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벚꽃의 비밀
유순열 지음 / 에세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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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을 메인으로 하는 소설을 읽고 나서, 전자도서관에서 벚꽃을 검색하다가 호기심이 동해서 읽었다.

일본의 꽃 하면 바로 떠오르는 벚꽃.
벚꽃이 한국과 일본 양 국가 사이에서 가지는 의미를 추적해 본다.
일본에서 벚꽃이 가지고 있던 의미와 상징, 벚꽃을 이용하여 드러냈던 군국주의적 야망, 일본 제국에 대한 향수, 패망 이후 일본의 태도와 변화 등이 한국과의 역사적 관계 속에서 어떻게 인식될 수 있는지 알아본다.

일본인이 무슨 의도로 벚나무를 기증했는지, 벚나무 기증에 담긴 역사적 함의가 무엇인지 해석하는 것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이자 핵심 목표이다. (책 속에서)

메이지 유신 이후 급성장한 일본은 조선을 야금야금 침략하면서 벚꽃 묘목을 많이 심는다. 조선의 궁궐인 창경궁은 벚꽃으로 둘러싸인 창경원으로 변모한다. 일제강점기 동안 한반도에서 벚꽃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1945년 해방 이후 이승만의 정책과 국민 정서에 따라 벚나무는 빠르게 줄어든다. 재일 동포와 일본인의 벚꽃 묘목 기증은 꾸준히 이어지는데, 박정희가 대통령이 되면서 벚꽃은 다시 부활한다. 박정희의 취향에 따라 국회 뒷길, 여의도 서로가 벚꽃으로 뒤덮인다. 벚꽃에 대한 반감은 제주도 원산지설로 침묵시켜버린다.

평소에는 별생각 없이 정말 이쁘다고만 생각했던 벚꽃에 이러저러한 의미와 역사가 있을 줄은 몰랐다.
일본인들이 엄청난 돈을 쓰면서 벚꽃 묘목을 기증하고 심지어 직접 관리까지 했다는 사실은 괜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순수한 의도로 볼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확실한 물증이나 악한 영향력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벚꽃을 군국주의적 야망 실현 프레임으로 이용했다.
˝천황을 위해 사쿠라 꽃잎처럼 지라˝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주입하고 세뇌하여, 결국 가미카제라는 반인륜적인 전술이 탄생했다. 가미카제에 차출된 사람들의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천황과 조국 일본을 위해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고, 훗날 야스쿠니 신사에 합사될 수 있다고 스스로 되뇌면서 죽음을 향해 꾸역꾸역 걸음을 내딛는 심정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

아들이 특공 작전에 배속된 것을 알고 목을 매단 어머니도 있고, 아들의 머리카락과 손톱이 들어 있는 상자를 받은 다음 물속에 몸을 던진 어머니도 있었다. 이보다 더한 비극은 출격하지 않은 채 종전을 맞아 귀가한 아들이 어머니의 자살을 알게 되는 일이다. (144p)

이승만과 박정희의 벚꽃에 대한 입장을 비교하는데, 벚꽃에 대한 입장만 다를 뿐, 이승만은 친일파 제거는커녕 정치적 입지를 위해 친일파들을 대거 등용했고, 박정희는 창씨개명을 2번이나 했던 전적이 있고 날치기 한일협정을 하는 등, 한국에서 과거 친일 세력을 전혀 처단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서글프게도 한국은 일제의 잔재를 토대로 피어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제 와서 벚꽃에 대해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거니와, 뭘 어떻게 하려는 움직임 자체가 굉장히 이상한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유라시아 전체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는 벚꽃은 한국에서도 아름다운 자연물 그 자체이다.
반일 감정이 극심했던 2019년도에도 벚꽃에 대해서는 별 태클이 없었던 걸 보면, 이제는 벚꽃과 일본의 과오와 태도는 확실히 구분된 듯하다. 혹여나 일본의 국화 벚꽃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면, 근거가 빈약한 제주도 원산지설에 두들겨 맞을 뿐이다.
늦었다. 시대도 일본의 적극적인 반성에 제동을 걸었다. 소련이 급부상하면서 전범들은 다시 요직을 차지하고 우익들은 다시 날개를 펼쳤다. 지나간 과거보다 닥쳐오는 소련의 공산화가 더 무서웠던 미국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어쩌겠나. 벚꽃에 그런 어두운 과거, 아니 벚꽃을 이용해먹었던 일본의 어두운 과거가 있음을 알고 다시 반복하지 않아야지.

