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서머스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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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 ‘하드보일드 누아르 스릴러‘보다는 빌리가 새로이 만들어가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일상과 감정에 마음을 빼앗겼다.

완독하는 데 참 오래도 걸렸다. 작년 9월 25일에 1권을 다 읽고 나서, 거의 6~7개월 만에 2권을 다 읽었다. (역대급 슬로우 모드다.)
아! 그렇다고 이 소설이 읽기 힘들다거나 재미가 없는 건 아니다. 보다시피 무려 4점을 준 책이니까.
이 책을 왜 이렇게 질질 끌었는지는 나도 미스터리하다. 읽기 시작하면 재미도 있고 몰입감도 있는데. 책을 손에 잡는 게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다. 퇴근하고 그냥 유튜브 보면서 쉬는 게 편하고 쉬우니까. (반성해라 나야)

★★스포 있습니다★★

<줄거리>
성폭행 당하고 버려진 앨리스 맥스웰(21)을 구한 빌리 서머스(44)는 서로를 이해하고 가까워진다. 빌리는 앨리스의 복수를 갚아주는 것을 시작으로, 의뢰를 달성했음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오히려 자신을 죽이려고 한 닉 머제리언에게 복수하기 위해 이동한다. 이후 미디어 재벌이자 악인인 로저 클러크를 처치하러 다시 길을 떠난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의뢰를 성사시킨 이후 숨어지내던 빌리가 의외의 인물(앨리스)와 함께, 약속을 지키지 않은 의뢰인에게 복수를 하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복수를 하는 과정은 몰입감 있고 스릴 있다. 스케일이 크지 않아서 스릴러물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시시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한테는 오히려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세 번의 복수 중에서는 앨리스를 성폭행한 놈들을 응징하던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빌리 서머스‘라는 인물의 특질이 선해서 그런지, 아니면 확실한 악인만 처치한다는 본인의 철칙 때문인지, 불가피한 살인 외에는 꽤나 자비롭게(무르게) 행동한다. 닉 머제리언을 처치하지 않고 살려두었을 때는 이래도 되나 싶었다. (결국 나비효과가 되어 빌리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지만..)
개인적으로는 스릴러 요소보다, 빌리와 앨리스, 그리고 버키가 함께 지내며 나누는 소소한 일상과 대화가 더 좋았다. 따뜻한 난롯가 앞에 앉아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이랄까. 그 순간순간을 글로 묘사한 것이 재미와 안정감을 선사해 준다.

1권에서는 빌리와 동네 사람들의 관계가, 2권에서는 빌리와 앨리스와 버키의 관계가 중심이 된다.
범법자이자 자칭 나쁜 사람들인 빌리와 버키는, 본인들이 앨리스와 오래 지내면 그녀에게 나쁜 영향과 위험을 준다는 걸 알고 있다. 머지않은 언젠가, 앨리스가 어느 정도 회복되고 나면, 그녀와 이별해야 한다는 걸 아는 빌리와 버키의 심정이 이해되지만, 헤어짐의 순간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슬픔과 아픔이 싫어서 그들이 이야기 속에서만이라도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바랐다. 그들이 쌓아온 우정과 사랑이, 특히 빌리와 앨리스 사이의 아슬아슬하지만 선을 넘지 않는 관계가 끝날 때는 오랜만에 소설을 읽으며 울적함을 느꼈다. (슬픈 음악을 듣고 있었으면, 눈물을 흘렸을 것 같다.)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 중 <노란 코트를 입은 험악한 사나이들>과 비슷한 감정선을 공유한달까.

1권의 말미에 갑자기 뜬금없이 앨리스가 등장해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가려고 이러는 건가‘ 생각했는데, 2권에서 그녀의 등장 가치를 인정할 수 있었다. 빌리의 이야기를 따뜻하게 마무리 지어줄 수 있는 행운의 요정이랄까. 소설의 끝부분 그녀의 독백은 희망에 차있고 감동적이다.
다음 생의 빌리는 군인/킬러가 아니라 안정적인 직장인/소설가로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란다.

23장의 글씨체가 갑자기 바뀌는 이유를 알고 나서, 킹의 글 솜씨와 작법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그저 그런 스릴러 복수물에 그칠 수 있는 이야기에, 킹 특유의 글 솜씨로 섬세한 감정선과 기존 팬을 위한 보너스(샤이닝)까지 절묘하게 잘 섞었다. (샤이닝 다시 읽고, 내친김에 닥터 슬립까지 읽어봐야지)

어제 킹의 소설을 몇 권 더 샀는데, 이 소설을 잘 읽어서 그런지 만족스럽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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