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면접에서 돌발 행동을 보인 MAN에 관하여 욜로욜로 시리즈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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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제목에 이끌려 빌린 책이다.

★★스포 있습니다★★

취직하기 위해 과자 회사에서 48번째 면접을 보는 M.
합격한 이후 1달 동안 연수원에 들어가게 된다. 봉사활동을 하고 여러 가지 교육을 받으며 평범하게 지내던 중, 우연히 ‘평가 파일‘의 존재를 알게 된다. 평가 파일의 13번째 칸에 첫날을 제외한 모든 날에 X 표시가 있음을 본 M은 연수원에 들어온 모두가 합격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즉 경쟁이라는 것을 느끼고 이전과는 다르게 행동하기 시작한다.

주인공 M을 따라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M은 평가 파일의 등장을 기점으로 사수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아침 체조에 참가하고, 자신이 속한 조의 조장을 다시 뽑도록 유도하고, 봉사활동에서 벽돌을 더욱 열성적으로 쌓는 등의 무리한 행동을 한다.
하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불안불안하던 M이 더 불안해 보인다. M이 이질감을 느끼는 엑스트라급 인물들과 M의 내적 독백을 뛰어넘어, 연수원에서 신경증에 걸린 듯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현재 상황이 어떻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인상을 받았다. M의 서술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독자 입장에서도 괜히 미심쩍어진다. 소량의 공포가 가미된 미스터리 분위기랄까.

결국 M은 연수원에서의 끝을 보지 못하고, 단기직을 연연하다가 자판기 관리 일을 하게 된다. 그러다가 우연히 연수원 동기를 만나게 되는데, 그를 통해 연수원에서의 진실을 알게 된다.
(이때까지의 M의 서술과 기억이 왜곡된 듯하다.)
평가 파일은 청소 구역을 나타낸 파일이었으며, 13번은 고장 난 전자레인지였다.
그렇게 진실을 알게 되어 자신을 잃어버린 M은 관객에게(소설로는 독자에게?) 말을 건다. (일부 문장은 아래 사진 첨부함.)
본인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알려달라고 말하는 M에게, 독자인 ‘나‘는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하겠다. M을 알 것 같았는데 결국은 모르겠다. 대답을 듣지 못한 M의 독백은 나의 마음에 압력을 준다.
나는 그저 소설 속의 주인공을 관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인공이 검지로 나를 가리키며 말하는 듯하다. 근데 슬프다. 왠지 모르게 갑갑하면서 슬픈 감정이 든다.

책 속에서 작가가 의도한 바를 완전히 캐치하지는 못한 것 같다. 조금 어렵다.
해설도 조금 어렵지만, 나름대로 ‘면접≒연극≒삶‘이라는 수식어로 받아들였다. 면접에서 연기를 하듯이, 면접이 끝이 아니라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잘 보이기 위해 연기를 하는... 그런 사람들의 모습과 사회를 풍자한 것이 아닐까...

제목에서 3차 면접은 무엇을 나타내는 걸까?
M이 오해한 연수원에서의 합숙 생활? 아니면 면접처럼 잘 보이기 위해 언행 하나하나를 조심하는 사회생활 그 자체?
그렇다면 돌발행동은 뭘 나타내는 걸까?

책을 곱씹으며 리뷰를 쓰면 쓸수록 이 책의 진가가 느껴지는 듯하다.
술술 읽히는 문장력, 미스터리하고 찝찝한 분위기, 뭔가 숨겨진듯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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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에서
스티븐 킹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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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습니다★★

오랜만에 스티븐 킹의 최신 작품을 만나보았다.
2018년에 발간된 200쪽 정도의 소설이다.

195cm에 100kg이 넘고 배가 불룩한 중년의 ‘스콧 캐리‘에게 이상한 현상이 일어난다.
매일같이 몸무게가 줄어드는데 체형은 전혀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어떤 물건을 들고 체중계에 올라가도 몸무게가 변하지 않는다. 이 현상을 은퇴한 의사이자 친구인 ‘밥 엘리스‘에게 물어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한편 개똥 문제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이웃 ‘디어드리 매콤‘과 갈등이 생기는데, 디어드리는 스콧에게 굉장히 적대적으로 대응한다. 이 갈등을 풀기 위해 스콧은 여러 방면으로 노력한다.

