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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 - 300명 국회의원, 2,700명 보좌진 그 치열한 일상
홍주현 지음 / 지콜론북 / 2019년 10월
평점 :
지난 10월 14일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조국 법무부 장관이 퇴임했다. 그가 퇴임한 것에 대해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조국 장관 임명 이후 갈수록 악화되는 민심과 정부와 집권 여당의 추락하는 지지율을 더 이상 여당이 외면하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내년 2020년 4월 15일 수요일에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전국적으로 치러진다. 이 총선이야말로 여당이나 야당 모두 사활을 걸고 싸우는 전쟁과 같기 때문에 조국 사태로 이반된 민심을 빨리 보듬는 것이 여당 입장에서는 시급한 일이었을 것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국회의원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책이 하나 출간되었다. '대한민국 국회 보좌관입니다'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10년간 일했던 홍주현 전 보좌관이 자신의 국회 경험을 수필 형식으로 쓴 책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모두가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국회 내부의 속 사정을 알 수 있어 유익했다.
이 책은 전체 3장으로 되어 있는데, 1장은 '국회에는 국회의원이 없다', 2장은 ' 국회의원의 그림자, 보좌관의 세계', 3장은 '민심을 반영하라, 법 만들기'란 제목이 각각 붙어 있다. 저자는 국회에서 자신이 10년간 경험한 실화를 바탕으로 책을 써 내려가기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마치 국회의원실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느낌을 전달한다.
국회의원하면 국민들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은 국회의원하면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를 것 같다. 이는 언론에서 비추어지는 국회의원의 이미지가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실제 국회의원은 국회의원 임기 4년 동안 참으로 치열하게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 국회의원으로서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4년 후에 당에서 공천을 받을지 혹은 유권자들로부터 선택을 받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금배지가 멋있어 보이지만 그 금배지는 4년만 유효할 수 있다. 국회의원도 크게 보면 4년 계약직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의원 본인의 태도와 성향, 나아가 정치 구조 또한 국회의원이 단순히 의원 배지 단 것에 만족하고 천하태평하게 지내는 걸 허용하지 않는다. 국회의원은 일종의 계약직과 같기 때문이다. 계약되어 있는 동안에 일정 수준 이상 성과를 내고 고용자를 만족시키지 않으면 재계약이 어렵듯 4년 동안 성과를 내고 유권자에게 인정받지 못하면 국회의원회관에서 방 빼야 하는 시스템이다." (33쪽)
따라서 국회의원은 4년만 하다 국회를 떠나기 쉽지만, 국회의원 보좌관은 국회의원보다 더 국회에 머물기가 쉬운 편이다. 자신이 보좌하는 국회의원이 낙선하면 다른 국회의원 사무실로 옮기면 되기 때문이다. 저자 역시도 10년 동안 보좌관으로서 다섯 명의 국회의원을 보좌했다고 한다. 때로는 여당의원을 보좌하고 때로는 야당의원을 보좌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 국회의원 보좌관과 관련된 두 가지 에피소드가 떠올랐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작년 말 교대역 스타벅스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노트북으로 해야 할 작업이 있어서 스타벅스 창가에 앉아서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내 뒤의 테이블에 두 사람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두 사람은 학교 선후배 사이였다. 여자 선배는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이었고, 남자 후배는 보좌관을 지망하는 대학생이었다. 나는 가만히 작업 중이었는데, 그들의 목소리가 커서 나도 모르게 대화 내용을 거의 다 듣고 말았다. 여자 선배는 학교 후배한테 보좌관이라는 자리가 힘들기 때문에 그리 권하지 않는 눈치였다. 보좌관의 삶이 생각보다 낭만적이지 않고, 개인 시간이 없어서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정치적 견해가 보좌하는 의원과 다르더라도 의원의 견해에 따라서 무조건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보좌관의 세계를 처음 그때 듣고 나서 그 삶이 참으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좌관과 관련된 두 번째 에피소드는 내가 아는 여자 청년의 남자친구가 바른미래당 오세정 의원의 보좌관이었는데, 오세정 의원이 서울대 총장을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는 바람에 그 남자친구가 실업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다행스럽게 그 남자친구는 바로 일자리를 잡았지만, 보좌관으로서 자신이 보좌하는 의원이 갑자기 사퇴한다고 하면 보좌관 입장에서는 참으로 당혹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적으로 국회의원 1명당 9명의 보좌관이 있다고 하니, 300명의 국회의원이 있는 국회에는 최소 2700명의 보좌관이 있는 것이다. 실제 보좌관에 들어가지는 않는 인턴과 아르바이트까지 포함한다면 국회의원 1명을 뒤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은 훨씬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주인공을 위해 뒤에서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조연과 엑스트라처럼 오늘도 자신이 맡은 바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보좌관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