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스 킬러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해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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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습니다★★

이사카 코타로의 <킬러 시리즈> 3부작의 세 번째 소설이다.
내용상 이어지는 건 없지만, 그래도 이전의 등장인물들이 언급되거나 짧게 등장하기 때문에 순서대로 읽기를 추천한다.

<짧은 줄거리> 아내를 무서워하는 공처가 ‘풍뎅이‘(미야케)는 킬러이다. 가정을 꾸린 후, 줄곧 업계에서 은퇴하고 싶어 했으며 그 뜻을 중개업자인 의사에게 피력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한다. 어쩔 수 없이 의뢰를 받아 일을 하던 중에, 풍뎅이는 깨달은 바가 있어 의사의 말을 듣지 않고 본인의 뜻대로 은퇴하겠다고 통보한다. 아내와 아들을 지키며 은퇴까지 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하고 살아나갈 수 있을까?

사람을 죽이는 일에는 무덤덤한 킬러지만, 아내에게만큼은 쭈구리처럼 살아가는 주인공 풍뎅이의 입장에서 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아내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필요 이상으로 두려워하는 모습과 전문적인 킬러 사이의 괴리가 은근 재미있다. 또 킬러이지만 본인의 과거와 일을 부끄럽게 여기며, 의뢰를 받을 때에도 되도록이면 일반 시민을 죽이는 일은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다. 불우한 어린 시절로 킬러가 된 풍뎅이의 배경과 가족에게 본인의 업을 숨기며 살아가는 모습은 씁쓸하기도 하다.

이런 풍뎅이가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 때는 놀랐다. 이후 10년 후의 아들의 시점과 죽기 전의 풍뎅이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전개되는데, 이 부분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이다.
풍뎅이가 옥상에서 뛰어내릴 때 가족을 생각하는 그 묘사는 뭉클하다. 킬러이지만 그래도 선하게 살려는 풍뎅이가 뿌린 행동들이 꼬리를 물고 퍼즐을 맞추어가며 아들 가쓰미를 이끌어가는 장면들은 코타로의 장기라고 할 만하다. 작가 특유의 마음을 건드리는 그 찡함을, 타인을(가족이든 은인이든) 생각하여 행동하는 캐릭터들을 통해 보여준다.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의아해하고 있는데 그는 얼굴이 점점 구겨지며 과즙이라도 쥐어짜듯 눈물을 흘리기 시작해서 더욱더 곤혹스러웠다.
˝당신과 아버님이 힘을 합쳐 해치웠습니다.˝
이 외에도 풍뎅이가 참말벌의 집을 제거하려고 애쓰는 모습과 그 이후의 일들과 친구를 만들고 싶어 하지만 끝내 이루지 못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혹시 저 사람, 별님이 된 미케를 데려오려고 우주에 갔던 건가?˝

아무래도 킬러 이야기인 만큼 스릴과 액션도 있다. 스케일이 딱히 크지는 않지만, 다른 직업으로 위장한 킬러들과의 싸움들, 그중에서도 백화점 경비원으로 일하는 나노무라와의 싸움이 기억에 남는다.
˝나노무라 씨, 자동판매기에 든 잔돈 좀 꺼내도 될까요? 실은 그걸 깜박 잊어서.˝

<악스>라는 책의 제목은 크게 이해하지는 못하겠다. 당랑지부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하면서 도끼AX가 언급되기는 한다만... 지금은 책의 내용과의 연관성은 잘 모르겠다. 차후 언젠가 재독할 때 신경 쓰며 읽어보도록 하겠다.

만족스러운 독서였다. 작가의 스토리 구성과 필력에 딱히 흠잡을 건 없다. (역시 내 최애!)
굳이 <킬러 시리즈>에서 순위를 매겨보자면, 재미 측면에서 (마리아비틀, 악스, 그래스호퍼) 순이다.
짧지만 <마리아비틀>의 레몬과 밀감을 비롯한 킬러 시리즈의 다른 캐릭터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음은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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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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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있습니다★★

그 유명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드디어 읽었다.
장편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짧았다. (약 130쪽이다.)
소설 <이방인>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와 소설에 대한 해석이 각각 책의 절반을 구성한다.

[줄거리]
주인공 ‘뫼르소‘의 어머니의 죽음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뫼르소는 어머니의 장례식에 참석하지만 무덤덤하다. 장례식을 치르고 난 이후, 그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이어간다. 그러다가 친구 ‘레몽 생테스‘의 일에 엮이게 되면서, 아랍인 한 명을 총으로 쏴 죽이게 된다.
이렇게 1부가 끝나고 2부가 시작된다. 뫼르소는 재판을 받게 되지만,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무덤덤한 자신의 심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재판을 불리하게 만든다. 결국 그는 사형을 구형 받게 된다.

