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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색 양동이 - 감성을 키우는 그림동화, 여름
나가타 모에 그림, 타치하라 에리카 글, 신현숙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2년 9월
평점 :
절판
<바다색 양동이>
출판사 : 학산문화사
글 : 타치하라 에리카
그림 : 나가타 모에
옮긴이 : 신현숙
장르 : 어린이 / 동화
새로 장만한 양동이를 들고 소녀는 바다로 갔어요.
여름바다는 푸르고 큰 유리처럼 반짝반짝 빛나며
흔들렸고, 모래밭에서는 따듯한 벌꿀차 냄새가 났어요.
˝네 양동이는 바다에서 태어난 것 같구나.˝엄마가
말했어요. 소녀의 양동이는 정말 바다와 똑같은
색이었어요.
소녀는 양동이로 모래도 담고, 바닷물을 퍼오기도 하고,
모자대신 머리에 쓰기도 했답니다.
바다에 들어갈 때는 양동이에게 금방 돌아올 테니까
기다리라고 말했어요.
저녁이 되자 바다는 화사한 장미빛으로 물들었어요.
소녀는 바다에거인사를 하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양동이 안에서 엄마 게와 아기 게가 잠을 자고
있었어요.
˝하룻밤만 내 양동이를 빌려줄게. 바다색 집에서
잘 자.˝ 소녀는 양동이를 둔 채 집으로 돌아갔어요.
다음 날 양동이 안의 게들은 사라지고 소라게 몇
마리가 바스락거리며 달리고 있었어요.
˝내 양동이가 이번에는 소라게의 체육관이 되었네.
좋아, 체육대회가 끝날 때까지 빌려줄게.˝
소녀는 그날도 양동이르로두고 돌아갔어요.
그 다음 날 양동이 안에는 바닷물이 조금 들어와 있고,
예쁜 물고기 두 마리가 헤엄치고 있었어요.
˝모두 내 양동이를 좋아하는구나. 작은 바다 같아서.˝
소녀는 물고기들에게도 양동이를 빌려주었답니다.
다음 날 양동이는 거꾸로 뒤집혀 있었어요.
소녀는 양동이를 원래대로 세워놓으려고 했지요.
그러자 양동이 안에서 작은 소리가 들려왔어요.
˝물고기들은 바다로 돌아갔어. 이번엔 내게 이
양동이를 빌려주지 않을래?˝ 양동이 안에는 누군가
숨어 있었어요. 바다색 양동이는 신비한 요술집처럼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어요.
˝넌 누구지?˝ 소녀가 조심스럽게 물었어요.
˝난 파도의 딸이야. 잠시만 여기에 숨어있게 해줘.
부탁이야... ...˝ 파도의 딸은 옷을 입고 있지 안하서
양동이에 숨어있었어요. 지나가던 여러 개의 파도들이
밀려와서는 양동이 옆에 눈부신 레이스 같은 거품을
두고 떠나자 양동이가 살그머니 들려지더니 그 사이로
가느다란 은빛 뜨개바늘이 나오고, 뜨개바늘은 거품
레이스를 휘감아서는 양동이 속으로 숨어버렸지요.
˝난 드레스를 만들고 있어. 서둘러서 열심히 짜야 해.˝
파도 아가씨는 여름의 마지막 날 젊은 파도 청년과
결혼하기 위해 드레스를 만들고 있었어요.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소녀는 바다색 양동이 곁에
앉아 눈부신 거품 레이스 자락을 보았어요.
여름방학이 끝나 가는 어느 날, 비가 내렸어요.
소녀는 서둘러 모래받으로 가서 양동이에 우산을
씌워 주고는 파도 아가씨에게 괜찮은지 물었어요.
˝응. 괜찮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난 지금 드레스의
끝자락에 파도 모양을 만들고 있는 중이야.˝
저녁이 되자 비가 그쳤어요.
하늘은 금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아름답게 물들었죠.
소녀가 와보니 나란히 놓인 양동이와 우산 옆에 작고
아름다운 아가씨가 서있었어요.
눈부신 거품옷을 입은 파도 아가씨는 양동이를
빌려줘서 고맙다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소로
웃음을 지었어요. 그리고 투명한 파도가 아가씨를
바다로 데려가 버렸지요.
소녀는 바다색 양동이를 들었어요.
˝이제 내 양동이에 아무도 없네.˝
하지만 양동이는 비어있지 않았습니다.
바다의 조각과도 같은 조개껍데기 하나가 들어있었죠.
소녀는 조개껍데기를 언제까지나 소중히 간직했어요.
추운 날에 조개껍데기를 손에 꼬옥 쥐면 손이
따뜻해지고, 쓸쓸한 날에 귀에 대면 거품 레이스를
펼치고 있던 바다 소리가 들려 왔어요.
눈부신 옷을 입은 파도 아가씨도 볼 수 있었죠.
그것은 파도의 바다에서 만난 조그마한 파도
아가씨이기도 하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성장한
소녀이기도 했어요.
‘타치하라 에리카‘와 ‘나가타 모에‘의 합작 동화책
사계절 시리즈 중 여름🌊 이야기예요.
시원한 파도 소리와 따스한 모래의 느낌이 느껴질
듯한 예쁘고 섬세한 묘사가 환상적이랍니다.
책을 읽다보니 바다 바로 앞에 살면서도 한여름의
바다가 그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