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설은 작가가 쓰기 시작한 순간부터 또렷하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소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경우, 작가는 몇 년에 걸쳐 다섯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가 아홉 걸음을 후진해 원점으로 돌아오는 롤러코스터를 수없이 경험해야 한다. 처음부터 그런 사태가 생길 줄 알았다면, 그래도 그 롤러코스터에 몸을 맡겼을까?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p. 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