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한국대중문화사 1 -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 강헌의 한국대중문화사 1
강헌 지음 / 이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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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추악한 속물성과 전 인류적인 정의에 대한 공감을 동시에 실현하는, 예측 불가능한 개념이다. 대중문화는 바로 이 대중의 표현이자 이들이 생존하는 참호이기도 하다. 이것은 그동안 인류가 구현해왔던 그 어떤 문화보다도 역동적이고 강력하며 그 파급력이 크다. 이 대중문화에서 대중을 분리해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p.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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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단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 1
배명은 외 지음 / 황금가지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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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가지가 운영하는 ‘브릿G‘라는 소설 투고 사이트에 올라온 소설들 중 우수한 단편 공포 소설을 엄선한 단편집이다.

장르소설 대표 출판사인 황금가지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신인을 발굴하는 셈이다.

원래 문학출판사가 할 일이 신인 발굴 아닌가?

공모전이라는 경로도 있지만, 잘 알려져 있다시피 바늘구멍에 가깝다. 그에 비해 훨씬 접근도가 높고 발표의 부담도 없는 브릿G라는 사이트를 잘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아주 새로운 형식으로 본래의 기본으로 돌아간 것 같달까. 암튼 관심 있게 지켜보던 중 이렇게 단편집을 볼 기회까지 생겼다.



처음 책을 펴서 책 날개에 실린 작가들의 소개를 보면 이미 여기에서부터 책의 정체성이 드러나는 것 같다.

첫 순서로 이름이 실린 배명은 작가의 소개를 보자

‘2008년 『한국공포문학단편선』을 보고 매료되어 공포문학에 입문. 일상과 자연의 틈에 토속신앙을 입힌 공포를 쓰는 걸 좋아함‘


이게 다다. 커뮤니티 프로필 소개 같은 느낌.
실제 등단 경력이 있는 작가는 4명에 불과하다.

책이라기 보다는 잡지같은 느낌도 있는데,
무게감 있게 수준 높은 작품들을 엄선했다기 보다는(물론 수준 높은 작품들이긴 하지만) 현시대의 젊은 작가들이 어떤 이야기들을 쓰는지를 보여주기에 더 적합한 책 같기 때문이다.

책은 열 명의 작가들의 단편 열 편이 실려 있고, 마지막에는 저자 추천과 리뷰어의 동의를 얻은 리뷰들이 실려 있는 모양새다.

이 리뷰들 역시 브릿G에서 실제로 독자가 쓴 것들인데, 인터넷 사이트의 생생함과 책의 무게감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취하려는 책의 포지션이 다시금 드러난다.

리뷰들의 수준은 그렇게 높지는 않았기에 따로 코멘트를 달지는 않겠지만, (리뷰에 대한 리뷰를 달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이런 시도 자체가 참 재밌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수준이 높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남이 쓴 글을 그렇게 꼼꼼하게 읽고 분석하고, 해석한다는 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최소한 작가만큼의 품은 들여야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책에 대한 총평을 내려보자면, 브릿G가 지향하는 출판사와 웹사이트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의도 자체는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이런 시도 자체가 장르문학을 넘어서 문학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리고 장르 문학 중에서도 더욱 마이너한 ‘공포‘ 장르에 대해서도 힘을 실어주는 것 같아서 반가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이렇게 호러 장르에 관심이 없을까.



각 작품별로 코멘트를 달아본다.



배명은 「허수아비」

: 일단 ‘허수아비‘라는 소재를 발견하고 그 소재를 다루는 면에서 뛰어난 재능이 느껴졌다.
마치 이토 준지가 소재로 잡고 그려냈을 법한 악몽을(진짜 ‘허수아비‘라는 이토 준지 작품이 없단 말인가? 그게 더 놀라운데..) 훌륭하게 그려냈다.
실제로 도입부는 이토 준지의 느낌도 난다. 하지만 허수아비를 만드는 소름끼치는 장면이라던지, 줄지어 서 있는 허수아비의 비주얼이나 절정부의 영화적인 몽타주(‘올라온다.올라온다!‘)는 이 소설만의 위대한 성취다.
첫 작품으로 선정될만한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이산화 「증명된 사실」

: 이 작품은 워낙에 웹상에서도 인기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브릿G에서 먼저 이 작품을 봤었다.
굉장히 SF적인 접근을 했는데, 연출이나 분위기 보다는 논리적인 반전으로 스산함을 주는 독특한 작품이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간다면 프랑켄슈타인이나 러브 크래프트같은 매드 사이언티스트물도 가능한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왼손 「이화령」

: 긴장감이 대단하다. 제한된 시간, 제한된 체력,
제한된 구간... 잘 통제된 설정 때문에 긴장감이 극대화 된다.
남을 이기기 위해서 자기 자신을 이겨내야 한다는 면에서 스포츠가 가진 잔혹한 면을 그린 짓궂은 작품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유사본 「위탁관리」

: 신체강탈 이야기가 원래 지독하게 불쾌했다는 사실을 오랜만에 상기시켜줬다. 명백히 데이트 폭력, 그 중에서도 데이트 약물? 혹은 물뽕에 대한 은유처럼 느껴졌다.
막판의 하혈 장면은 약자로서의 여성이라는 사회 문제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사마란 「그네」

: 읽는 내내 계속해서 머릿속으로 계산을 하게 만든다.
누가 더 괴로울까. 누가 더 심한 행동일까.
생각은 그네처럼 양쪽을 오간다.
그 계산의 끝에서 마침내 알 수 없는 미궁으로 빠진다. 모든 계산은 무의미해지고, 인생은 공포와 고통만이 남는다. 참혹하다.



