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의 꿈 푸른숲 역사 동화 5
배유안 지음, 허구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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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의 꿈>. 푸른숲 역사동화 시리즈이기에 집어든 책이다. 제목에서 반쯤 짐작하였듯,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통일신라시대가 되기 전, 삼국시대 말엽, 신라가 가장 치열하던 시절. 선덕여왕과 김유신과 김춘추, 봄의 영광을 꿈꾸며 겨울의 참혹함을 견뎌내야 했던, 전쟁이 끝없이 이어지는 그 시간.

전쟁이 벌어진다 하여 모든 이들이 전쟁터에 나가 싸우지는 않지만, 모든 이들의 삶 속에 전쟁이 끼어들기는 한다. 전쟁으로 전사하여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과 상처입고 돌아오는 사람들, 더러는 공을 세워 이름을 드날리는 사람, 징발되는 물자와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

 

주인공 부소는 모전 공방에서 일하고 있는 말 없는 떠돌이 소년이다. 군사들을 보고 긴장하고, 춘추공을 보고 도망가는 그에게는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부소는 김유신의 낭도인 아버지가 전사한 뒤 여덟 살 나이로 춘추공의 집에서 법민과 고타소를 돌보게 된다. 여덟 살 고타소, 여섯 살 법민과 친하게 지내고 춘추공의 집안일을 도우면서 자란 부소는 전쟁에 나가고 싶지 않아한다. 춘추공 댁 집사의 일을 돕거나 어머니가 하고 있는 모전(양털 따위의 털로 두툼하게 짠 양탄자) 공방 일을 흥미로워한다. '적군에게 아버지를 살해당한다'고 해서 모든 아들이 아버지의 원수에 불타올라 손에 검을 들고 적군을 향해 달려가는 선택을 하지는 않는 것이다.

 

"전쟁에서 어떻게 전사자나 부상자가 없기를 바라겠어?"

법민이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그러다 다시 결연한 모습이 되었다.

"어느 한쪽이 무너져야 끝날 싸움이야. 그게 신라여서는 안 되잖아. 그렇다면 이기는 수밖에 없어." - p.63

 

일장공성 만골고一將功成萬骨枯라는 말이 떠올랐다. 장수의 공명은 결국 병사의 희생이라는 것이다. 역사책에서 나열되는 것은 공을 세운 장수나 나라를 위해 개인을 바친 화랑 같은 이의 이름이지만, 그들 아래에도 분명 그들과 똑같이 생명을 지닌, 오히려 선택권조차 없었던 병사들이 있었다.

삼국통일은 신라에게 허망한 꿈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하는 목표였다. 춘추공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고, 그것은 우리의 위대한 역사다. 하지만 부소에게는 그 목표보다도 주변인의 목숨이 더 무겁고, 소중했다. 이것 또한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모두가 나라를 위해 기치를 내걸고 전장을 가로지르던 그 시대에도, 이런 삶의 방법 또한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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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신부 세트 - 전2권 그림자 신부
류다현 지음 / 파란(파란미디어)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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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 위보형은 경요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네가 어떤 상단이나 상점과 거래를 하려 할 때 꼭 살펴야 할 일이 있다. 첫째는 아랫사람들이 우두머리가 공정하다고 여기는 가, 둘째는 자기 자신과 피붙이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가, 마지막은 아랫사람에게 주어야 할 새경을 제날짜에 제대로 주고 있는가이다. 이중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이다."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어찌 앞의 두 가지보다 마지막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입니까?"
"윗사람이 공정하지 않아도 상단은 돌아간다. 또 윗사람이 자신과 피붙이에게 엄격하지 않아도 상단은 돌아간다. 그러나 아랫사람에게 주어야 할 새경을 제날짜에 주지 않는다면 그 상단은 절대로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들이 무엇 때문에 그 힘든 일을 한다고 생각하느냐? 돈이다. 윗사람이야 그 돈이 없어도 호의호식하겠으나, 아랫사람에겐 자기의 목숨뿐만 아니라 가족의 목숨을 위해 꼭 필요한 돈이다. 주어야 할 새경을 제대로 주지 않으면서 어찌 공정함과 엄격함을 논할 수 있단 말이냐. 또한 앞의 두 가지는 판단하기 쉽지 않으나 마지막 것은 쉽게 알아볼 수 있지 않느냐."-1권 80쪽

