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인간이 정말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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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단편마다 등장하는 독특한 캐릭터에 초점을 맞추고 읽으면 더 좋습니다. (유희, 외투 제외)

성석제 작가의 소설을 2번째로 만났다.
2008년~2012년에 발표한 8개의 단편을 묶은 단편소설집이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소설 읽는 것을 좋아해서 단편인지 장편인지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

그의 스타일에 적응되지 않았던 첫 번째 단편 <론도>를 읽을 때는 이야기의 전개와 맺음에 다소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원래 이런 단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는 그의 스타일에 슬슬 적응하기 시작했다. 성석제 특유의 정겨운 문체와 이야기를 즐기긴 했지만, 단편을 하나하나씩 읽으면서도 완독 후 감상을 어떻게 남겨야 할지 고민이 됐다.
특별한 주제의식이나 문제의식이 있는 게 아니라서 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8개의 단편소설 뒤에 실린 해설을 읽고 알았다! 그냥 즐기면 된다. <유희>와 <외투>를 제외하고는 독특한 등장인물이 하나씩 등장하는데, 그 특정 인물에 주의를 기울인다면 보다 깊은 독서가 될 것이다. (대체로 현실세계에서는 마주치고 싶지는 않은 인물들이다.)

나쁘진 않았지만, 다시 되돌아봐도 특별히 재밌었거나 기억에 남는 단편은 없다. - <남방>과 <이 인간이 정말>의 후반부는 좀 웃겼다.

그나저나 <유희>의 분의복수군에서 억울하게 죽은 ‘유희‘는 실화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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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쓸모있는 벌거벗은 한국사
박훈 지음 / 춤추는고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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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총평 : 벌거벗지 않았다. 무난한 최신 한국사 서적.

도서관 신간 코너를 어슬렁거리다가 한국사 서적을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서 빌린 책.

무난하다. 별다른 특별한 점은 없다. 국사 교과서를 읽는 기분이기도 하다.
알아두면 가끔씩 쓸모 있기야 하겠지만, 왜 ‘벌거벗은 한국사‘인 건지는 모르겠다. 쉬쉬하던 한국사의 치부를 들춰내는 것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과거의 한편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여느 대중 한국사 서적처럼 평상복 차림을 하고 있다. 비키니 또는 수영복 차림은 물론, 탱크톱도 핫팬츠도 레깅스도 아니다.
(‘tvn의 역사 프로그램 <벌거벗은 한국사>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의도일까?‘하는 생각도 든다.)

최신작(2023.02.15)으로 한국사를 전체적으로 훑어볼 수 있었음에 의의를 둔다.
잘 모르고 있었던 한국의 근현대사를 대강이나마 알 수 있었다.
양이 많지는 않지만, 비교적 중립적인 정치적 입장에서 현대사를 설명하는 것도 장점이라면 장점일까?
편하게 쭉 읽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잘 모르고 있었거나 흥미로운 역사적 사실을 간단히 메모하면 리뷰를 마친다.
신라와 발해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단발령에 대한 에피소드가 웃프다. 더 큰 세계를 접하고 충격을 받은 민영환의 기분은 어땠을까?
창씨개명을 일본에서도 반대했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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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서머스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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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하드보일드 누아르 스릴러‘보다는 빌리가 새로이 만들어가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일상과 감정에 마음을 빼앗겼다.

완독하는 데 참 오래도 걸렸다. 작년 9월 25일에 1권을 다 읽고 나서, 거의 6~7개월 만에 2권을 다 읽었다. (역대급 슬로우 모드다.)
아! 그렇다고 이 소설이 읽기 힘들다거나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보다시피 무려 4점을 준 책이니까.
이 책을 왜 이렇게 질질 끌었는지는 나도 미스터리하다. 읽기 시작하면 재미도 있고 몰입감도 있는데. 책을 손에 잡는 게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다. 퇴근하고 그냥 유튜브 보면서 쉬는 게 편하고 쉬우니까. (반성해라 나야)