장은호 「천장세」

: 월세와 월월세, 월월월세인 천장세까지. 현실상을 담은 이 이야기는 공포라기 보다는 우화에 가까웠다. 거의 벌레나 쥐 수준으로 낮아진 인간의 생활 수준을 다루기에 이보다 좋은 메타포는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공포 보다는 코미디에 적합한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공포로 마무리 지으려는 고뇌가 느껴졌고, 끝내 그 마무리는 아쉽기만 하다.(코미디였으면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지현상 「완벽한 죽음을 팝니다」

: 모든 게 너무 노골적이고 직접적이어서 상당히 아마추어 같은 느낌의 작품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소재와 전개가 아쉽다. 공포로서의 기본적인 틀만 잘 유지하고 있다.



해도연 「이른 새벽의 울음소리」

: 남녀역할의 반전된 재미를 주고, 다시 그 역할이 바뀌면서 작가가 의도한 재미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육아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힘들다는 진리를 보여주기에 적합했다고 생각하지만, 그걸 가상 상태에서 체험하는 게 여자 쪽이라는 점이 조금은 불편했다. 아마 실제 현실과의 괴리가 있는 특별한 경우이기 때문일 것이다.



엄성용 「고속버스」

: 서스펜스를 주기 좋은 재밌는 설정이었지만 충분히 살리진 못한 것 같다.
잘못은 남자가 했는데, 죽어나는 건 여자들이라는 점이 마음에 걸린다. 남자들끼리의 거래로 두 여자의 죽음이 처리된다는 점도 그렇다.



우명희 「더 도어The Door」

: ‘일본인‘이라는 설정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 같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재밌었다.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닫힌 문은 언제나 공포의 대상이다. 안이 제대로 보이지 않은 살짝 열린 문도 마찬가지.
엔딩이 약하긴 했지만 여러가지 상상을 하게 만드는 점에서 미덕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책이 더 많이 나와서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자극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브릿G에서 팬이 된 작가들이 있다. 벌써 그 작가들의 작품을 책으로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황금가지님들 빨리빨리 부탁드립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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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듀나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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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볼 수 있는 의식은 단 하나 자신의 의식뿐이야. 타인의 의식은 단지 추측할 수 있을 뿐이야. 실상 인간이 타인에게 자아가 있다고 추측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자신과 얼마나 닮았는가’.”
이진서는 입을 다문 채 눈을 깜박였다.
“인간과 벌레의 유전정보는 99% 일치해. 하지만 인간은 벌레에게 자아가 있다고 믿지 않지. 이 배의 선원들은 다 제 각각으로 생겼지만 너는 네 선원들에게 자아가 있나 없나 의심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결국, 인간이 누구에게 자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는 단순한 습관일 뿐이야. ‘인간이 아닌’ 인간은 역사상 얼마든지 있었어. 노예라든가, 식민지 주민이라든가, 다른 인종이라든가. 하지만 볼 수 있는 게 자신의 자아뿐이라면 그게 정말 자아인지도 증명할 도리는 없어.” p. 209, 김보영 <얼마나 닮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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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가로 살기로 했다 - 창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민 해결 프로젝트
에릭 메이젤 지음, 안종설 옮김 / 심플라이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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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은 작가가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또렷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소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작가는 몇 년에 걸쳐 다섯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가 아홉 걸음을 후진해 원점으로 돌아오는 롤러코스터를 수없이 경험해야 한다. 처음부터 그런 사태가 생길 줄 알았다면, 그래도 그 롤러코스터에 몸을 맡겼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p.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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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털 세계 지구종말 시리즈 3
J. G. 밸러드 지음, 이미정 옮김 / 문학수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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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크풍 그림과 건축물뿐만 아니라 진귀한 보석들이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매력을 발산하는 것도 바로 그와 같은 시간의 선물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와 같은 예술품들의 복잡한 깃장식과 소용돌이 무늬는 실제로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주위의 시간을 보다 더 많이 끌어모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성 베드로 성당이나 님펜부르크 궁전에서는 그곳에 감도는 영원성을 분명하게 감지할 수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20세기 건축물은 장식 없이 단순한 직사각형 외관이 특징이며, 유클리드의 단순한 시간과 공간 개념을 반영한 결과물이자 신세계의 산물이다. 이 건축물들은 미래의 발판을 굳건히 마련했다는 자부심만 과시할 뿐, 고대 유럽 사람들의 정신을 장악했던 인간의 숙명, 즉 죽음에 대한 고뇌를 전혀 표현하지 않는다. p. 260-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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