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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엘리 / 2016년 10월
평점 :
★★스포 있습니다★★
8개의 하드 SF 중단편집.
‘테드 창‘의 명성을 여러 번 들었던 터라 이번에 도전해 봤다. 어쩌면 올해 최고의 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었다. 큰 기대감으로 인한 실망을 감안하더라도, 그렇게 극찬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이디어와 소재는 기발하다. 다수의 소설에서 현재 지구와는 다른 자연법칙이 지배하는 환경을 설정한다. <바빌론의 탑>에서는 하늘에 천장이 있다는 설정을, <일흔두 글자>에서는 현대 과학이 미신, 거짓이라고 증명한 신비학이 과학이라는 설정을, <지옥은 신의 부재>에서는 천사들이 실제로 강림하여 물리적인 영향력을 주는 설정을 이용한다.
<바빌론의 탑>에서 수직적으로 한계가 없는 환경, 즉 끝없이 올라가는 탑을 묘사하는 건 꽤 사실적이어서, 글을 읽으면서 감탄했다. 올라가고 내려가는데도 수십 일이 걸리기 때문에, 아예 탑 중간중간마다 공동체를 형성하여 생존한다. 이 단편을 읽다가 잠깐 잠들었는데, 거의 벗어날 수 없는 탑에서 평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주는 불안함 때문이었던 걸까, 자다가 깼을 때 그렇게 찝찝하고 불쾌할 수가 없었다. 낮잠 속에서 이 소설을 계속 곱씹었달까.
<이해>는 마치 영화 <루시>가 떠올랐는데, 이 소설 역시 묘사가 생생했다.
아쉬운 점은 명백하다. 글은 잘 쓰지만, 감정적인 임팩트나 울림이 미미하다. 결말에서조차 ‘그럴 수 있겠다‘, ‘그렇구나‘라는 기분을 느낄 정도로, 소설 내 등장인물들이 주는 감정선의 영향력이 희미하다.
리뷰를 쓰고 소설을 복기하면서, 이 소설집의 여운을 느낄 수 있을 것도 같다. 먹을 때는 잘 몰랐지만, 되돌아보고 곱씹으면서 나름 괜찮았다고, 아니 좋았을지도 모르겠다고 입맛을 다시는 느낌이다. (이게 하드 SF의 맛일까.)
나무위키에 줄거리를 비롯한 간단한 설명이 있으니, 생각나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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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단편에 대해 간단한 감상평을 남기고 싶다.
<네 인생의 이야기>
표제작. 아무래도 가장 기대를 가지고 읽었다.
‘헵타포드‘라는 외계인과 조우하여 그들의 독특한 문자를 배우면서 미래를 알 수 있게 된다는 설정이 참 독특했다. 인간이 시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사고하는 것과 달리, 동시에 시간을 인식하는 헵타포드의 사고를 배우게 되면서, 본인과 딸의 미래까지 알게 된다.
기대만큼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괜찮았던 소설이다. 흥미와 신선함을 잡았다.
<지옥은 신의 부재>
이건 SF 소설이 아니지 않나?
종교 그 자체가 물리적으로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세계에서 천사 강림에 아내를 잃은 절름발이 남편의 이야기.
결말이 충격적이었다. 고생 끝에 천사의 빛을 받은 닐 피스크는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옥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천국으로 간 아내를 만날 수 없음에도 신을 사랑하게 된 주인공을 바라보며, 묘한 기분을 느꼈다.
불공평함, 그게 신앙일까. 이 정도면 약물을 통한 세뇌, 정신개조에 가깝지 않나 하는 기분까지 든다. 묘하다.
<외모 지상주의에 관한 소고 : 다큐멘터리>
외모에 대한 평가를 꺼버릴 수 있는 테크놀로지가 개발된 사회. 통칭 칼리. 칼리를 의무화하려는 캠퍼스를 두고 다양한 사람들의 갖가지 발언을 보여준다.
실생활 그 자체이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를 엄청 많이 준다. 사람의 외모를 평가하지 않는 공동체 속에서 산다면 어떨까? 과연 나라면 칼리를 켜고 살까? 섣불리 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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