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148 카사 로마 '언덕 위의 집'.
p.166 도쿄 카와고에
p.194 마드리드 엘 에스코리알 수도원의 지하 무덤과 대성당

 

 

 

 

 

 

 

 

 

 

 

p.39 결국은 다 그런 게 아닐까. 수없이 많은 닮음 속에서도 그 나라만이, 그 도시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장면들이 존재하기 마련이고 그 낯섦을 찾아 나서는 게 여행의 여정이자 목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p.44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다 자기만의 특색과 순서와 가치관이 있다. 그런 수많은 보기 중에서 어느 것이 옳고 그른지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 무엇이 상위이고 무엇이 하위인지, 무엇이 우아하고 무엇이 촌스러운지 정할 권리 또한 없다. 그 모든 것들은 온전히 자신이 내린 선택에 귀속되어 있다. 물론 의지가 되는 가족들, 친구들의 충고에 그 방향이 조금씩 조정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선택의 삶을 살아내는 것은 인생의 주인공인 자기 자신이다. 따라서 그 모든 결정의 무게가 얼마나 무겁고 단단한지는 오로지 자기 자신밖에 알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누구 하나 다른 이의 삶을 멋대로 재단하고, 과소평가하거나 과대평가하고, 멸시하고 비웃을 수 없다.

p.46 기회는 위기라는 가면을 쓰고 온다는 옛 중국의 격언처럼 그때 나는 힘겨운 하루하루를 나 자신을 단단하게 수련해나가는 하나의 성장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고되고 긴 등반의 시간이 없으면 정상에서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광경 또한 없다고 믿었다. 그 맹랑하지만 순수한 믿음이 나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었으며, 그 긴 시간 동안 앞만 보고 묵묵히 걸어나갈 수 있게 해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p.71 여행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혹은 자신의 특별한 경험을 자랑하기 위해서 떠나는 것이 아니다. 어떤 경험을 하든 그 순간이 자신에게 최고로 남을만한 기억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어떨 때는 단순하고 정답 같은 여행이 특별하게 다가올 때도 있다는 사실을 나는 베이징 여행을 통해 깨달았다.

p.78 하지만 즐거워하는 것도 나 자신이고, 후회하는 것도 나 자신이라면 결국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면 된다는 확신이 들었다. 지구 상의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삶과 가치관을 재단하고 점수를 매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내 삶은 온전히 내 자신에게만 귀속되어 있고, 내 인생의 페이지를 채워나가는 것도 언제나 나 자신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오늘을 마치 지구에서 보내는 마지막 하루처럼 보내자는 것은 아니었다. 모든 사람이 내일 당장 죽을 것처럼 미래에 대한 계획이나 대비 없이 마음대로 살 수는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사고 싶은 것을 사기 위해서는, 그리고 여행하고 싶은 곳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일하고 저축하는 것도 분명 필요했다. 나아가 아무리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곳, 갈 수 없는 때, 갈 수 없는 상황이 존재한다는 것도 납득해야 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며 그저 '나중에', '다음에'라는 흐린 말들만으로 점철된 삶을 살고 싶지도 않았다.

p.93 20년 후 당신은, 했던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로 인해 더 실망할 것이다. - 마크 트웨인

p.95 막상 해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처음 한발을 내딛는 게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생각해보면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이란 것도 그런 상황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도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이 될 수도, 즐겁고 편안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삶은 의외로 단순하고 직선적이어서 생각하는 것만으로 많은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걸 나는 그때 깨달았다.

p.97 인생이 경험해보지 않은 것과 경험해본 것들 사이에서의 줄다리기 같은 것이라면, 적어도 나는 경험해본 것들이 더 많은 편에서 살고 싶다.


