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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킨 이야기 ㅣ 계명교양총서 52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조미경 옮김 / 계명대학교출판부 / 2010년 6월
평점 :
러시아의 대작가 푸시킨의 단편 6편이 수록되어 있다.
‘벨킨‘이라는 작가가 여러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소설화한 글 5편을, 푸시킨이 다시 엮은 ‘액자 속의 액자 속의 글‘ 설정이다.(=벨킨 이야기) 그리고 따로 단편 1편이 있다.
당시 러시아 백성들의 삶을 보여주는 이 책의 이야기들은 순한 편이다.
읽기 쉽고 내용도 무난하다.
가장 좋았던 단편은 <결투>와 <말괄량이 귀족아가씨>이다.
★★아래부터 스포라고 느낄 수 있음★★
[벨킨 이야기]
<결투>
장교들의 모임에서 ‘실비오‘라는 남자는 미스터리하다. 실비오는 모욕을 당하고도 결투를 신청하지 않아 신망을 잠깐 잃기도 한다. 어느 날, ‘나‘는 갑작스럽게 마을을 떠나는 실비오에게 그의 과거사(결투)를 듣게 되고, 훗날 결투의 결말을 알게 된다.
- 지금은 이해하기 힘든, 당시 러시아의 ‘결투‘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번갈아가며 총을 한 방씩 쏘는 ‘결투‘가 미련해 보이지만, 어떻게 보면 아등바등 사는 현대인의 인생도 어느 시대의 누군가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을까?)
문제의 백작과의 ‘결투‘에 인생을 걸었다고 할 수 있는 실비오의 행동이 미련해 보이지만 멋있기도 하다. 특히 두 번째 결투에서의 모습은 감탄스럽다!
물리적으로 누군가를 박살 내는 게 아닌, 절대로 자신을 잊지 못하도록 각인시켜버리는 그 모습!
<눈보라>
집안의 반대에도 연애하던 젊은 연인은 결혼하기 위해 야반도주를 감행하는데, 마침 눈보라가 몰아친다.
눈보라로 인해 꼬여버린 혼례식. 남자는 입대해버리고, 여자는 말 못 할 비밀을 안고 살아가다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고백하는 남자에게 여자는 자신의 비밀을 이야기하는데..
- 소설 속의 ‘눈보라‘라는 존재가 우리네 인생에도 몰아칠 때가 있다.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의 ‘눈보라‘는 무엇일지 생각해 보게 된다.
<장의사>
외국인이 많은 곳으로 이사를 간 장의사는 어느 이웃의 은혼식의 초대에 응한다. 거기서 어느 제빵사에게 모욕적인 말을 듣고 집에 와서 푸념을 하는데, 그 일이 현실이 된다..?!
˝어떻소, 형씨? 당신 고객인 망자들의 건강을 위해 한잔하는 거 말이오.˝
- 음... 내용적으로는 재미있었는데... 뚝! 끝나버리는 이야기가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지..
<역참지기>
애매하게 낮은 신분의 역참지기는 딸 ‘두냐‘ 덕분에 수월하게 일을 한다.
어느 날 나타난 기병 대위에게 깜빡 속아버린 역참지기는 딸을 반납치(?) 당해버리고, 딸을 찾기 위해 역참을 떠난다.
- 채찍을 꺼내드는 기병 대위에 놀랐고, 그런 모습을 보인 기병 대위에게 호감을 가지는 역참지기에 다시 놀랐다.
부성애와 딸에 대한 소유욕, 순간적인 감정 등을 보여주는 역참지기와 비루비루한 처지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으려면 아버지를 떠나야 하는 딸의 입장 차이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말괄량이 귀족아가씨>
사이가 좋지 않은 두 가문.
한 가문의 아들 ‘알렉세이‘에 대한 소문을 듣고, 다른 가문의 딸 ‘리자‘는 시골 처녀 ‘아쿨리나‘로 분장한 그와 만나고, 그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가문의 아버지들은 우연한 기회로 점점 가까워지게 되고, 서로의 자식들을 혼인시키기로 한다. 하지만 리자의 정체를 모르고 있던 알렉세이는 아버지의 뜻에 반대하며, 확실히 담판을 짓기 위해 상대 가문으로 찾아가는데...
- 장난기 많은 리자와 은근히 젠틀맨인 알렉세이의 귀여운 연애담을 보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게다가 해피오픈엔딩이라니 더할 나위 없이 기분 좋은 단편이다.
[스페이드의 여왕]
노름판에서 톰스키는 자신의 할머니의 노름 이야기를 한다. 근검절약하며 살던 게르만은 톰스키의 이야기에 꽂혀버리고, 톰스키의 할머니에게 비법을 전수받기로 결심한다. 노파의 양녀인 리자베타에게 접근하여 환심을 사서, 직접 노파를 만나지만 비법을 알려주지 않자 권총으로 협박을 하는데, 노파가 저세상으로 가버리고 만다...;;
이후 할머니의 환영을 통해 비법을 전수받은 그는 큰 판에 뛰어드는데..
- 근검절약하며 살다가 큰 한 방에 꽂혀서 인생역전을 해보려는 그의 모습에서 왜 내가 보이는 걸까... 아니, 나뿐만 아니라 요즈음의 주식과 코인에 뛰어드는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은근히 유쾌하게 바꾸는 글은 인상 깊다. (눈을 찡긋하더니 비웃는 노파와 스페이드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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