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애나의 기쁨놀이>의 속편, <폴리애나의 청춘>을 읽었다.
이 책은 말하자면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어 있다. 폴리애나가 보스턴에 가서 커루 부인과 함께 지내는 전반부, 스무 살이 되어 벨딩스빌로 돌아온 후반부.
폴리애나와 요양소에서 만났던 델라 웨더비는 잃어버린 조카 제이미를 그리워하며 날마다 눈물짓기만 하는 언니 커루 부인에게 '폴리애나 한 첩'을 지어줬으면 하고 바라는데, 칠턴 부부가 독일로 떠나 있는 동안, 실제로 폴리애나를 보스턴에서 맡을 수 있게 된다.
커루 부인은 유복하기 때문에, 폴리애나는 그녀에게는 "폴리애나의 기쁨 놀이"가 필요없다고 생각한다. "무슨 일에서든 기쁨을 찾아내는 놀이 따위를 아주머니가 할 이유는 없어요. 굳이 찾지 않아도 기쁜 일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p.50)." 하지만 커루 부인은 잃어버린 제이미를 생각하면 무슨 일에도 기뻐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친구라고 믿고 있는 이 유쾌한 아가씨는 여전히 '기쁨 놀이'를 시도하지만, 한편으로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고민을 보게 된다. 까다로운 손님들에게 리본이며 레이스를 판매하는 점원 아가씨, 명랑하지만 어렵게 살고 있는 신문 팔이 소년, 그와 함께 살고 있는 다리가 불편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소년들이 지닌 고민들에, 폴리애나는 어떻게 대답할까?
"그렇겠지. 자선사업에는 얼마든지 돈을 낼 테죠. 그런 사람들은 길을 잘못 들어 인생을 망쳐버린 사람을 위해서는 얼마든지 손을 내밀어 도와주지요. 그것도 물론 좋은 일이에요. 하지만 그만큼 친절하다면 어째서 젊은 아가씨들이 길을 잘못 들기 전에 도와주려 하지 않을까. 누가 상냥하게 보살펴주기만 한다면 모두들 그러게 길을 잘못 들지는 않을 거예요……. 내가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거지." - p.128
커루 부인은 점원 아가씨 세이디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자선사업을 구상하고, 잃어버린 조카 제이미와 똑같은 이름을 지닌 다리가 불편한 소년 제이미를 집으로 맞아들인다. '폴리애나 한 첩'이 톡톡히 효과를 본 셈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스무 살로 성장한 폴리애나는 이모부를 잃고 이모와 함께 벨딩스빌로 돌아온다. 폴리애나를 돌봐주던 낸시, 멋지게 성장한 지미 빈과 그의 양부이자 폴리애나의 어머니를 사랑했던 펜들턴 씨 등과 다시 만나게 된다.
슬프게도, 칠턴 씨가 돌아가시고 해링턴 가가 보유한 주식 수입도 줄어들면서 폴리애나와 이모는 생활고에 부딪치게 된다. 불평투성이인 이모와 달리, 폴리애나는 어떻게든 해결해 보려 한다. <폴리애나의 기쁨놀이>에서 마냥 천진한 아이의 감정적 회복이 주였다면, <폴리애나의 청춘>에서는 어른이 되어 현실과 마주해서 때로 좌절하고 때로 기운내려는 폴리애나가 나와, 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한편, 전반부에 등장했던 커루 부인 가족이 요양을 겸해 폴리애나의 집에 머물게 된다. 남자들과 여자들 사이에서 오가는 오해(사실 왜 이런 걸 오해하나, 싶은 부분은 시대적 차이일까;)가 잠시 초조하게 느껴지지만, 결국 오해는 풀린다. 폴리 이모의 반대가 잠깐 나오지만, 아마도 읽는 사람들 대부분이 예상했을 지미 빈의 과거가 밝혀지고, 두 사람은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작위적으로 느껴질 만큼 완전한 행복의 형태. 결말 자체는... 여럿의 사랑이 이루어졌다지만, 그 사랑으로 인해 모든 고난이 해결된다는 것은 좀 작위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사실 <폴리애나의 기쁨놀이>에서 마주한 폴리애나에 비해, <폴리애나의 청춘>은 조금 씁쓸하다. 폴리애나마저도 영원히 기쁨 놀이를 하는 아이일 수는 없을 테니까, 어쩔 수 없다. 다만, 기쁨놀이를 하던 그 긍정적인 마음씀을 되새겨 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