한 줄 평 : 아름다운 벚꽃을 이런 과거와 현재가 숨어있다니, 꽤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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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그것은 벚꽃 같은 사랑이었다 - JM북스 히로세 미이 교토 3부작
히로세 미이 지음, 주승현 옮김 / 제우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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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완독한 전자책.
다시 읽고 싶었다. 약간의 아련함과 벚꽃 같은 달달함이 나의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예쁜 책 표지도 종종 떠올랐다. 그때 느꼈던 달달한 감정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스포 있습니다★★

봄을 싫어하는, 정확히 말하자면 벚꽃을 싫어하는 대학교 2학년 20살 이치이 타카야. 10살 때부터 벚꽃 주변에서 물체가 종종 사라지는 초능력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좋지 않은 시선과 오해를 받아왔다. 봄과 벚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이모가 운영하는 교토 화과자점 <키쿠야>에서 봄 알바를 하게 되는데, 그곳에서 아름다운 여성 사쿠라 유키를 만나게 된다. 알콩달콩 그녀와 사이를 좁혀가는 와중에, 벚꽃길 아래 그녀의 앞에서 어떤 물체가 사라지게 된다.

어떤 결말인지 대강 알고 있어서, 이번에는 서사와 묘사에 중심을 두고 읽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되는데, 타카야의 성격에 따라 서술도 잔잔하다. 이러한 서술에 벚꽃 가득한 배경과 아름다운 여성이 잘 어우러진다. 동물원, 유람선, 벚꽃 철도길에서 대리 데이트하면서 나름 흐뭇했다.
또 라노벨 특유의 서술 방식이 적은 점도 좋았다. (이럴 때마다 생각나는 <너췌먹>. 감정적 산통을 다 깨부수는 그 서술은 참..ㅋㅋ)

나의 안전과 생명을 위해서, 미래에서 온 나의 연인.
타임슬립 로맨스를 종종 상상해왔던 나의 망상을 달달하게 문장화했다.
미래에서 온 그녀가 그저 바라보거나 약간의 조언을 해주는 게 아니라, 나의 현실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친다는 점이 어떤 면에서는 무섭기도 했다. 미래의 본인과 만나서 잘 지낼 수 있도록, 현재를 조종하고 통제한다는 것이 로맨틱하지만 섬뜩하다.
하지만 이야기 속 유키는 남편 타카야의 목숨을 구하려고, 본인의 힘듦과 고통을 감수하고 과거로 와서 초능력을 사용하고 있다는 설정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미래의 아내라면 충분히 이해 가능하다! 본인의 초능력 때문에 타카야가 힘들어하고 있다는 걸 알고 마음 아파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면 오히려 부럽다.
(그래도 다른 여자가 주는 러브레터를 없애버린 건, 단순 질투심 때문이라는 건데.. 귀여운 질투로 봐줘야겠지😄)

가독성 좋은 소설과 함께한 이북 스타트가 나쁘지 않다. 달달한 결말에 기분 좋게 책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로맨스 소설에 대한 내공이 부족하지만, 내 기준에서 이 정도면 무난하지 않을까 싶다.

한 줄 평 : 타임슬립 + 로맨스 + 일본 특유의 감성 + 벚꽃 = 달달한 분홍빛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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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케다 신겐 국내 미출간 소설 20
와시오 우코 지음, 박현석 옮김 / 현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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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우에스기 겐신 또는 다케다 신겐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은 거의 없었다. 알고 있는 유일한 소설은 부분 절판된 무사(이자와 모토히코)뿐이다. 그런 와중에 출간된 소설이라니! 일본 센고쿠 시대에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반갑기 그지없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를 보는 기분이었다.

원제 고에쓰군기. 군담소설이다.
기대와는 조금 달랐다. 다케다 신겐과 그의 측근의 서사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를 기대했으나, 등장인물들에게 애정을 주기는커녕 주요 인물을 제외하고는 누가 누군지를 알아보기가 힘들었다.
더군다나 신겐과 겐신의 명성만 알고 있는 나에게는 초면인 인물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즐기지 못했던 것 같기도 하다. 배경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복습하는 기분으로 읽을 것 같다.

이야기의 구성은 단순하다.
다케다 가문과 신겐에 대한 이야기에 이어서 우에스기 가문과 겐신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신겐과 겐신이 대치하고 맞붙는 이야기까지. (정확히 말하자면 4차 가와나카지마 전투까지.)

재미는 그다지 없었다.
‘오오 신겐! 오.. 오.. 음.... 오? 겐신?! 오~ 오.. 오 둘이 이제 싸워?! 오오오... 오!‘ 이런 느낌이다.
등장인물에게 정을 붙일 시간과 여지가 거의 없다. 대국적인 서사는 있지만, 개인적인 서사는 매우 부족하다. 차근차근 세력을 넓히고 기반을 마련하는 다케다 가문과 우에스기 가문의 서사에서도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인, 극 후반부 가와나카지마 전투는 기대감을 가지고 책 말미에 수록된 지도를 참고하면서 재밌게 읽었다. (전투의 향방을 몰랐기 때문에 은근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전투는 겐신이 신겐에게는 이겼지만, 에치고군(우에스기)는 고슈군(다케다)에게 진 전투라고 봐도 될 것 같다.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지만, 이렇게 신겐과 겐신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읽을 수 있었음에 의의를 둔다. 사막 속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했지만, 그 오아시스가 목만 축일 정도로 작은 오아시스인 기분이다.
센고쿠 시대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읽지도 않겠지만, 배경지식이 없다고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난이도도 아니다. 물론 재미는 보장 못 한다.

