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어두운 버전의 오스카 와일드를 읽지 않고 그의 작품세계를 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 스스로 늘 외면했던 나머지 절반의 세계가 채워지기 때문이다.처음에는 분명 그의 연인에게 보내는 고통과 회한의 편지였지만, 어느 순간 그저 자신의 예술관을 스스로에게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삶의 밝은 부분(예술)이 고통이라는 어두운 부분(종교)과 만나 화해하고 하나가 된다. 예수는 고통의 왕이자 최고의 예술가가 된다. 하지만 오스카 와일드가 예수를 닮았다는 말에는 동의하기 힘들다. 그는 오히려 삼손에 가깝다. 그리 될 줄 알았으면서도 연인 때문에 몰락하기를 선택하는. 그리고 무엇보다 당대의 최고 슈퍼스타였다는 면에서 그렇다.
||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위인을 요구합니다. 매번 위인전이 새롭게 나와야 하는 이유이지요. || p. 5, 〈추천의 말〉어린이 수준에 맞춰 쉽게 꾸며진 봉준호 감독 위인전. 봉준호 감독은 사실상 경력 초반부터 승승장구 한지라 역경과 극복이 약한 심심한 성공담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토토’라는 가상 캐릭터의 등장으로 그런 약점을 잘 보완했다. 토토는 팬처럼 봉준호 감독과 인연을 맺고, 영화 제작을 하면서 서서히 감독으로 성장한다. 토토에 감정이입 한다면 유명인을 곁에서 바라보는 것 같은 두근거림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단순한 성장담에 그치지 않고 토토의 배움을 통해 실제 직업 소개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조금씩 전문적인 정보로 독자를 안내한다. 익히 알려진 봉준호 감독에 관한 일화들이 재밌게 재현돼 있다.토토의 고모에 대한 묘사에서 지나친 성고정관념이 거슬리는 걸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는 재밌게 읽힌다. 본문 뒤에 문답 형식으로 감상문을 유도하기도 하고, 교과 연계표도 있어 학습 지도에도 도움을 준다. 한정부록으로 제공되는 스토리보드북 노트는 실제 영화를 만드는 기분을 느껴보기에 적절해 보인다.
저자가 라멘 애호가도 아니고 과학자도 아니어서 그런지 큰 재미는 없다. (전문가 취재로 채워졌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애정도 없고 전문지식도 없으면서 취재만으로 책을 쓴 다는 게 대단하다. 그것도 이런 사소한 소재에 대해 그럴 수 있다니. 그 풍성한 출판 환경이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