디어드리는 ‘미시 도널드슨‘과 결혼한 레즈비언 커플이다. 이 소문이 퍼지면서 보수적인 사람들이 많은 캐슬뷰 마을에서의 매출이 급감한다. 이런 와중에 스콧이 문제 제기를 해서(잔디밭에 당신네들의 개가 싼 개똥을 치워달라!), 디어드리가 스콧에게 상당히 냉담해진다.
이에 스콧은 관계 회복을 위해 변명하기도 옹호하기도 하고, ‘홀리 프리홀‘ 레스토랑에 방문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스콧이 왜 이렇게까지 노력하는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오해를 풀고 악의가 없었다는 진심을 전하기 위해서도 맞겠지만, 선의, 연민, 호감, 사심 등의 감정을 배제하고는 나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단연코 이 책의 베스트 파트는 스콧과 디어드리와의 갈등이 해소되는 ‘터키 트롯‘이라는 지역 마라톤 대회이다.
다들 배가 불룩 튀어나온 스콧에게 농담하며 무리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몸무게가 64kg까지 빠졌지만 근육량은 그대로인 스콧이 활약하자 다른 참가자들이 놀라는 장면이 은근 통쾌하고 짜릿하다. 결승점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디어드리를 따라잡은 스콧이 하는 행동 역시 소설적으로 인간적이고 드라마틱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게 디어드리와 스콧은 화해하고, 스콧은 엘리스 부부와 매콤 부부에게 자신에게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고백하는데... 몸무게가 0에 근접하면 어떻게 될 줄 모르고 있던 나로서는 마냥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스콧의 일상생활이 힘들어지는 걸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근육량과 질량은 그대로인데, 무게만 줄어들다 보니 걷는 것 자체도 힘들어진다.)
원인도 해결책도 없는 상황에서 스콧이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초반에는 즐겼다는 것이 특별해 보인다.

결국 지구의 중력을 거스르게 되는 스콧이 가까운 이웃들이 보는 가운데 하늘로 떠오르는 장면은 슬프면서 아름답다. 짧은 소설의 결말로 꽤 만족스러웠다.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배척받던 이웃을 위해 성심성의를 다한 후에 승천(?)하는 모습에서 예수가 떠올랐달까..?

책을 다 읽고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킹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 줄 만하다.

근데 이름이 왜 디어드리 ˝매콤˝일까? 원문에서의 이름은 뭘까? Spi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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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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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유머의 조합이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던 만화책이다.
극 초반까지는 책 이야기를 가볍게 하면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하나 생각했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다.

정색하고 봤다.
익살스럽고 과장되게 오버하는 장면, 즉 ‘웃어! 여기가 유머 포인트야!‘라고 하는 장면에서 ‘뭐 어쩌라는 거지..‘ 하는 생각만 들었다. 진짜 재미없다. 유머와 책 이야기가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재미없는 만화다. 어쭙잖게 이 둘을 조합하려다가 실패했다.
이런저런 유명하고 저명한 작가들과 저서들을 들먹이지만, 있으나 마나 한 그냥 지나가는 수준이다.

아예 책 이야기를 빼놓고 봐도 재미가 없다.
이렇게 어설프고 철 지난 유머에 웃어주는 사람들은... 유머에 엄청 관대하거나 나랑 유머 코드가 엄청 안 맞는 걸로..
‘노마드‘라는 별칭의 캐릭터가 독서모임에 참여하려고 애쓰는 부분 외에는 유머와 재미로 좋았던 부분은 없다.

만화책을 많이 읽는 편도 아닌 내가 이렇게 혹평할 정도로 나에게는 너무나 실망스러운 책이다.
스토리도 재미도 소재도 다 놓쳤다.
혹시나 책을 좋아하여 책에 대한 공감과 유머를 느끼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다른 책을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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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그릿 - 진정한 용기
찰스 포티스 지음, 정윤조 옮김 / 문학수첩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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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습니다★★

미국 서부 개척시대가 배경인 소설.
시원시원한 서술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아빠 ‘프랭크 로스‘의 친절을 죽음으로 갚고 도망친 ‘톰 채니(세런 첼름스퍼드)‘에게 복수하기 위해 장녀 ‘매티 로스‘(14)가 모험을 떠난다. 애꾸 연방보안관 대리 ‘루스터 코그번‘에게 의뢰를 요청한다.
˝지독하기로 따지면 루스터 코그번이 최고야. 엄청 억척스럽고 무자비하지. 도대체 겁이란 게 없는 사내란다. 자기 손으로 끝장을 보는 걸 좋아하지.˝
그리고 텍사스에서부터 첼름스퍼드를 추적해온 텍사스 순찰대 경사 ‘라비프‘까지 총 3명이 채니가 ‘럭키 네드 페퍼 강도단‘과 함께 있다는 소문에 촉토족 자치구로 들어간다.