"제 소원은 그림자 신부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
"한 사람만 희생하면 양국이 평안하다. 그것이 모든 이들의 생각입니다. 지금껏 그래 왔고요. 그럼 그 한 사람은 무엇이란 말입니까? 저는 그런 화친 따윈 원하지 않습니다."
(……)
"아까 폐하께서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인人은 인仁이라고요. 사랑하고 불쌍히 여기는 게 인仁이며, 아무리 하찮은 사람이라도 세상 전체와 바꿀 수 없는 가치가 있다 믿고 사람을 대하는 게 인仁이라 배웠습니다. 그림자 신부라 부른다 하여 한 여인이 그림자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여인은 살아 있고 무언가를 바라는 인간입니다. 한 사람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는데, 더 많은 사람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저는 그것이 두렵고 싫습니다.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없는 존재로 만들고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것 말입니다. 폐하께서는 성군이십니다. 그런데 왜 폐하의 은택이 배우인 황후에게는 내리지 않는단 말입니까."-1권 192쪽

문득 준은 경요만 한 황후감을 과연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생각하고 쓴웃음을 지었다. 어머니 단사황태후가 바라는 그런 황후감 아닌가. 강하고, 현명하고, 자신과 정사를 동등한 눈높이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식견과 경륜을 갖추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은애하는 여인이지. 이 황궁에서 원하는 오직 한 사람의 여인이지.'
하지만 그는 경요에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1권 292쪽

"하나 단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힘의 균형이 연 쪽으로 넘어가 중원이 연의 차지가 된다 해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겁니다. 그들은 농사짓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땅에 뿌리내리고, 집을 짓고, 농토를 가꾸며 사는 것을 절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땅에 대한 집착을 끝내 배우지 못할 겁니다. 그건 동물의 본성을 바꾸는 것만큼 힘든 일이지요. 청랑족들의 피에 사냥과 이동에 대한 본능이 숨어 있는 것처럼 단의 백성들의 피 속엔 땅에 대한 집착이 숨어 있습니다. 그들은 무언가를 키우지 못합니다. 풀들이 자라는 곳을 따라 초원을 이동하며 살지 그 풀을 키울 생각은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연의 군대는 중원에 폭풍처럼 불어닥치겠지요. 하나 한 계절 이상 부는 폭풍도 없으니……, 전투에서 지더라도 전쟁에서는 이기면 되는 겁니다."-2권 224쪽

"단은 지고 있는 해다. 하나 연은 떠오르는 태양이지. 언젠가 여능ㄴ 중원을 지배하게 된다. 그대는 떠오르는 해에 더 어울리는 사람이야. 단처럼 늙어 가고 있는, 빛나는 옛 영광만을 붙잡고 사는 머리 굳은 이들이 그대 같은 여인을 품을 수 있을까?"
재선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경요는 알았다.
경요는 대답했다.
"석양도 아름답습니다."
경요는 마음속으로 덧붙였다. 준과 함께 보는 석양이라면.
예상했던 거절이었다.
경요는 준과 함꼐 석양을 보기로 마음먹었다. 그 석양을 가장 아름답게 불태우리라. 천천히 어둠이 내리게 하리라. 그게 그녀가 선택한 운명이었다.-2권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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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조부의 상단을 물려받기 위해 자라온 여국 둘째공주 경요. 정인이 있는 첫째 하석공주 대신 그림자 신부가 되고자 한다. 혼인례를 치르고 여후儷后라는 봉호를 받았지만, 이름뿐인 황후일 뿐 그림자 신부는 진짜 황후가 될 수 없다. 황제의 아내로서 아이를 낳는다는, 반려로서의 권리는 황귀비와 후궁들의 것이며, 그림자 신부는 유선궁에서 유폐된 황후라는 이름의 산 인질이다.

 

"상단의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자기편 하나 없는 낯선 곳에 가서 신뢰를 쌓고 거래를 하는 것 말입니다."

"그 누구도 절 그림자로 만들 순 없습니다. 전 마지막 그림자 신부가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제 발로 단국에 가는 것입니다." - p.30

 

"전 공주의 몸가짐이나 예법 같은 건 애초부터 배우지 않았으니까요."

"그럼 무엇을 배웠나?"

"의술과 산학, 천문학을 배웠습니다. 또 칼을 쓰는 법, 산을 타는 법, 낙타를 모는 법, 낯선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좋은 물건을 고르는 법, 이익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법을 배웠습니다."