p.100 '조금만 더 배려하고 신경 쓸 걸.'
함께 한 여행에서 내가 느낀 후회는 오로지 그것뿐이었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만 몰두하면 행복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살지만, 삶이란 것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은 것 같다. 내게는 여행도 마찬가지였다. 떠올려보면 철저하게 혼자라고 믿었던 여행 중에서도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배려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낯선 이들의 친절이 없었다면 내 여행은 아마 훨씬 더 퍽퍽하고 무미건조했을 것이다.

p.117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좋은 기회일 수도 있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의 세상은 내가 떠난 뒤 멈춰진 상태 그대로이다. 어질러진 방도, 밀린 과제도, 여전하다. 현실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내게 '떠남'은 항상 큰 위안이 된다. 모든 것이 그대로라고 해도 결국 나 자신만큼은 어떻게든 변하기 때문이다. 여행을 끝낸 내가 어제의 나와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면, 한층 더 성숙하고 풍성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나는 충분하다. 어디를, 얼마 동안 떠나는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잊고 지냈던 수많은 나와 마주치는 순간들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여행자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

p.123 우리는 여행을 다닐 때마다 낯설고 어리숙한 이방인이 된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의 그 설렘. 여행은 그래서 더 겸손해야 하고, 그래서 더 무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처음처럼 익숙하지 않아야 하고, 당황스러워야 하며, 놀라워야 한다. 잔잔하고 평화로운 풍경 속에서도 그 작은 경이로움을 찾아내는 것이 바로 내가 원하는 여행이었다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방콕과 하노이는 내게 여행의 설렘을 일깨워준 고마운 장소였다.

p.126 '후회할 것 같은가?' 라는 다소 철학적인 명제였다. 나는 목적지든, 비행기 표든, 숙소든 할 것 없이 일단 하기로 마음을 먹으면 꼭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예를 들면 런던 아이 같은 경우다. 나는 원래 이국적인 풍경을 감상하며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감에 젖는 사람이라서, 대체로 다른 부수적인 것에는 돈을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더군다나 그저 한 바퀴 천천히 돌기만 하는 게 전부인 관람차에 4만 원 가까이 돈을 쓸 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런던 여행의 마지막 날 런던 아이에 탑승하는 표를 끊고 그 안으로 올라탔다. 내가 생각해도 의외의 선택이었지만 답은 간단했다. 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수도 없이 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이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다른 길을 가볼 것인가? 그럴 때마다 나는 더 가고 싶은 길, 가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길을 선택했다. 그것은 여행지를 선택할 때도, 그리고 그 외 세부적인 여행의 내용들을 결정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p.155 최고의 날은 아직 살아보지 않은 날들이라는 터키의 혁명 시인 나짐 히크메트의 말처럼, 그리고 언니가 내게 늘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는 그날 내 삶과 운명, 그리고 불안한 미래까지도 사랑하게 된 것이다. 나는 그 잔잔했던 저녁, 지금은 별이 된 언니가 내게 해주었던 이야기와 니체의 명언을 가슴속 깊이 담았다.
아모르 파티Amor Fati, 너의 운명을 사랑하라.

p.182 하지만 인생에서 찍어나가야 하는 수많은 마침표들은 책을 출판하는 것과도 같아서, 책이 완성되어 나오고 나면 어떤 오류나 실수가 있어도 수정할 수 없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런 불완전한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그만큼 성장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아쉽고 후회스러운 감정을 전부 다 그 한 권의 책에 고스란히 담아두되, 자주 펼쳐보지 않기로 다짐했다. 나는 이제 막 두 번째 챕터의 첫 문장을 적어나가려던 참이었고, 새로운 미래가 내 앞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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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르는 화장품이 10년 후 얼굴을 결정한다" 라는 카피문구에 끌려서 책을 펼쳤다.

 

미스트를 활용할 때는 거리를 두어 분사 후 피부 위에 자연스럽게 떨어지도록 얼굴을 가까이 하는 방법이 좋고, 미스트를 뿌린 후에도 보습 로션이나 크림을 발라주는 것이 좋다. 단순히 물로 만들어진 것보다는 보습 성분을 함유하고 ph가 약산성인 제품이 피부장벽 회복에 도움이 된다.