한 줄 평 : 신겐과 겐신, 그들을 소설로 만난 것에 의의를.
(여담) 희붐하다, 예봉이라는 새로운 단어를 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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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풍당당 - 성석제 장편소설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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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터 한 번은 읽어보자고 벼르고 있던 성석제의 소설을 드디어 읽었다.
여러 권의 소설들 중에 <위풍당당>이라는 제목에 이끌려서 이 책을 선택했다.

★★스포 있습니다★★

(간단 줄거리) 불우하고 고통스러운 과거에서 벗어나고 도망쳐서 ‘태강 면 지천 벽‘이라는 사람 없는 곳에 모여사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위기가 닥친다. 마을 유일한 젊은 여성 새미에게 깡패 한 놈이 찝쩍거리다가 봉변을 당하게 되면서, 한 조직 전체가 복수를 위해 이 마을로 들이닥친다. 과연 마을 사람들은 깡패들을 물리칠 수 있을까.

기대하지 않았던 한 편의 마당극을 관람한 기분이다.
성석제의 표현력과 문장부터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이야기 전개까지 한 편의 시트콤 같기도 하다. 그의 글솜씨를 따라가다 보면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구수하고 웃긴 문장에 입꼬리가 저절로 위로 휘어지기도 한다. 글이 재밌다.

하지만 한계 또한 명확하다. 중반부까지는 괜찮다. 아니 후반부까지도 어느 정도는 괜찮다.
이야기 마지막 10퍼센트 부근부터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이야기가 점점 더 경박해지고 가벼워진다. 깡패들의 두목 정묵이 여산과 맞다이를 뜰 때부터 이야기가 한없이 가벼워진다.
명색이 깡패 두목인 정묵이 어중이떠중이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이 50이 코앞인 김여산에게 상대가 되지 않고, 준호의 울부짖음에 기적적으로 제정신을 차린 여산이 정묵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그 와중에 느닷없이 각종 내연기관들이 이 마을 부근으로 오고... 정신없다.
이러한 마무리를 작가가 의도했다면 달리 할 말은 없다만, 나에게는 너무 갑작스러운 전개였다. 이제 막 메인 클라이맥스를 지나 리틀 클라이맥스에서 이렇게 고꾸라져버리는 전개에 당혹스러웠다. 어설프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결말을 제외한다면 괜찮은 소설 읽기였다.
아프고 힘든 현실에 밀려 지천 벽으로 하나둘씩 모여든, 개성 있는 캐릭터들의 대화와 일상을 지켜보는 것과 동시에, 깡패들의 이런저런 모습과 대화를 비교하는 것도 흥미롭다. 두 집단이 다르게 정의하는 ‘식구‘에 대해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남는다.

한 줄 평 : 한편의 마당극을 본 기분! 근데 뒤로 갈수록 억지스럽고 경박해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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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 2017년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정세랑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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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있습니다★★

언젠가 ‘팔레타운‘이라는 유튜버에서 추천을 했던 책.
50명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히고 얽힌다고 해서, 이사카 코타로의 <러시 라이프>의 확장판이려나 생각을 했지만, 차이가 크다. <러시 라이프>에서는 소수의 행동이 톱니바퀴처럼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면, <피프티 피플>은 실 같은 선이 조금씩 얽혀있달까.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속성으로 짧게 짧게 엿볼 수 있다. 병원을 메인으로 다양한 생활 모습을 보여준다.
표지에 떡하니 장편소설이라고 씌어있지만, 사실상 초단편소설 50편이 미세한 연결고리를 가지며 독립적으로 공존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소설 하나 하나가 10페이지를 넘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끊어서 틈틈이 읽기에도 괜찮다. 다만 ‘장편소설‘이라고 명명한 만큼, 각 단편의 등장인물이나 사건이 다른 단편에서도 등장하기 때문에, 이전의 단편을 얼추 기억할 수 있다면 이야기를 좀 더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역시 이렇게 등장인물이 많은 소설은 마지막에 등장인물들을 한 장소에 모아야 제맛이지만, 등장인물들이 너무 많아서... ㅋㅋㅋㅋ 조금은 아쉬운 마무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작가가 ‘이렇게~ 저렇게~ 사람들이 살아갑니다‘라는 의미를 전달하고자 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좋았던 세 가지 이야기를 간단히 나열한다.
문우남 : 아내 진선미의 그 호방함, 슬퍼도 힘들어도 하하하하하하하 웃는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이런 아내, 나도 만나고 싶다.
남세훈 : 콜라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고등학생.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신사 할아버지가 꽤 인상적이었다. 나도 이렇게 늙을 수 있다면..
윤창민 : 연애 이야기. 사람이 좋아서 사람이 끊기지 않는 여자친구 소은과의 에피소드가 부러웠다.

가볍게 읽기에 괜찮은 장편소설이자 초단편소설집이다.
각각의 단편들을 읽을 때마다 충분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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