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볼 수 있는 의식은 단 하나 자신의 의식뿐이야. 타인의 의식은 단지 추측할 수 있을 뿐이야. 실상 인간이 타인에게 자아가 있다고 추측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어. ‘자신과 얼마나 닮았는가’.”이진서는 입을 다문 채 눈을 깜박였다.“인간과 벌레의 유전정보는 99% 일치해. 하지만 인간은 벌레에게 자아가 있다고 믿지 않지. 이 배의 선원들은 다 제 각각으로 생겼지만 너는 네 선원들에게 자아가 있나 없나 의심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결국, 인간이 누구에게 자아가 있다고 생각하는가는 단순한 습관일 뿐이야. ‘인간이 아닌’ 인간은 역사상 얼마든지 있었어. 노예라든가, 식민지 주민이라든가, 다른 인종이라든가. 하지만 볼 수 있는 게 자신의 자아뿐이라면 그게 정말 자아인지도 증명할 도리는 없어.” p. 209, 김보영 <얼마나 닮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