 

여드름 케어를 위한 5가지 비결 : 올바른 세안(하루 2~3번), 정기적인 각질 제거, 피지 컨트롤 제품 사용하기, 살균 성분이 있는 제품 사용하기, PH 밸런스 맞추기.

 

+ 여드름을 유발하는 화장품 성분들 p.160~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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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애나의 기쁨놀이>의 속편, <폴리애나의 청춘>을 읽었다.

 

이 책은 말하자면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있다. 폴리애나가 보스턴에 가서 커루 부인과 함께 지내는 전반부, 스무 살이 되어 벨딩스빌로 돌아온 후반부.

 

폴리애나와 요양소에서 만났던 델라 웨더비는 잃어버린 조카 제이미를 그리워하며 날마다 눈물짓기만 하는 언니 커루 부인에게 '폴리애나 한 첩'을 지어줬으면 하고 바라는데, 칠턴 부부가 독일로 떠나 있는 동안, 실제로 폴리애나를 보스턴에서 맡을 수 있게 된다.

커루 부인은 유복하기 때문에, 폴리애나는 그녀에게는 "폴리애나의 기쁨 놀이"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에서든 기쁨을 찾아내는 놀이 따위를 아주머니가 할 이유는 없어요. 굳이 찾지 않아도 기쁜 일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p.50)." 하지만 커루 부인은 잃어버린 제이미를 생각하면 무슨 일에도 기뻐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친구라고 믿고 있는 이 유쾌한 아가씨는 여전히 '기쁨 놀이'를 시도하지만, 한편으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고민을 보게 된다. 까다로운 손님들에게 리본이며 레이스를 판매하는 점원 아가씨, 명랑하지만 어렵게 살고 있는 신문 팔이 소년, 그와 함께 살고 있는 다리가 불편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소년들이 지닌 고민들에, 폴리애나는 어떻게 대답할까?

 

"그렇겠지. 자선사업에는 얼마든지 돈을 낼 테죠. 그런 사람들은 길을 잘못 들어 인생을 망쳐버린 사람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손을 내밀어 도와주지요. 그것도 물론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친절하다면 어째서 젊은 아가씨들이 길을 잘못 들기 전에 도와주려 하지 않을까. 누가 상냥하게 보살펴주기만 한다면 모두들 그러게 길을 잘못 들지는 않을 거예요……. 내가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거지." - p.128

 

커루 부인은 점원 아가씨 세이디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자선사업을 구상하고, 잃어버린 조카 제이미와 똑같은 이름을 지닌 다리가 불편한 소년 제이미를 집으로 맞아들인다. '폴리애나 한 첩'이 톡톡히 효과를 본 셈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스무 살로 성장한 폴리애나는 이모부를 잃고 이모와 함께 벨딩스빌로 돌아온다. 폴리애나를 돌봐주던 낸시, 멋지게 성장한 지미 빈과 그의 양부이자 폴리애나의 어머니를 사랑했던 펜들턴 씨 등과 다시 만나게 된다.

 

