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트린 이야기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까트린 이야기

파트릭 모디아노 글, 장 자끄 상뻬 그림,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펴냄, 1996

 

장 자끄 상뻬의 그림으로 유명해진 책이 아닌가 싶다.
<좀머씨 이야기>를 시작으로 열린책들에서 나왔던 글을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까트린 이야기>는 기억나지 않아 읽어 보았다.
<발레 소녀 까트린>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판되었지만 품절이다.

무용을 ㄱ까트린은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어린 시절 엄마와 떨어져지내는 동안 아버지와 함께 더욱 친밀하게 지낼 수 있던 시간들이 무척 소중하게 다가온다.
이런 점에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어른을 위한 동화같은 책이라고 하는가 보다.

<까트린 이야기>에는 '안경'이라는 소재가 특히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안경을 쓰지 않고 보면, 세상은 더 이상 꺼슬꺼슬하지 않았고, 빰을 대면 스르르 잠을 불러 오던 내 커다란 새털 베개만큼이나 포근하고 보들보들했다.
그런 나를 보고 아빠는 이렇게 묻곤 했다.
"까트린, 무슨 생각에 잠겨 있니? 안경을 쓰는 게 좋겠구나."
아빠 말에 따라 안경을 쓰고 나면 세상으 모든 것이 여느 때처럼 다시 딱딱해지고 또렷또렷해졌다. 안경을 쓰고 있으면,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였고, 나는 더 이상 몽상에 잠길 수 없었다.(8쪽)


"안경을 쓰지 않고 춤을 춰도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아빠는 내 말에 자신감이 넘쳐서 자못 놀란 모양이었다.
"안경을 벗으면 세상이 달라 보이기 때문에, 나는 춤츨 훨씬 더 잘 추게 될 거예요."
"네 말이 맞다. 그래, 그럴 거야. 아빠도 젊었을 때 그랬단다...... 네가 안경을 벗고 있을 때면, 다른 사람들은 너의 눈길에서 어떤 보얗고 다사로운 기운을 느끼게 될 게다...... 사람들은 그걸 매력이라고 부르지......." (50쪽)


까트린처럼 내가 다니던 중학교 음악선생님도 안경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안경을 쓰면서 보이지 않았던 더 많은 것을 보게 되었고, 그래서 더 힘들어졌다고 말이다.
그것은 선생님이 예술가적 기질을 가졌고, 그 기질을 잃기 두려워했던 것이 아닐까.
눈을 뜨고 공상이 아닌 현실에 적응하게 되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까트린 이야기>는 현실적이지 못하고 조금 붕 뜬 이야기같다.


다만 아버지와 딸의 친숙함이 내게는 부러움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아마도 떠남 때문이었는지 밑줄 그은 부분이 있어 옮긴다.


"까트린, 네 할아버지의 결정이 옳았어. 어느 날 할아버지께서 북역에 도착하셨단다. 할아버지는 이 동네에 머물기로 결심하셨어. 오뜨빌 거리의 우리 가게를 연 것도 그분이댜. 왜 할아버지께서 이 동네에 살아야겠다고 결심하셨는지 아니? 그건 여기가 기차 역들이 있는 동네이기 때문이야. 할아버지는 여기에 살면,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떠나기가 더 편리할 거라고 생각하신 거지...... 까트린, 우리도 떠날까? 여행하고 싶지 않니? 새로운 지평선을 보고 싶지 않니?" (81쪽)

 


2007.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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