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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고아 ㅣ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3
모리 에토 지음, 고향옥 옮김 / 생각과느낌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주의 고아
모리 에토(1994), 고향옥 옮김, 생각과느낌, 2004
감상을 이야기 하기보다, 밑줄 그은 부분을 옮겨적는다.
더 많이 있지만, 마지막 장면이다.
책이름의 비밀을 알려준다.
모리 에토의 글에는 이렇게 책이름의 비밀이 있다.
<컬러풀>도 그랬다.
어쩌면... 어떻게 이렇게 성장소설을 따뜻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참, 글은 좋은데 편집이 별루다. 삽화도 좋지만 문단나누기를 너무 많이 해서 페이지수를 늘린 것은 좋지 않다-.-;;
“너 울어?”
깜짝 놀라 물었더니,
“스미레 선생님이 말했어.”
훌쩍거리면서 키오스크가 이상한 말을 했다.
“스미레 선생님?”
갑자기 왜 스미레 선생님 얘기가 나오지?
“선생님이 학교 그만두기 전에 우리 집에 오셨어. 2학년은 C반의 다른 애들은 괜찮지만 나는 걱정이래. 우리 집에 와서 그러셨어. 어른이고 아이들이고 가장 힘들 때는 자기 힘으로 혼자서 헤쳐 나갈 수밖에 없다고.”
아야코가 내민 꽃무늬 손수건으로 키오스크는 얼굴을 북북 문질렀다.
“우리는 모두 우주의 고아이기 때문에 따로따로 태어나서 따로따로 죽어 가는 고아이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반짝반짝 빛나지 않으면 우주의 어둠 속으로 삼켜져 사라져 버린대.”
우주의 고아.
머리까지 뒤집어 쓴 담요를 홱 걷어 버리고 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온몸을 덮쳐 올 것 같은 진한 감색 어둠에 숨이 막혔다. 우주라는 말을 떠올리기만 해도 이 하늘은 이렇게 어둡고, 끝이 없고, 그리고 몹시 거칠어진다. 그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별들의 빛이 강해지고 약해지면서 앞을 다투며 반짝거리고 있다. 스미레 선생님의 말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알고 있었다. 누구나 가장 힘든 때는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을. 누구도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미숙한 지혜를 짜내어, 엉터리였지만 하고 싶은 대로 해 왔다. 소인들의 발소리에 귀를 기울려 나도 함께 뛰려고, 계속 뛰려고 했다.
14년 동안, 이런저런 방법을 다 동원하여 린과 즐겼던 시시한 놀이들. 그런 놀이에서 나는 분명히 배웠다. 머리와 몸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 세상은 얼마든지 밝을 수도 슬플 수도 있다는 것을. 우주의 어둠 속에서 삼켜지지 않는 방법. 고아가 살아남기 위한 방법이다.
“하지만 말야.”
키오스크의 속삭임에 나는 문득 정신을 가다듬었다. 아주 잠시 동안 여기가 지붕 위라는 것도, 옆에 키오스크와 린과 아야코가 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하지만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에, 가끔은 손을 잡을 수 있는 친구를 더 열심히 찾으라고 선생님이 말했어.”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로 키오스크가 말했다.
"손을 잡고 마음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순간, 내 손을 잡은 키오스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움칠했다. 아까보다도 미묘하게, 하지만 확실히 따뜻해져 있는 키오스크의 손. 전해 오는 그 희미한 열을 아주 잠시 동안이라도 잊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깜짝 놀랐다.
“그럼 앞으로도 가끔씩 이렇게 다 같이 손을 잡자.”
아야코가 여유 있게 말하며 웃었다.
“우리 또 재미있는 노리도 생각해. 다음엔 더 안전한 걸로.”
린도 활짝 웃었다.
“나도 끼워 줄 거야?”
불안해 하는 키오스크의 우는 얼굴을 보고 모두 크게 고개를 끄덕이자 키오스크는 금세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내일부터는 어떤 가혹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질리지 않는 친구들의 웃음 띤 얼굴이 있어 기쁘다. 서로서로 맞잡은 손에서 전류처럼 흘러오는 린과 아야코와 키오스크의 따스함. 마음의 휴식.
“그럼.”
나도 그 친구들을 보고 웃었다.
“다음엔 뭐하며 놀지?”
새로운 도전장을 던지듯 우주의 어둠 속을 노려보았다. (193-195ㅉ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