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호리이 님의 추천사. 호리이 님의 소설은 <마왕연대기> <이시스의 신부> 등 판타지를 주로 읽었지만, 마침 좋아하는 시대물 로맨스이기에 선뜻 집어들었다.
월지국 광무제 치세, 황제의 막냇동생이자 이웃나라와의 전쟁터에서 무공을 세운 바 있는 은월왕 주유환. 방랑중인 그의 무용담은 유명하고, 외조부가 태사인 권세가라 황제에게 아들이 없는 것이 더해져 다음 황제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변경에서 칠현금을 타는 평범한 소녀로, 얼마 전 어머니를 여읜 소윤설이 주유환과 만나게 된다. 황위와 가장 가깝지만 전혀 황위를 바라지 않는, 그러나 황제가 될 만한 역량을 지닌 남주와 평범하기 그지없으나 나름의 재주를 지닌 여주. 시대물 로맨스의 정석에 추천推韆이라는 소재가 더해져 추천사, 라는 제목을 떠올리게끔 스토리가 진행된다.
하지만 아주 흡족하지는 않았다. 본래 작가님에게 기대가 있었던 탓일까. 정말 황궁답다(...) 싶을 정도로 황궁과 연계된 캐릭터가 무너진다. 황제라든가 유 귀비라든가. 아, 여기서 망가진다는 건 캐릭터성이 변화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그 변화가 납득하기에는 조금 응? 싶다는 것. 이른바 세월을 건너뛴 마지막 챕터의 바로 앞 장면까지는 참 좋았는데, 좀 뜬금없이 건너뛰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마지막 장과 그 앞장 사이에서 특히 모 캐릭터의 성향이 완연히 달라져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그 중간에 한 챕터쯤 분량이 더 있었다면 좋을 뻔했다. 조역일 뿐인 비서랑 서지형과 그 아내 수려, 그리고 지형의 형 지한의 캐릭터가 오히려 기억에 남는다.
집안의 공주님으로 부둥부둥 자라온 히키코모리 이은유가 한 남자를 보고 방구석에서 벗어났다. 월드스타 전도하, 3년 기한을 두고 그를 '팬질' 하는 은유의 정성은 정말 대단하다. '도하 님'과 가까운 곳에서 살기 위해 같은 곳으로 이사한 은유는 뜻밖에 전도하의 매니저 '존 실장'과 만나게 되고, 오해와 오해가 겹쳐 인턴으로 도하의 곁에서, 존 실장의 비서로서 일하게 되는데…….
이지환 님과 채현 님 공저, 합치면 1000페이지가 넘는 두꺼운 분량의 책. 팬덤의 코믹컬함과 애완돼지 배익헌의 귀여움, 촬영현장에서 벌어지는 해프닝 등으로 잘 맞기만 한다면 웃으면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턱턱 걸리는 면이 없지않다. 여주가 무엇을 해도 전폭적으로 부둥부둥 해주는 가족들(헬리콥터 맘과 포크레인 그랜대디), 남조라고 부르자니 약하고 엑스트라라고 부르자니 일단 극중 없어서는 안 될 장치 역할을 하는 어중간한 캐릭터..등등. 작가 이름을 보고 기대를 했더니 못 미쳐서 더 실망...했을지도. 약간이지만, 중간중간 눈에 띄는 오타도 껄끄러움에 한 몫을 더했다. 히든트랙도 약간 뜬금없고.; 두꺼운 책에 너무 많이 담다가 오히려 힘겨워진 느낌.
+ 가하에서 외전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무료 이북으로 제공되는 듯(http://www.ixbook.co.kr/).
예조참판의 딸이자 문과 장원급제자의 누이인 희원은 그 총명함을 높이 산 임금에 의해 우연히 세자의 교육을 맡게 된다. 방자하여 예덕이 부족하다는 세자는 임금에 의해 한 암자에 감금되다시피 하여, 희원을 만나게 되는데…….