주인공 뫼르소를 보면서 여러 가지 것들이 생각났다.
먼저, 르 클레지오의 <조서>의 주인공 ‘아담 폴로‘가 연상되었다. 둘 다 별다른 목적 없이 되는대로 살아가는 점에서 큰 공통점을 보인다. 물론 아담 폴로는 빈 집에 숨어사는 더 답 없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손원평의 <아몬드>의 ‘선윤재‘도 떠올랐다. 선윤재처럼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감정 표현에 상당히 무딘 점에서 비슷함을 느꼈다. (하긴.. 행동을 보면 뫼르소도 뇌의 일부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 같긴 하다.)
어머니의 장례식에 무덤덤한 모습에서는 아내가 죽은 후 보인 장자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다.
뫼르소 같은 사람을 실제 삶에서 만나게 된다면 생각 없이 사는 인간이라고 취급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좋고 나쁨을 떠나서) 그 스스로는 순간순간에 본인에게 충실한 삶을 살아간다고 할 수 있겠다.
그 어떤 순간에도 수긍하면서 별다른 불만이 없는 모습이 기억난다.

<이방인>이라는 간지나는 책 제목은 인종, 신체적, 신분적으로 평범한 뫼르소가 스스로의 생각, 사고방식,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거리감을 느끼게 만드는 상황을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소설 <이방인>만 읽고 난 직후에는 별다른 감상이 없었다. <조서>의 아담 폴로의 이미지가 너무 강하게 투영되어서 그런가, 무슨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든 그러려니 하면서 읽었다. 그저 독특한 사고방식의 캐릭터의 1인칭 시점으로 풀어가는 이야기 정도...
아.. 그렇게 유명하고 명작으로 칭송받는 작품인데, 또 나만 모르겠다. 딱히 기억에 남는 장면도 없고, 내용도 그저 그랬다.

해설을 읽고 나서 내가 세세한 부분들에는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못했음을 알았다. 겉으로는 담담하더라도 속에서는 변화하는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뫼르소의 마음을 특히 캐치하지 못했다.
이야기에서 다루어지는 3개의 죽음에도 딱히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해설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을 보고 나의 내공 부족을 또 한 번 받아들이게 되었다.

뫼르소처럼 살아가고 싶지도 않고 살아갈 수도 없겠지만, 사람들의 생각이나 관습을 신경 쓰기보다 스스로의 마음에 솔직한 모습은 생각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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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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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에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단편소설집. 6개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자동차 운전으로 인해 생기는 다양한 상황들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교통사고, 초보운전, 불법주차, 운전 중 무단투기...)
오래전에 쓴 이야기인 만큼, 도로의 CCTV와 차량의 블랙박스는 없고, 휴대전화조차 드문 시대를 상상하며 읽었다. (지금이라면 비교적 간단하게 해결될 상황들이 있기도 하다.)

작가의 역량과는 상관없지만, 이 책을 읽으며 고역이었던 것은 일본의 운전석과 차선의 위치가 한국의 것과는 정반대라는 사실이다. 한국과 완전히 반대로 생각하면 되지 않겠냐 싶지만, 말 그대로 쉽지 않아 은근히 정신을 집중해서 상상을 해야 했다.

자동차라는 공통의 소재로 이야기를 하지만, 등장인물은 전혀 공유하지 않는다.
따라서 6개의 단편 중 아무거나 먼저 읽어도 상관이 없다.

모든 단편들은 무난하며 졸작은 없다. 단편소설임을 감안하면 반전과 트릭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다.
<천사의 귀>를 제외하면 물 흐르듯이 그냥 편하게 읽어도 될 정도로 잘 읽힌다. - <천사의 귀>는 트릭을 생각하며 읽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은 <불법주차>이다. 트릭은 좀 뻔하다고 느꼈지만, 이야기의 방향성(특히 결말)은 예상하지 못했고 꽤 인상적이었다. 책 속 위기의 상황에서는 나도 모르게 긴장감을 가지기도 했다.

이걸로 이 작가의 작품을 세 번째로 읽게 되는 셈인데,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꽤 괜찮다. 뭔가 나의 취향을 은근히 저격한달까. 뻔뻔하고 무책임한 행동들 속에서도 인간의 선함을 어렴풋하게 보여주는 글이 특히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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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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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적은 감상과 부여한 별점입니다★★

왜 도덕인가... 나도 모르겠다. 너무 어렵다. 지루하고 자시고를 떠나서 어려워서 이해를 못 하겠다.
정치철학에 대한 기초적인 배경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읽으려니 고역이었다.
독서토론 선정 도서라서 참고 읽었지.. 그게 아니었으면 진작에 덮었을 것 같다.

