는데 외국인들은 그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양권에서는 라틴어를 아는 것이 언어 공부의 시작이라면, 동양권에서는 한자를 아는 것이 언어 공부의 시작이다.
[말, 글, 뜻]의 저자 권상호 박사는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한글과 한자의 의미를 비교적 쉽게 풀이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한자와 한글의 매력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한자는 상형문자다. 한자는 그 한자가 만들어졌을 당시의 세계관과 철학이 담겨있다. 그에 반해 한글은 표음문자다. 한글은 개별 문자 자체에 뜻이 있다기보다는 소리를 통해 의미를 전달한다. 그런 점에서 한자와 한글은 서로 다르지만 상호보완적 관계처럼 보인다. 한문이 표현할 수 없는 소리를 한글은 표현하고, 한글이 담을 수 없는 의미를 한문은 담는다. 따라서 누구라도 한글과 한문을 잘 아는 것은 복이다. 그는 누구보다 더 풍성하게 표현하고, 깊이 있게 의미를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시간과 공간의 한계에 갇혀 있는 존재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올 수 없고, 한번 떠난 공간은 다시 찾아간다 한들 예전의 그 느낌을 다시 주지 못한다. 이 책에 담겨있는 인간, 시간, 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은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전한다 할지라도 인간은 역시 인문학을 통해 인간이 된다는 것을 다시금 나에게 상기시켜 주었다. 깊어져 가는 가을에 인문학적 성찰이 돋보이는 수필집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