★★스포 있습니다★★

<줄거리>
성폭행 당하고 버려진 앨리스 맥스웰(21)을 구한 빌리 서머스(44)는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진다. 빌리는 앨리스의 복수를 갚아주는 것을 시작으로, 의뢰를 달성했음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죽이려고 한 닉 머제리언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동한다. 이후 미디어 재벌이자 악인인 로저 클러크를 처치하러 다시 길을 떠난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의뢰를 성사시킨 이후 숨어지내던 빌리가 의외의 인물(앨리스)와 함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의뢰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복수를 하는 과정은 몰입감 있고 스릴 있다. 스케일이 크지 않아서 스릴러물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시시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오히려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세 번의 복수 중에서는 앨리스를 성폭행한 놈들을 응징하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빌리 서머스‘라는 인물의 특질이 선해서 그런지, 아니면 확실한 악인만 처치한다는 본인의 철칙 때문인지, 불가피한 살인 외에는 꽤나 자비롭게(무르게) 행동한다. 닉 머제리언을 처치하지 않고 살려두었을 때는 이래도 되나 싶었다. (결국 나비효과가 되어 빌리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지만..)
개인적으로는 스릴러 요소보다, 빌리와 앨리스, 그리고 버키가 함께 지내며 나누는 소소한 일상과 대화가 더 좋았다. 따뜻한 난롯가 앞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랄까. 그 순간순간을 글로 묘사한 것이 재미와 안정감을 선사해 준다.

1권에서는 빌리와 동네 사람들의 관계가, 2권에서는 빌리와 앨리스와 버키의 관계가 중심이 된다.
범법자이자 자칭 나쁜 사람들인 빌리와 버키는, 본인들이 앨리스와 오래 지내면 그녀에게 나쁜 영향과 위험을 준다는 걸 알고 있다. 머지않은 언젠가, 앨리스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나면, 그녀와 이별해야 한다는 걸 아는 빌리와 버키의 심정이 이해되지만, 헤어짐의 순간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슬픔과 아픔이 싫어서 그들이 이야기 속에서만이라도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랐다. 그들이 쌓아온 우정과 사랑이, 특히 빌리와 앨리스 사이의 아슬아슬하지만 선을 넘지 않는 관계가 끝날 때는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며 울적함을 느꼈다. (슬픈 음악을 듣고 있었으면, 눈물을 흘렸을 것 같다.)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중 <노란 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과 비슷한 감정선을 공유한달까.

1권의 말미에 갑자기 뜬금없이 앨리스가 등장해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려고 이러는 건가‘ 생각했는데, 2권에서 그녀의 등장 가치를 인정할 수 있었다. 빌리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마무리 지어줄 수 있는 행운의 요정이랄까. 소설의 끝부분 그녀의 독백은 희망에 차있고 감동적이다.
다음 생의 빌리는 군인/킬러가 아니라 안정적인 직장인/소설가로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23장의 글씨체가 갑자기 바뀌는 이유를 알고 나서, 킹의 글 솜씨와 작법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그저 그런 스릴러 복수물에 그칠 수 있는 이야기에, 킹 특유의 글 솜씨로 섬세한 감정선과 기존 팬을 위한 보너스(샤이닝)까지 절묘하게 잘 섞었다. (샤이닝 다시 읽고, 내친김에 닥터 슬립까지 읽어봐야지)

어제 킹의 소설을 몇 권 더 샀는데, 이 소설을 잘 읽어서 그런지 만족스럽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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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크톤도 궁금해하는 바다상식 - 해양학자 김웅서의 바다 이야기, 2017년 제 16회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대회 (전국독서새물결모임) 지정도서
김웅서 지음 / 지성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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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바다에 대한 정말 기초적인 지식을 쌓고 싶다면, 꽤 괜찮은 도서.

여러 방면으로 박학다식해지고 싶어서 도서관의 과학 코너를 서성이다가 이 책을 선택했다.
과학과는 담을 쌓은 나에게는 일단 쉽고 친절한 기초 서적이 제격이다.

바다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과 현대의 바다와 환경 오염, 바닷속의 생물과 자원, 바다와 관련된 문화적/정치적인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이해하기 어려운 파트가 없을 정도로 쉽게 잘 설명해 준다. 바다에 무지한 사람이 바다에 대한 매우 기초적인 배경지식을 얻기에 안성맞춤인 서적이다.

놀랐다. 내가 과학에 이렇게 무지할 줄이야. 삼투 현상조차 모르다니.
바다와 민물에서 서식하는 생물들에 대해 설명해 주는 파트에서 삼투 현상을 알게 되었다.
물속에 오래 있으면 손발이 쭈글쭈글해지는 건 알겠다. 민물 속에서는 우리 몸속의 농도가 더 높아서, 사람의 표피가 물을 흡수하면서 부피가 늘어나서 쭈글쭈글해지는 건 알겠는데, 그럼 바닷물 속에 오래 있을 때 손발이 쭈글쭈글해지는 건 다른 원리일까? (아니, 애초에 사람이 바닷물 속에 오래 있으면 손발이 쭈글쭈글해지기는 하나...?)