총 3부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 파트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쓰겠다.

1부. 도덕이란 무엇인가 (공정한 시민사회를 위하여)
그나마 이해 가능한, 생각해 볼 수 있는 파트이다. 옳고 그름에 관한 여러 가지 실제 이슈를 중심으로 여러 입장과 그에 대한 근거들을 볼 수 있다. 복권과 도박, 공공기관의 상업적 브랜드화, 온실가스배출권 거래, 교육현장의 상업주의, 존엄사, 낙태, 동성애 등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논제들을 짤막하게 다룬다.

2부. 도덕적 가치의 원류를 찾아서
읽었다고 할 수 없다. 그냥 활자를 봤다고 하겠다.
정신을 집중해서 어느 정도 이해를 했다고 해도, 상당히 부분적이라 큰 흐름을 이해하기 힘들뿐더러 금방 휘발하고 만다. 본격적인 철학 역사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아는 게 있어야 공감하면서 이해를 하지... 존 듀이, 존 롤스, 자유주의와 보수주의 등...

3부. 자유와 공동체를 말하다 (인간이 자신의 목적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 ‘자유‘)
그나마 낫긴 하지만, 여전히 이야기의 핵심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미국의 정치 역사를 예로 들면서, 작가 나름대로 분석 평가한다. 그래도 나에게는 벅차다. 2부와 마찬가지로 부분적인 이해는 하지만, 큰 흐름을 모르겠다.
책이 마무리될 때도, 깔끔하게 끝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갑자기 영화가 끝난 느낌에 당황스러웠다.

나의 역량을 넘어서는 책이다. 적어도 철학적인 부분에서는 그렇다.
2부부터는 문장 자체도 집중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쉽지 않다.
철학 또는 정치학을 전공하거나 잘 아는 사람들이 읽으면 어떨지 궁금하다.

나에게는 남는 게 없는 힘든 독서였다.
그래서 낮은 점수를 부여한다...
(글의 설득력과 사실성 등을 낮다고 하는 것은 절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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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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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번째다. 이 소설을 2016년에 처음 만나고 나서, 이번 독서로 6번이나 읽었다.
마치 내 마음의 고향 같다.
종종 책 자체가 생각나기도 하지만, 내게 약간의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니시지마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내 언행 자체에도 충분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소설의 배경 자체는 특별하달 것이 없다. 일본 센다이의 한 국립대학의 법학부 대학생들의 대학생활이다. 이야기는 ‘기타무라‘라는 대학생의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각각의 개성 있는 착한 캐릭터들과 그들이 대학이라는 테두리에서 맞닥뜨리는 사건들과 그에 대한 그들의 반응과 행동이 이 소설을 특별하게 해준다.

그중에서도 유독 특별한 캐릭터 ‘니시지마‘는 내가 엄청 애정 하는 캐릭터이다.
작가 역시 니시지마를 유독 신경 써서 만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큰 이야기의 흐름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니시지마가 툭툭 내뱉는 사소한 말이나 엉뚱한 행동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의 언행에 대한 묘사가 ‘니시지마‘라는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어, 실제로도 니시지마가 있을 것만 같은, 적어도 내 뇌리 한편에는 니시지마가 실제 존재하도록 만들어준다. 그리고 니시지마는 내 인생의 길라잡이가 되어주고 있다.

이번 재독에서는 화자 기타무라의 변화를 좀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멀리서 관찰자 혹은 방관자적인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던 기타무라가 어느새 친구들 가까이 다가와 함께 감정을 나누는 모습이 더 잘 보였다.
역시나 처음 읽을 때의 심장 두근두근은 없지만, 그래도 마치 내가 직접 겪은 듯한 추억담을 읽는 기분도 들었다. (기타무라와 나의 성향이 어느 정도 비슷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어느새 나도 대학생활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대학생일 때 만난 이 책을 대학생의 신분으로 읽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이후에 이 소설을 다시 읽을 때는 어떤 기분을 느끼며 이 책을 읽게 될까? 아련함? 그리움? 따스함?
되돌아보면 대학생인 나 역시 <사막>을 수차례 읽으며 이미 다양한 감정을 느꼈었다. 부러움, 동경, 원망, 감동, 웃음...

어쩌면 나는 두 개의 대학생활을 하고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 ‘이렇게 이 책을 좋아하면서 왜 만점을 주지 않느냐!‘라고 하면, 아무래도 초반부의 임팩트를 이어가지는 못했다는 점에서...라고 답하겠다. 그래도 충분히 좋은 책이고, 맑은 마음으로 추천해 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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