"장사꾼이 이익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다니 믿을 수 없군."
"장사꾼이 이익에 흔들리면 상도의 근본이 흔들리고, 임금이 권력에 흔들리면 나라의 근본이 흔들립니다. 외조부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利는 칼[刀]이라, 큰 이익에 눈이 멀어 덥석 잡았다간 칼날에 손을 크게 벨 수 있다고요. 이利가 이理가 되도록 하는 게 장사꾼의 역할이라 배웠습니다." - p.59

 

공주답게 자라지 않아, 공주답게 눈물을 흘리는 대신 그림자 신부 자체를 없애고자 하는 경요. 그녀와 혼인한 이는 단국 예석황제 준이다. 한 번 내쳐졌으나 아들을 낳았기에 다시 황궁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그 뒤로 오로지 아들을 제위에 올리는 것만을 생각하고 살아온 황귀비 규완 - 현 단사황태후의 하나뿐인 아들. 준에게 있어 형제는 오로지 물리쳐야 하는 상대였기에 언니를 위해 대신 그림자 신부의 길을 택한 경요가 신기했다.

 

대대로 그림자 신부가 존재해야 했던 이유인 환주 땅, 그리고 환주 땅에 벌어진 사건과 환주 땅을 노리는 연국 왕 제선까지 얽혀 정세는 점점 복잡해진다.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경요와 준, 그리고 둘 사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단사황태후가 선택한 황귀비 주유, 준의 벗 자균, 경요의 오라비 태원세자와 외조부인 상단주 위보형, 어머니 동비 유정 아씨. 자신 앞에 펼쳐진 갈림길에서 경요는 멋진 행동력을 보여준다. 무작정 나아가는 듯하나 실은 길을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작중에서 몇 번이나 미인이 아니라는 묘사가 등장하지만, 그녀의 매력은 이 활기찬 모습일 것이다. 이 눈부신 모습이 한 발짝 너머서 바라보면 먼치킨에 가깝긴 하지만…… 책을 읽고 있는 동안에는 빠져든 터라 큰 걸림은 느끼지 못했다.

 

<그림자 신부>에서 정말 인상깊었던 것은 누구 하나, 악을 위한 악이 없다는 것이다. 두 주인공 경요와 준은 물론이고 그들 사이를 가장 못마땅해한데다 만만찮으니 최고 악역이라 부를 만한 단사황태후, 무능했던 효성황제, 그림자 신부인 경요를 원하다 끝내 경요 그 본인을 연모하게 되는 제선, 제선을 키운 피 섞이지 않은 조모 효라까지. 캐릭터 하나하나에 제각각의 사연이 넘치지 않을 정도로, 그러나 이해가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가 풀려나와 끄덕 하고 어느새 그들을 이해하게 된다.

 

<신부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라고 하는데, 작가의 역량에 감탄하게 된 두 권이었다. 이 분의 다른 소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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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나무 아래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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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어보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

 

<살인귀> <흑난초 아가씨> <향수 동반자살> <백일홍 나무 아래>까지 네 작품이 실려 있다.

어떤 단편에서든 전후戰後의 느낌이 진하다. 전쟁으로 인해 헤어진 부부, 전쟁에서 돌아왔더니 죽은 아내, '전후파' 젊은이들…….

 

"제 이름 말입니까? 제 이름은 긴다이치 코스케, 변변찮은 남잡니다."

창망하게 저물어가는 폐허 속의 급경사를 긴다이치 코스케는 잡낭을 흔들고 또 흔들며 서둘러 내려갔다. 세토 내해의 외딴 섬, 옥문도를 향하여……. - p.306

 

네 작품 모두 단편이라 술술 읽혔다. 배경이 아주 같지는 않지만 전쟁이 일관되게 영향을 주고 있어, 전후라는 사회적 배경이 얼마나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쳤는가 새삼 되새겼다. <살인귀>의 도입부부터 결말까지가 흥미로웠고 (특히 '서양 어느 소설가의 말에 의하면 오백 명에 한 명 꼴로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살인범이 우리 가운데 있다고 한다' - p.9 로 시작되는 첫 문장부터 분위기가 일관된다), <백일홍 나무 아래>는 좀 더 길게 읽고 싶었다. <이누가미 일족>과 <옥문도>를 다시 읽고 싶어졌고, <병원 고개의 목매달아 죽은 이의 집>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백일홍 나무 아래>가 제목인데 원제는 <살인귀>라고 되어있어서 응? 싶었는데, 첫 수록작인 <살인귀>가 일본에서 표제작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납득. 요코미조 세이시 시리즈의 한국 번역판 표지는 분위기 있으면서도 잔인한(?) 분위기까지는 느껴지지 않아 좋았는데... 출판사 블로그의 요코미조 세이시 관련 포스팅을 보니... 으악, 일본판 표지였다면 아마 읽을 엄두도 못 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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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호리이 님의 추천사. 호리이 님의 소설은 <마왕연대기> <이시스의 신부> 등 판타지를 주로 읽었지만, 마침 좋아하는 시대물 로맨스이기에 선뜻 집어들었다.

