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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3월
평점 :
그렇게 베스트셀러라길래, 부대에 있는 책으로 읽다가 휴가 나와서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으로 마저 읽었다.
아직까지 이 책을 많이 읽는지, 학교 도서관에 있는 5권 중 2권이 대출 중이었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정유정 작가가 신작을 낼 때마다 이 책이 다시 베스트셀러 차트로 진입한다고...ㄷㄷ)
★★스포!있어요!★★
세령읍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벌어진 참혹한 사건과 악연을 다루는 이야기이다.
어린 여자아이와 아내를 죽이고 세령호 댐을 열어 저지대 마을 주민을 수장시켰다고 알려져 옥살이를 하고 있는 최현수. 그의 아들은 최서원은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꼬리표로 떠돌이 생활을 한다.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사건 당시 알고 지내게 된 아저씨 안승환이 있어 함께 산다.
힘겨운 나날을 이어가던 중, 최현수의 사형이 집행되었음을 알리는 서신이 최서원에게 배달되고...곧이어 의문의 상자 역시 배달된다.
상자 안에 든 것은 ‘세령호의 재앙‘이라고 불리는 사건에 관한 안승환의 글이었다.
이를 기점으로 7년 전의 과거(2004년)으로 돌아가 사건을 서술한 후에, 현재 시점에서 사건을 분석&재조명해서 그때부터 이어진 악연을 정리한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책의 중반부, 2004년 8월-9월에 있었던 ‘세령호의 재앙‘ 내용은 가독성 있게 잘 읽었다.
여러 인물들의 갈팡질팡하는 내면을 세세하게 표현해서, 누가 누구를 의심하고 걱정하며 힘겨워하는지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세령을 죽인 최현수의 내면 갈등과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하는 행동은 그가 파멸로 가고 있다는 과정을 적절하게 표현해준다.
딸과 아내를 잃은(딸은 죽고 아내는 도망) 오영제라는 소시오패스의 집착과 복수 계획, 사건에 다소 연관이 있어 상황을 분석하려는 안승환의 내면, 이 두 인물에 대한 묘사 역시 실감났다.
(어째 이렇게 불우한 유년 시절을 보낸 인물만 모였나 싶긴 하다.)
하지만 책의 말미, 현재 2011년 12월의 내용은 불만족스러웠다.
상황이 급 전개되는 느낌이 컸다.
소시오패스 오영제를 내가 이해 못하는 건가 싶었다. 사건 이후 7년을 인내하며, 자기 딸을 죽인 남자의 아들을 떠돌게하면서 살인마의 사형 집행 후 시신 인수 날에 그 아들과 조력자를 죽이려고 한다? 굳이? 이해불가이며 이야기를 끝마쳐야하니 끼워맞춘다는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최서원과 안승환이 오영제와의 악연을 끝마친 이후, 최서원이 그렇게 아버지를 증오하던 감정을 순식간에 버리는 부분 역시 너무 갑작스러웠다.
오영제의 죽은 딸인 ‘세령‘이라는 인물 역시 소설에서 불필요할 정도로 비중이 큰 것 같다.
세령을 직접적으로 죽인 최현수와 학대하던 아버지 오영제는 이해하겠다. 근데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최서원까지 계속 엮여서 고통받는 것, 특히 꿈에서 환영에서 세령이 등장하는 건 과했다.
기대를 하고 봐서 그런가.. 아쉬운 소리만 많이 적은 것 같은데 읽을 만하다.
문득 최서원처럼, 악명 높은 살인자라고 낙인 찍혀있는 사람이 있는 가정의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으려나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