슬프게도, 칠턴 씨가 돌아가시고 해링턴 가가 보유한 주식 수입도 줄어들면서 폴리애나와 이모는 생활고에 부딪치게 된다. 불평투성이인 이모와 달리, 폴리애나는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 한다. <폴리애나의 기쁨놀이>에서 마냥 천진한 아이의 감정적 회복이 주였다면, <폴리애나의 청춘>에서는 어른이 되어 현실과 마주해서 때로 좌절하고 때로 기운내려는 폴리애나가 나와, 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한편, 전반부에 등장했던 커루 부인 가족이 요양을 겸해 폴리애나의 집에 머물게 된다. 남자들과 여자들 사이에서 오가는 오해(사실 왜 이런 걸 오해하나, 싶은 부분은 시대적 차이일까;)가 잠시 초조하게 느껴지지만, 결국 오해는 풀린다. 폴리 이모의 반대가 잠깐 나오지만, 아마도 읽는 사람들 대부분이 예상했을 지미 빈의 과거가 밝혀지고, 두 사람은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작위적으로 느껴질 만큼 완전한 행복의 형태. 결말 자체는... 여럿의 사랑이 이루어졌다지만, 그 사랑으로 인해 모든 고난이 해결된다는 것은 좀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폴리애나의 기쁨놀이>에서 마주한 폴리애나에 비해, <폴리애나의 청춘>은 조금 씁쓸하다. 폴리애나마저도 영원히 기쁨 놀이를 하는 아이일 수는 없을 테니까, 어쩔 수 없다. 다만, 기쁨놀이를 하던 그 긍정적인 마음씀을 되새겨 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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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지 않는 것도 아니면서, '책을 어떻게 읽느냐'에 대한 책을 여전히 지나치지 못하고 있다. M.J.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을 십대를 위해 고쳐쓴 책이라는 <독서의 기술, 책을 꿰뚫어보고 부리고 통합하라>를 펼치게 된 것도, 그런 독서방법론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먼저, 책의 수준을 단계별로 분류한다. 재미로 읽는 글 / 지식을 쌓기 위해서 읽는 책(교과서, 교양 서적, 자기계발서, 학교에서 필독서로 선정한 단편 소설) / 책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즐겨 찾는 분야-학교 추천도서(세계 명작, 장편 문학, 시집과 사회과학, 자연과학, 쉬운 고전) / 고전 사상서.

책의 수준 단계가 있는 것처럼, 책읽기의 수준 역시 있다. 제 1수준 : 기초적 읽기 / 제 2수준 : 중급 단계 / 제 3수준 : 분석하며 읽기.
살펴 읽고, 분석하며 읽고, 비판하며 읽고, 통합적으로 읽는다.

 

살펴읽기란, 15~30분 안에 책 한 권을 다 읽고 최대한 많은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다. 살펴읽음으로써 짧은 시간에 충분한 독서 효과를 얻고, 스스로 좋은 책을 선택하는 안목을 키우며, 좋은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이 목적이다. 1단계에서 시간을 투자할 만한지, 빠르게 핵심을 파악하고 / 2단계에서 책 전체의 구조를 파악하면서 일단 한 번 읽어 보는 것이다.

분석하며 읽기란, 충분한 시간을 들여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며 읽는 것이다. 중심 생각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사회/과학/철학/역사 등의 주제를 가진 책을 꼼꼼하게 요약 정리(목차에 따라/장별, 소제목별, 문단별로 요약하고, 저자가 했음직한 질문/답변을 찾고 생각함) 하는 데 어울린다.
분석하며 읽기 1단계 : 책 전체를 간단히 한두 문장으로 정리, 책 전체를 세부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요약, 저자가 책에서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를 생각해 본다.
분석하며 읽기가 끝난 뒤 : 저자가 사용하는 핵심 개념을 정확하게 짚어냈는지 / 저자의 핵심 주장을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는지 / 핵심 주장을 뒷받침할 논증을 재구성할 수 있는지 / 저자가 이 책에서 자신의 문제의식을 충분히 드러냈고 그에 대한 해답도 제시했는지(p.81) 점검해 본다.

 

 

살펴읽기와 분석하며 읽기라는 개념도 흥미로웠지만, 내게 제일 실용적이었던 것은 늘 피해가는 과학분야 서적 읽기에 대해서다. 과학 서적을 읽을 때는 그 이론에 대해 전반적을 이해/그 이론이 왜 중요한지/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과학 서적을 읽을 때, 다 이해하려 하지 말고 쉽게 이해되는 것 위주로 읽으며, 분석하여 읽기(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을 대상으로 어떤 설명을 하는가? 정리하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읽는다)를 적용하며, 개념과 원리를 적용해 읽으라는 것이다. 반대로 수학 서적의 경우, 살펴 읽기로 전체를 다 읽고 내용의 80~90%를 이해했다는 느낌일 때 다음 장으로 넘어가라고 한다. 과학/수학 서적을 하나쯤 골라 직접 실천해 보려고 한다.

