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옛날 이야기이고(1980년 전후), 일본에 해당하는 이야기이고, 지나치게 오타쿠 중심적인 문화의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쳐버리기에는 얻을 수 있는 핵심적 이야기가 너무 많다. 서브컬쳐와 미디어 산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시간을 들여 읽어볼만한 생생한 그때 그 시절, 초기 오타쿠들의 벨 에포크.
객관적인 접근이라기 보다는 저자의 주관적 시선이 강하게 투영돼 있다. 문장도 서툴 때가 많고, 사이사이 본인이 직접 쓴 SF단편들이 첨부 돼 있다. 가상세계에 이미 익숙한 세대가 아니라 그런 현세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전 세대를 상정하고 쓴 것도 저자의 주관이 많이 투영된 느낌을 준다. 메타버스를 설명하는 부분까지는 그나마 객관적이지만, 후반부 ‘개척’ 부분은 상당히 개인적인 아이디어에 많이 기댄다. 그럴 때마다 깊이감이 부족하고 단편적이라고 느꼈다. 장단이 있겠지만 제목을 보고 좀 더 치밀한 정보를 기대했던 터라 당황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