이야기 구성은 단순하다. (추적-발견-싸움)
14살 소녀 매티 로스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매티 로스는 건방지고 당돌한, 태생적으로 난 인간이다. 협상 능력, 끈기, 대담함, 말발 등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다.
코그번과 라비프가 어린 매티 로스를 떼어 놓고 가려고 하지만 끝까지 어떻게든 따라붙는다.
사람이 죽는 걸 보거나 사람에게 직접 총을 쏴도 동요하지 않는 14살 소녀의 담대한 행동에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나에게는 카우보이, 보안관, 무법자가 활약하는 서부 개척시대에 대한 막연한 로망이 있는데, 이 소설이 많이 충족해 주지는 못했다. 거칠고 시원시원하지만, 재미와 액션과 긴장감이 그다지 강하지는 않았다. 단순한 모험담 같다. (무법자들이 좀 더 강력하거나 명성이 높았다면 더 흥미진진했을 것 같다.)
그래도 서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등장인물들의 이름과 총 이름은 좋았다.
(멕시코 도박사 밥, 말도둑 에밋 퀸시, 헤이즈, 파렐 퍼멀리, 헤럴드 퍼멀리, 부츠 핀치 대장 등)

결말은 좀 충격적이었다.
매티 로스가 아버지의 복수를 갚고 위기에서 벗어난 이후의 이야기는 더욱더 쿨해진다.
매티 로스는 독사의 독에 결국 왼팔을 절단하고, 이후 코그번 보안관과 라비프와 다시 만나는 일은 없다.
˝복수했어? 그럼 끝.˝ 이렇게 쿨한 엔딩은 실로 오랜만이다.

이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가 있던데, 기회가 되면 봐야겠다.
(뭔가 리뷰까지 쿨해진 느낌....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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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교차로에서
김달수, 진순신, 시바 료타로 지음, 이근우 옮김 / 책과함께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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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시바 료타로, 한국의 김달수, 그리고 중국계 일본인 진순신의 1984년에 있었던 2번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역사소설가 3명이 동아시아 삼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두서없이 대화를 나눈다. 한 가지 소재에 대해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기도 하고, 나라와 지역의 특성을 비교하기도 한다.
동아시아 역사에 대해 전반적인 지식이 있다면, 나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나는 그냥 그랬다.
많은 소재를 가볍게 짚고 넘어가는 느낌이 개인적으로는 아쉬웠다. 몇 가지 요점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대화를 나눴다면 어땠을까 한다.
시바 옹의 사과로 대담이 시작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외압이라는 면에서는 진심으로 죄송하지만…….˝
여러 가지 이야기들 중에서는 아무래도 한국의 답답한 역사에 대한 이야기가 와닿았다. 중국과 일본보다 더 보수적이고 꽉 막힌 조선의 역사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옮긴이의 한반도의 대륙 세력과 해양 세력의 대립에 대한 글귀가 상당히 설득력 있다. (역사적으로 대륙 세력과 함께 했던 한반도에서 현재 한국이 해양 세력(미국과 일본)에 편입되어 있는 특이한 상황이다.)

이 책은 이 작가들의 팬이 아니라면, 딱히 추천하지는 않는다.

솔직히 할 말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되거나 흥미로웠던 부분 10개를 발췌하고 짧은 코멘트를 달면서 글을 마무리하겠다.

1. 사자는 문서를 가지고 다니는 게 아니라 전달해야 할 내용을 암송하고 다니기 때문에 문자는 그다지 필요하지 않았어요. 원 제국은 그러니까 문자를 가지고 있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 민족이 일대 제국을 형성했던 최후의 시대입니다. (27쪽. 진순신)
- 암송해서 다니다니.. 대단하다. ㄷㄷ 그래서 외우기 쉽도록 언어에 리듬감이 있었다고 한다.

2. 일찍이 몽골이 가장 많이 요구한 것은 여자였던 모양입니다. 한국어에서는 여자를 속어로 가시나라고 합니다. 가시나라는 말은 남의 눈을 속이기 위해 남자로 변장한 여자를 가리키지요. 남자는 데려가지 않았으니까요. (42쪽, 김달수)
- 가시나의 어원.

3. 마치 식염 같지요. 염화나트륨의 결정체로서 한반도에 남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중국에서는 그런 결정結晶은 필요 없습니다. 중국 문명은 마치 바닷물 같아서 불순물을 충분히 허용하고 있어요. 결정까지 가지 않아요. (56쪽, 시바)
- 조선의 유교(주자학)에 대한 시바 옹의 적절한 비유. 결국 주자학은 조선의 근대화를 끝까지 발목 잡는다. 아..

4. 엄지발가락과 가운뎃발가락을 벌려서 신어요. 발가락을 벌려서 신는 걸 보고는 쪽바리라고 했어요. 마늘쪽이 벌어지듯이 발가락이 벌어졌다는 뜻이지요. (110쪽, 김달수)
- 쪽바리의 어원.

5. 호박이라고 합니다. 호는 오랑캐 호胡를 씁니다. 오랑캐의 박이라는 뜻이지요. (144쪽, 김달수)
- 새로운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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