이 책을 통해 바다에 대한 기본 지식을 소폭 쌓았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새로운 과학 용어와 지식을 소화할 수 있었고, 중후반부에서는 바다의 현황을 알 수 있었다. (중후반부의 내용은 해양학자가 중학생을 대상으로 바다의 중요성을 강연하는 듯하다. 조금 더 깊이 들어갔어도 괜찮았을 텐데!)
바다에 관심이 더 생긴다. 조만간에 바다와 관련된 다른 과학 교양서적을 읽어봐야지.

(여담) 읽다가 웃었던 글.
우리나라가 조선과 반도체 산업의 강국이 된 것은 조선 반도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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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클럽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성균 옮김 / 까만양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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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섬뜩한 제목에 심장을 부여잡고 독서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맛을 안겨줄 것이다.

무시무시한 제목에 헉! 하지만, 막상 책을 펼쳐보면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 제목만 보면 일본 공포 소설 같지만, 놀랍게도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 <보물섬>의 작가 ‘로버트 루이슨 스티븐슨‘의 작품이다.

3개의 단편 소설로 구성되어 있지만, 배경과 등장인물을 공유한다.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보헤미안 왕자 플로리즐Florizel과 제럴딘Geraldin 대령이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미스터리한 분위기 속에서 이런저런 사건이 벌어지는데, 어느 순간 그 분위기가 깨지면서 전환되는 쾌감이 참 맛있다. 결말은 참 아쉽다. 내가 빅토리아 시대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더해, 악인을 왜 저렇게 처리를 하는 걸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소설에서 악인으로 규정되는 인물이 왜 악인인지, 곰곰이 생각해 봐도 잘 모르겠다.)
급작스러운 결말과 약간씩 어긋나는 서술 핀트를 제외하면, 꽤 재밌게 읽은 작품이다. 해설은 어려워서 잘 모르겠다.

★★스포 있습니다★★

1부. 크림파이를 나눠주는 청년 이야기
암행을 나선 플로리즐 왕자와 제럴딘 대령은 술집에서 일명 ‘크림파이 순회봉사활동‘을 하는 한 청년을 만나게 된다. 그에게 관심을 표하면서 가까워진 그들은 <자살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목숨을 걸고 하는 간단한 도박에서 오는 안도감과 쾌감은 얼마나 대단한 것일까. (매일 밤 트럼프 카드를 돌려서, 클로버 에이스를 뽑는 사람이 스페이드 에이스를 뽑는 사람의 자살을 돕는다.) 게임 시작 전, 흡연실에서 사람들이 그토록 시끄럽게 떠들었는지는 이해가 되는 반면, 자살하고 싶어서 온 사람들이 자살에 당첨될까 봐 안절부절못하고 당첨되지 않았을 때 안도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죽고 싶지만, 죽고 싶지 않아.‘ 이런 건가?
왕자와 대령이 권력을 사용하여, 위기를 깨나가는 부분에서 쾌감을 느꼈다. 식상하지만, 스티븐슨의 글에서 나오는 특유의 맛이 있다.
(왜 자살클럽의 회장에게 여행을 명령한 건지 모르겠다. 기회를 노려서, 처리하려고 한 건가?)

2부. 의사와 사라토가트렁크에 얽힌 사연
프랑스에 머무르는 ‘사일러스 스큐다머‘라는 미국 청년이 음모에 휩싸인다. 자신의 호텔 침대에 웬 시체가...
노엘 박사의 도움으로 시체를 가방에 넣고(충격이었다! ㅋㅋㅋ) 마침 프랑스에 방문한 플로리즐 왕자 일행과 영국으로 가게 된다. 시체의 정체는 자살클럽 회장의 여행에 동행하던 제럴딘 대령의 동생..!
3부에 대한 기대감, 비장함을 끌어올리는 2부. 공화주의자 스큐다머가 왕자에게 존경을 표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3부. 이륜마차를 타고 겪은 모험
퇴역 장교 ‘브래컨베리 리치‘ 대위가 인디아에서 영국으로 귀국한다. ‘모리스‘라는 의문의 인물에게 초대를 받고 그의 저택으로 향한다. 끝까지 남아있던 그와 오루크 소령은 진귀한 광경을 목격한다. 집 안이 텅 비어버린다! 그리고 모리스의 정체는 바로 제럴딘 대령이었다. 플로리즐 왕자가 자살클럽 회장에게 정의 구현을 할 때, 그를 도울 사람을 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별 도움이 안 되던데... 결투는 왜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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