 

+ 철학서는 수학서처럼 두 번 이상 천천히 읽되, 처음에는 개념을 익히는 데 중점을 두고, 개념을 익히기 전 생각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단락을 단숨에 읽은 후 다루어진 내용이 무엇인가, 스스로 요약/음미/생각한 뒤 한 구절 한 구절 꼼꼼히 읽는 것이다.
+ 사회과학서는 자신의 관점을 먼저 되짚어보고, 저자의 용어 사용과 개념 정의에 유의한다. 한 가지 주제를 알기 위해서는 상반된 의견을 담은 여러 권의 책을 함께 읽어본다.

 

 

통합적 읽기란, 하나의 주제를 탐구하기 위해 여러 권의 책을 읽고 통합하는 것이다.
1. 주제를 정하고, 최대한 많은 자료를 구하고, 목록을 작성한다. 목록을 작성하는 동안에는 자료를 자세히 읽어서는 안 된다. 자료를 빠르게 훑어읽어 분석적을 읽어야 할 목록을 추려내며, 살펴읽기 할 때 간략하게 메모한다(분석읽기를 해선 안 된다). 읽기 목록을 정하면서 주제가 가진 문제의식을 신중하게 생각해본다.
2. 정해진 읽기 목록을 가지고 자신의 탐구 주제와 관련된 부분을 선택적으로 읽는다. 중요한 내용을 요약하고 메모하면서 책을 읽는다(p.229 정약용 선생의 '초서' - 연구할 분야의 체계를 세우고, 목차를 정리한 뒤, 읽어야 할 책을 정하고,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정리하며 읽는다). 저자의 개념을 해석할 때 자기만의 근거를 확보한다. 원래 단어를 사용하든 아니든 가급적 중립적인 용어를 정한다.
3. 저자들에게 던질 질문을 만들고 답을 찾는다. 쉽게 답을 찾지 못한다고 질문을 바꿔서는 안 되고, 포괄~세부적 질문까지 다양하게. 직접적인 답이 없으면 답을 추론하고 답의 근거를 정리한다.
4. 저자의 대답을 정리한다. 핵심 내용 요약처럼 주장+근거를 열 줄 정도로. 각각의 대답을 찬/반 논쟁적으로 재구성하고, 차이를 구분한다.

p.240 한 권의 책을 속단하지 말고, 여러 권을 읽어라. 가급적 시대순으로.
(플라톤 : 변명, 국가, 파이돈, 크리톤. 칸트 :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판단력 비판)

 

p.107 선입견을 인한 감정적인 비난을 막고 냉정하게 자신을 평가한 다음 열린 마음으로 저자를 탐구하려는 노력이 비판하며 읽기의 기본 자세입니다.
p.109 책을 비판적으로 읽는 지침 네 가지 : 근거가 부족하다. 잘못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 논리적이지 못하다. 완전하다고 할 수 없으니 좀 더 분석해 보라.
p.116 분석하며 읽기를 돕는 도구들 : 개념어는 네모, 정의에는 밑줄, 결론은 물결(~), 비교나 대조가 있는 부분은 앞뒤를 사선(/)으로 갈라놓고 화살표(↔). 앞뒤 내용이 상반되고 뒤의 내용이 강조되면 세모 표시를 하고 뒤에 밑줄. 내용의 연관성이 중요할 때는 곡선 화살표로 앞뒤 내용을 연결. 중요하지만 밑줄까지 칠 필요는 없다면 꺽쇠(<>).
철학사와 철학 이론을 소개하는 책은 이론서, 논리적 판단력과 가치 판단력을 길러 주는 책은 실용서로.
실용서를 읽을 때는 읽는 목적을 맞는 책/저자가 알려주는 활용법을 따른다/저자의 말에 무조건 설득되지 않도록 주의/저자 약력을 꼼꼼히 살핀다.

