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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의 꿈 ㅣ 푸른숲 역사 동화 5
배유안 지음, 허구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8월
평점 :
<서라벌의 꿈>. 푸른숲 역사동화 시리즈이기에 집어든 책이다. 제목에서 반쯤 짐작하였듯,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통일신라시대가 되기 전, 삼국시대 말엽, 신라가 가장 치열하던 시절. 선덕여왕과 김유신과 김춘추, 봄의 영광을 꿈꾸며 겨울의 참혹함을 견뎌내야 했던, 전쟁이 끝없이 이어지는 그 시간.
전쟁이 벌어진다 하여 모든 이들이 전쟁터에 나가 싸우지는 않지만, 모든 이들의 삶 속에 전쟁이 끼어들기는 한다. 전쟁으로 전사하여 돌아오지 않는 사람들과 상처입고 돌아오는 사람들, 더러는 공을 세워 이름을 드날리는 사람, 징발되는 물자와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
주인공 부소는 모전 공방에서 일하고 있는 말 없는 떠돌이 소년이다. 군사들을 보고 긴장하고, 춘추공을 보고 도망가는 그에게는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부소는 김유신의 낭도인 아버지가 전사한 뒤 여덟 살 나이로 춘추공의 집에서 법민과 고타소를 돌보게 된다. 여덟 살 고타소, 여섯 살 법민과 친하게 지내고 춘추공의 집안일을 도우면서 자란 부소는 전쟁에 나가고 싶지 않아한다. 춘추공 댁 집사의 일을 돕거나 어머니가 하고 있는 모전(양털 따위의 털로 두툼하게 짠 양탄자) 공방 일을 흥미로워한다. '적군에게 아버지를 살해당한다'고 해서 모든 아들이 아버지의 원수에 불타올라 손에 검을 들고 적군을 향해 달려가는 선택을 하지는 않는 것이다.
"전쟁에서 어떻게 전사자나 부상자가 없기를 바라겠어?"
법민이 혼잣말처럼 내뱉었다. 그러다 다시 결연한 모습이 되었다.
"어느 한쪽이 무너져야 끝날 싸움이야. 그게 신라여서는 안 되잖아. 그렇다면 이기는 수밖에 없어." - p.63
일장공성 만골고一將功成萬骨枯라는 말이 떠올랐다. 장수의 공명은 결국 병사의 희생이라는 것이다. 역사책에서 나열되는 것은 공을 세운 장수나 나라를 위해 개인을 바친 화랑 같은 이의 이름이지만, 그들 아래에도 분명 그들과 똑같이 생명을 지닌, 오히려 선택권조차 없었던 병사들이 있었다.
삼국통일은 신라에게 허망한 꿈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하는 목표였다. 춘추공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고, 그것은 우리의 위대한 역사다. 하지만 부소에게는 그 목표보다도 주변인의 목숨이 더 무겁고, 소중했다. 이것 또한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모두가 나라를 위해 기치를 내걸고 전장을 가로지르던 그 시대에도, 이런 삶의 방법 또한 있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