작가의 이름을 봤을 때 미처 알아채지 못했지만(백선로드), 사실 백선+더로드 두 분의 합작이시라고 한다. 특이한 제목에 시대물이라 관심이 갔더랬다. 이야기가 시작할 때 두 사람의 구도(간추리자면, 과거있는 남자와 똑똑한 여자?)는 참 마음에 들었지만, 갈수록 흐려졌다. 무엇보다 희원이 갈수록 '평범한 규수답지 않은 학식을 갖추고 재치있는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다만 희생을 떠맡을 뿐인 여주인공이 되어가는 게 아쉬웠다. 세자를 그렇게 만들었던 부모 세대의 진실도... 밝혀졌을 때 이랬구나, 가 아니라 이랬어?; 라는 느낌이었고... 사족이란 느낌이 드는 에필로그는 참 오랜만이었다;. 완전한 행복의 형태로 결말짓는 것은 좋아하는 편이지만, 꼭 이런 형태여야 진정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건가? 하고 조금 삐딱한 기분이었달까^^; 차라리 예상 없이 읽었으면 재밌었을지도 모르지만, 상상했던 것과 이야기 전개가 너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 탓에 제대로 읽히지 않은 소설이었다. 초반부 읽고 텀을 좀 두고 읽어서 그런 것 같은데 차라리 그냥 죽 읽었으면 감상이 달랐을 듯.;;
※※※ 소설 내용 전개를 완전히 밝힙니다. 스포일러 주의.
2007년 이지환 작 아바타르. lotus 시리즈 '프로젝트 드러스티'를 읽은 지 얼마되지 않아 '아바타르'출간 소식을 들었지만, 소식을 들은 것과는 별개로 이제서야 '아바타르'를 읽었다.
인도인 남주 라탄 나발 나와르완지 타다는 생매장당할 뻔했던 위기 속에서 자신을 크리슈나라고 부르며 의식을 깨워 준 꿈 속의 여인 라다를 찾아 헤맨다. 한편으로 한국인 여주 서린은 자신을 라다라고 부르며 찾아헤매는 남자의 꿈을 꾼다. 타다 그룹의 회장인 라탄은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 서린과 만나게 되고, 한눈에 반해 그녀를 끊임없이 유혹한다. 서린도 라탄에게 흔들리지만, 오래 사귀어온 약혼자 현조를 사랑하고 있다.
서린과 라탄이 이루어질 거라는 거야 알고 있었지만, 가운데 선 현조의 존재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가 참 궁금했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2권 시작에서 현조가 죽는다. 그것도 사고에 휘말려서 어이없게. 죽기 전 보낸 메일 역시 그 어이없음을 더했다. 현조는 많이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1권에서는 어쨌거나 중요인물이었는데, 2~3권이 되니 라탄과 서린 사이의 갈등이 필요해서 아주 잠시 끼어든 것으로 보였다. 그의 퇴장이 전혀 납득이 가지 않으니... 라탄이 욕심에 못 이겨 손을 썼다고 하면 차라리 납득되었을 것 같다;...
2권은 현조와 친구를 한꺼번에 잃고 죽음으로 다가가려는 서린을 붙잡는 라탄, 그리고 그런 라탄을 지지해주는 조모 마야, 마음 속에서 현조를 놓아주고 라탄을 받아들이는 서린, 세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3권은 라탄과 서린을 반대하는 라탄의 어머니와 주변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다.
1,2,3권이 죽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길로 갔다가 저 길로 갔다가... 하는 느낌이었다. 소설 속에서 묘사되는 인도 분위기는 이색적이었지만 그 배경에 기반을 둔 갈등이 진지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시어머니의 반대, 반대 치고는 스케일이 좀 있으시네, 정도일 뿐.
하나라 황제에게 바쳐진 수나라 공녀의 딸 자희. 자희가 태어나자마자 사약을 받은 어머니는 딸을 옛 정인과의 아이라고 생각했지만, 황제의 아이였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일 뿐. 존재가 거의 잊혀진 채 자라난 자희는 수나라 왕이 하나라 황제에게 청한 국혼에 스스로 나서서, 어머니의 나라인 수나라로 떠나게 되는데...
형제들을 죽이고 왕이 되어, 용맹하지만 폭군이라는 소리를 듣는 남주 파율. 홀로 책을 읽고, 지혜롭게 악취를 풍기며 자신을 지켜 온 여주 자희. 1권은 훈훈했으나, 2권에서는 다소 갸우뚱했다. 여주를 찾기 위해 남주가 활약하는 것이... 앞에도 좀 복선이 있으면 좋을 텐데 조금 뜬금없어서;... 두 사람이 맞는 위기……에서 결말까지가 약간 붕 뜬 느낌. 여주가 구르는 걸 보는 건 마음아팠지만 좀 지나치게 극적인 결말..? 뭐 해피엔딩이니까 다행일지도. 최은경 작가님 소설은 꽤 초기작을 두어 권 읽은 뒤는 처음인데, 여전히 여주는 구르고 상황은 가끔 최악으로 치닫는다. 시대극을 좋아하긴 하지만, 다시 찾아 읽게 되지는 않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