월지국 광무제 치세, 황제의 막냇동생이자 이웃나라와의 전쟁터에서 무공을 세운 바 있는 은월왕 주유환. 방랑중인 그의 무용담은 유명하고, 외조부가 태사인 권세가라 황제에게 아들이 없는 것이 더해져 다음 황제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변경에서 칠현금을 타는 평범한 소녀로, 얼마 전 어머니를 여읜 소윤설이 주유환과 만나게 된다. 황위와 가장 가깝지만 전혀 황위를 바라지 않는, 그러나 황제가 될 만한 역량을 지닌 남주와 평범하기 그지없으나 나름의 재주를 지닌 여주. 시대물 로맨스의 정석에 추천推韆이라는 소재가 더해져 추천사, 라는 제목을 떠올리게끔 스토리가 진행된다.

하지만 아주 흡족하지는 않았다. 본래 작가님에게 기대가 있었던 탓일까. 정말 황궁답다(...) 싶을 정도로 황궁과 연계된 캐릭터가 무너진다. 황제라든가 유 귀비라든가. 아, 여기서 망가진다는 건 캐릭터성이 변화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 변화가 납득하기에는 조금 응? 싶다는 것. 이른바 세월을 건너뛴 마지막 챕터의 바로 앞 장면까지는 참 좋았는데, 좀 뜬금없이 건너뛰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마지막 장과 그 앞장 사이에서 특히 모 캐릭터의 성향이 완연히 달라져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그 중간에 한 챕터쯤 분량이 더 있었다면 좋을 뻔했다. 조역일 뿐인 비서랑 서지형과 그 아내 수려, 그리고 지형의 형 지한의 캐릭터가 오히려 기억에 남는다.

 

 

 

 

 

 

 

 

 

 

 

 

 

 

 

 













 

집안의 공주님으로 부둥부둥 자라온 히키코모리 이은유가 한 남자를 보고 방구석에서 벗어났다. 월드스타 전도하, 3년 기한을 두고 그를 '팬질' 하는 은유의 정성은 정말 대단하다. '도하 님'과 가까운 곳에서 살기 위해 같은 곳으로 이사한 은유는 뜻밖에 전도하의 매니저 '존 실장'과 만나게 되고, 오해와 오해가 겹쳐 인턴으로 도하의 곁에서, 존 실장의 비서로서 일하게 되는데…….

 

이지환 님과 채현 님 공저, 합치면 10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의 책. 팬덤의 코믹컬함과 애완돼지 배익헌의 귀여움, 촬영현장에서 벌어지는 해프닝 등으로 잘 맞기만 한다면 웃으면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턱턱 걸리는 면이 없지않다. 여주가 무엇을 해도 전폭적으로 부둥부둥 해주는 가족들(헬리콥터 맘과 포크레인 그랜대디), 남조라고 부르자니 약하고 엑스트라라고 부르자니 일단 극중 없어서는 안 될 장치 역할을 하는 어중간한 캐릭터..등등. 작가 이름을 보고 기대를 했더니 못 미쳐서 더 실망...했을지도. 약간이지만, 중간중간 눈에 띄는 오타도 껄끄러움에 한 몫을 더했다. 히든트랙도 약간 뜬금없고.; 두꺼운 책에 너무 많이 담다가 오히려 힘겨워진 느낌.

 

+ 가하에서 외전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무료 이북으로 제공되는 듯(http://www.ixbook.co.kr/).

 

 


 

 

 

 

 

 

 

 

 

 

 

 

 

 

예조참판의 딸이자 문과 장원급제자의 누이인 희원은 그 총명함을 높이 산 임금에 의해 우연히 세자의 교육을 맡게 된다. 방자하여 예덕이 부족하다는 세자는 임금에 의해 한 암자에 감금되다시피 하여, 희원을 만나게 되는데…….

 

작가의 이름을 봤을 때 미처 알아채지 못했지만(백선로드), 사실 백선+더로드 두 분의 합작이시라고 한다. 특이한 제목에 시대물이라 관심이 갔더랬다. 이야기가 시작할 때 두 사람의 구도(간추리자면, 과거있는 남자와 똑똑한 여자?)는 참 마음에 들었지만, 갈수록 흐려졌다. 무엇보다 희원이 갈수록 '평범한 규수답지 않은 학식을 갖추고 재치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다만 희생을 떠맡을 뿐인 여주인공이 되어가는 게 아쉬웠다. 세자를 그렇게 만들었던 부모 세대의 진실도... 밝혀졌을 때 이랬구나, 가 아니라 이랬어?; 라는 느낌이었고... 사족이란 느낌이 드는 에필로그는 참 오랜만이었다;. 완전한 행복의 형태로 결말짓는 것은 좋아하는 편이지만, 꼭 이런 형태여야 진정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건가? 하고 조금 삐딱한 기분이었달까^^; 차라리 예상 없이 읽었으면 재밌었을지도 모르지만, 상상했던 것과 이야기 전개가 너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 탓에 제대로 읽히지 않은 소설이었다. 초반부 읽고 텀을 좀 두고 읽어서 그런 것 같은데 차라리 그냥 죽 읽었으면 감상이 달랐을 듯.;;