소설을 혼자서도 거뜬히 읽어 내려면 : 처음부터 (어려운 부분이 나와도 일단) 끝까지 읽는다. 두 번째로 읽으면서 정리할 내용(줄거리/주요 등장인물의 성격/중심 사건과 갈등의 이유/해결 과정/주제/마음에 와 닿는 내용 등) 을 생각해 본다. 장마다 제목을 붙이고, 제목에 맞게 두세 문장의 해설을 쓰는 연습을 한다. 세 번째로 '작가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정리해 본다. 끝으로 자신과의 연관성, 인물 유형에 대한 평가, 작가와 시대에 대한 탐구, 주제의 식의 타당성, 소설의 미적 구성에 대해 평가해 본다. 인물을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일어나는 사건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시대는 어떠한지...
p.152 소설의 장르별 독법 : 단편은 한 번에 한 편씩, 의미를 곱씹으며. 장편은 가급적 앉은 자리에서 다, 장별로 요약하면 더 좋다. 대하소설은 인물의 관계도를 그리거나 특징을 정리해 많은 인물들에 익숙하게. 고전은 원전에 가까운 것을 읽되 축약본을 참고하여. 전작주의 읽기는 관심 있는 작가의 작품을 4~5권 잇달아 읽기.

 

 

 

+ 추천도서 목록

1.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2. 성경

3. 그리스 비극 -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4. 역사 - 헤로도토스

5.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 투키디테스

6. 희극 - 아리스토파네스

7. 국가, 향연, 파이돈, 소크라테스의 변명, 파이드로스, 프로타고라스 - 플라톤

8. 형이상학, 니코마코스 윤리학, 정치학, 시학 - 아리스토텔레스

9. 영웅전 - 플루타르코스

10. 신곡 - 단테

11. 군주론 - 마키아벨리

12. 유토피아 - 토마스 모어

13.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 라블레

14. 돈키호테 - 세르반테스

15. 햄릿, 베니스의 상인, 한여름 밤의 꿈, 로미오와 줄리엣 등 - 셰익스피어

16. 리바이어던 - 홉스

17. 방법서설, 성찰, 철학적 원리 - 데카르트

18. 에티카 - 스피노자

19. 걸리버 여행기 - 스위프트

20. 에밀, 인간불평등 기원론, 사회계약론 - 루소

21. 국부론 - 애덤 스미스

22. 순수이성비판, 실천이성비판, 도덕 형이상학의 원리 - 칸트

23. 파우스트 - 괴테

24. 자유론 - 밀

25. 종의 기원,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자서전) - 다윈

26. 시민 불복종, 월든 - 소로우

27. 자본론, 공산당 선언 - 마르크스

28. 모비딕 - 멜빌

29.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도스토예프스키

30. 전쟁과 평화, 단편들 - 톨스토이

31. 허클베리 핀의 모험 - 마크 트웨인

32.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니체

33. 꿈의 해석 - 프로이드

34. 심판, 성, 변신 - 카프카

 

35. 논어

36. 맹자

37. 대학

38. 중용

39. 노자

40. 장자

41. 사기 - 사마천

42. 아함경

43. 우파니샤드

44. 삼국유사 - 일연

45. 삼국사기 - 김부식

46. 구운몽 - 김만중

47. 춘향전

48. 열하일기 - 박지원

49. 정지용 시집

50. 백석 시집

51. 토지 - 박경리

52. 간디 자서전

53. 루쉰 소설집

54. 과학혁명의 구조 - 쿤

55. 엔트로피 - 리프킨

56. 이기적 유전자 - 도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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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는 우울한 아이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는 일찍 재혼하고, 혼자 살면서 아이들과도 좀체 어울리지 못한다. 그에게 다가왔던 목사의 딸 소망이가 그나마 하나 있는 친구지만, 둘 사이의 관계는 친구라고 부르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소망이를 따라 대학교까지 진학하지만, 소망이와 멀어지고 과 생활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한 데다 금전적인 어려움까지 겹친 성우가 휴학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오후 다섯 시의 외계인>은 명랑한 외계인과 성우가 함께 잃어버린 것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며, 성우는 마지막 장을 덮을 즈음에는 훌쩍 자라나 있다.