 

 

 

 

 

 

 

 

 

 

 

 

 

 

 

 

 

 

 

 

 

 

 

 

 

 

 

 

 

 

 

 








































































 

※※※ 소설 내용 전개를 완전히 밝힙니다. 스포일러 주의.

 

2007년 이지환 작 아바타르. lotus 시리즈 '프로젝트 드러스티'를 읽은 지 얼마되지 않아 '아바타르'출간 소식을 들었지만, 소식을 들은 것과는 별개로 이제서야 '아바타르'를 읽었다.

인도인 남주 라탄 나발 나와르완지 타다는 생매장당할 뻔했던 위기 속에서 자신을 크리슈나라고 부르며 의식을 깨워 준 꿈 속의 여인 라다를 찾아 헤맨다. 한편으로 한국인 여주 서린은 자신을 라다라고 부르며 찾아헤매는 남자의 꿈을 꾼다. 타다 그룹의 회장인 라탄은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 서린과 만나게 되고, 한눈에 반해 그녀를 끊임없이 유혹한다. 서린도 라탄에게 흔들리지만, 오래 사귀어온 약혼자 현조를 사랑하고 있다.

서린과 라탄이 이루어질 거라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가운데 선 현조의 존재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가 참 궁금했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2권 시작에서 현조가 죽는다. 그것도 사고에 휘말려서 어이없게. 죽기 전 보낸 메일 역시 그 어이없음을 더했다. 현조는 많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1권에서는 어쨌거나 중요인물이었는데, 2~3권이 되니 라탄과 서린 사이의 갈등이 필요해서 아주 잠시 끼어든 것으로 보였다. 그의 퇴장이 전혀 납득이 가지 않으니... 라탄이 욕심에 못 이겨 손을 썼다고 하면 차라리 납득되었을 것 같다;...

2권은 현조와 친구를 한꺼번에 잃고 죽음으로 다가가려는 서린을 붙잡는 라탄, 그리고 그런 라탄을 지지해주는 조모 마야, 마음 속에서 현조를 놓아주고 라탄을 받아들이는 서린, 세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3권은 라탄과 서린을 반대하는 라탄의 어머니와 주변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다.

1,2,3권이 죽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길로 갔다가 저 길로 갔다가... 하는 느낌이었다.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인도 분위기는 이색적이었지만 그 배경에 기반을 둔 갈등이 진지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시어머니의 반대, 반대 치고는 스케일이 좀 있으시네, 정도일 뿐.

 

 

 

 

 

 

 

 

 

 

 

 

 

 

 

 

하나라 황제에게 바쳐진 수나라 공녀의 딸 자희. 자희가 태어나자마자 사약을 받은 어머니는 딸을 옛 정인과의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황제의 아이였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일 뿐. 존재가 거의 잊혀진 채 자라난 자희는 수나라 왕이 하나라 황제에게 청한 국혼에 스스로 나서서, 어머니의 나라인 수나라로 떠나게 되는데...

형제들을 죽이고 왕이 되어, 용맹하지만 폭군이라는 소리를 듣는 남주 파율. 홀로 책을 읽고, 지혜롭게 악취를 풍기며 자신을 지켜 온 여주 자희. 1권은 훈훈했으나, 2권에서는 다소 갸우뚱했다. 여주를 찾기 위해 남주가 활약하는 것이... 앞에도 좀 복선이 있으면 좋을 텐데 조금 뜬금없어서;... 두 사람이 맞는 위기……에서 결말까지가 약간 붕 뜬 느낌. 여주가 구르는 걸 보는 건 마음아팠지만 좀 지나치게 극적인 결말..? 뭐 해피엔딩이니까 다행일지도. 최은경 작가님 소설은 꽤 초기작을 두어 권 읽은 뒤는 처음인데, 여전히 여주는 구르고 상황은 가끔 최악으로 치닫는다. 시대극을 좋아하긴 하지만, 다시 찾아 읽게 되지는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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