 

착한 사람이라며 성우를 대뜸 고용하는 FBI 사장님과 카페를 핸드백 가게라고 말하는 사장님의 동생 사모님, 투덜거리면서 사모님의 시중을 드는 집사, 옆 가게의 주인과 알바생이며 커피를 내리고 초콜릿을 팔고 타로점을 치는 점쟁이와 영희, 남쪽으로 오는 북극곰, 명랑한 외계인 용관이. 유쾌한 캐릭터들의 대사에 깃든 개그며,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어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초반에는 엄청난 적인 듯 보이던 FBI조차 나중에는 외계인과 교류하게 되는 것이나(이 부분은 좀 뜬금없는 느낌. 무거운 현실이 갑작스레 가벼운 환상으로 끌려내려졌다고 해야 하나. 지속적이지 않는 잠시의 환상이면 나중에는 더 무거운 짐으로 되돌아 올텐데?) 눈물이 전염되고, 눈물로 체내의 수분을 다 흘려냈다간 생명이 위험해져서 울면 안 된다는 외계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답게 '그리고 모두 행복해졌습니다'라는 엔딩이 잘 어울리는 책이다.

 

멀리 일억 년 후에는 지금의 힘겨움은 존재하지도 않은 가벼움이 될 것이다……라는 말은 멋지지만, 환상적이랄 수 있는 분위기와 맞물려 자칫 현실에서 등돌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에필로그 같은 '포크의 사용법'에서 나온 이야기도 성우가 발 디딘 장소는 현실이 아니라 환상이고. 반대로 환상을 꿈꾸지 않으면 현실은 마냥 무겁고 힘들기만 한 것인가? 라는 생각도 슬쩍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은 던져두고, 재미있었다. 성우는 이제 오후 다섯 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


"나는 슬픈 일이 있으면 일억 년 후의 바다를 상상해요."
벌써 효과가 있는지 용관이의 울음이 잦아들었다.
"지구는 일억 년이 지나도 지금이랑 기후가 비슷할 거래. 여전히 생물이 살기 좋고 물도 많을 거래요. 하지만 지금 있는 동물들이 일억 년 후에도 남을지는 모른대. 사람도 마찬가지고. 그러니까 일억 년 후에는 지구만 있고 나머지는 다 바뀌는 거예요."
"그래?"
외계인에게 이런 이야기를 듣다니 신기한 일이다. 용관이는 어디서 들었을까?
"해도 똑같이 뜨고 지고 하늘도 파랗고 바다도 똑같은데 다른 건 모두 처음 보는 신기한 거로 바뀌는 거예요. 내가 보여 줄게."
용관이는 제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얹었다.
(중략)
일억 년 후의 바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지구에서 인간은 사라지고 인간이 만든 문명도 사라진 후다. 나를 미워한 사람, 내가 미워한 사람, 우리가 주고받은 슬픈 말, 눈물, 한숨, 분노까지 모든 것이 사라진 후다.
나는 바닷가 모래사장 위에 놓인 돌멩이다.
나는 슬픔도 기쁨도 느끼지 않는다. 따뜻한 바닷물이 가끔 나를 적셔 주지만 돌멩이인 나는 느끼지 못한다. 그 자리에서 조용히 바다를 바라볼 뿐이다. 바다에서 반복되는 일출과 일몰을 바라볼 뿐이다.
나는 혼자지만 외롭지 않다.
지구에 있는 모든 것이 혼자니까.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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