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 ‘나는 왜 이런 세상에 살고 있을까?’

세계사, 내일을 탐하다 | 김대근 글 | 봄풀

2015.02.01


지인에게 안부를 물었더니, 띠링~하며 핸드폰 액정 속으로 들어온 대답은, “더치커피 마시며 마녀사냥 보고 있어!”였다. 커피 좀 마셔본 사람들이라면 꼭 찾는다는 ‘더치커피’, 초등학생도 챙겨본다는 종편 연애상담 프로그램 ‘마녀사냥’.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이 두 단어는 과연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

때는 바야흐로 16세기 유럽의 대항해 시대, 필요는 창조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네덜란드의 한 상인은 긴 항해의 고통을 덜어내는 방법을 직접 고안해내기에 이른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한번 상상해보시라.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는 패쇄적인 공간, 배 안에서 아주 작은 관을 통해 뜨거운 물이 아닌 차가운 물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커피를 내리는 장면을. 그 한 잔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수일이 걸릴 정도로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목마름을 달래고 새로운 커피 맛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그들은 지루함마저 이겨낼 수 있었다. 종편에서 방영 중인 연애상담 프로그램, ‘마녀사냥’. 프로그램 이름은 알아도 무시무시한 이 단어의 역사와 유래에 대해서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유럽의 ‘암흑기’ 중세시대, 종교라는 이름의 허울을 뒤집어쓰고 ‘마녀’라는 이름으로 처참하게 죽어간 여성들이 연애상담 프로그램 이름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면 땅을 치며 통곡할 지도 모르겠다.

이처럼 《세계사, 내일을 탐하다》는 문명으로서의 세계사를 살펴보면서 현재를 만나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독자들이 생각해 보는 시간과 함께 질문을 던진다.
대학에서 철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도가철학을 전공했다는 저자는, 중학교 때 문득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졌고 왜 살아야 하는지 알고 싶어서 철학을 전공하게 되었고, 질문은 또 다른 질문을 낳고 그 질문 자체가 자기가 원하는 답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에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최근 개봉된 영화들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의 뜨거운 이슈들은 저자의 능수능란한 말빨과 동서양을 두루 꿰뚫는 해박한 지식과 어우러져 마치 한 권의 재밌는 소설을 읽는 느낌을 준다. 읽는 내내 지적 포만감으로 충만해지는 지적유희는 덤이다. 더불어 그 긴긴 이야기 속에서 창조되고 파괴되기를 반복하는 역사의 패턴과 인간사를 듣고 있다보면 ‘세계사’를 보고 읽어내는 ‘역사적 통찰력’까지. 그리하여 지금 여기, 두 발을 딛고 선 현재의 삶에서 한 발짝 내딛을 수 있는 용기를 얻을 것이다. 자신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몰라 몸서리치는 청소년들에게 이 책의 필독(必讀)을,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어 밀려드는 서러움을 참아내는 모든 이에게는 일독(一讀)을 권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청소년 | 공교육, 독서교육에서 길을 찾다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 | 경기도중등독서토론교육연구회 교사모임 글, 서해문집

2015.01.01


한동안 출판계에서는 핀란드 학습법이니 덴마크, 독일의 수업방식 등 유럽식 교육방식을 소개한 책들이 연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빛을 발하지 못하고 슬며시 사라지고는 했다. 그런 점에서 여기 평범한 교사들의 끈질긴 노력과 열정으로 우리 교실상황에 맞는 독서교육과 토론방식을 소개하는 책 《함께 읽기는 힘이 세다》는 이들 책과 차별화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책은 국어, 윤리, 사회, 역사, 물리, 체육 등을 가르치는 평범한 교사 8명이 각자의 독서교육과 토론방식을 ‘교실에서 실천하며 겪은 어려움을 기록하고, 실패를 고백하고, 그 실패 속에서 찾아낸 성공의 길을 정리’한 독서교육 길라잡이이다. 공동저자이자 국어교사인 송승훈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이실직고 한다.

“화려한 독서교육 모형이 이 책에는 없다. 일 년에 학생들에게 책을 백 권이나 읽혀서 대통령상을 받은 교사가 있는데 우리와는 거리가 멀다. 어려운 고전을 학생들에게 읽혔다고 해서 세상의 관심을 얻는 이야기도 없다. 그런 교육은 훌륭한 사람들이나 해야지, 우리가 하지 못하는 일들이었다. 우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독서교육을 하려 했다.”

2008년부터 시작된 교사들의 이런 노력은 성과를 인정받아 2012년부터는 교과연수년 직무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되는 결실을 맺었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청소년 | 시대를 넘어 아픔 공감하다

꼭 일기를 써야 하는 날이 있다 | 마거릿 버피 글 | 뜨인돌

2014.12.01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이혼 건수는 총 11만 5300여 건이다. 하루에 316쌍이 이혼을 하는 셈이다. 마치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루가 멀다하고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유명인사들의 이혼 기사를 접하는 것은 이제 일상사가 되었다. 이혼과 재혼이 어른들의 삶의 한 고비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상처받는 아이들이 존재하기 마련이어서 여전히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이 책 《꼭 일기를 써야 하는 날이 있다》는 재혼가정에 속한 각각의 여주인공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치유하는 성장소설이다.

캐나다 세인트 커스버트에서 가장 오래된 저택, 올드 메이플에 사는 빨간 곱슬머리의 당찬 소녀 캐스는 아빠의 재혼으로 새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면서 하루하루가 괴롭다. 또 한 명의 주인공 비어트리스는 대도시에서 공부하다가 재혼한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올드 메이플 저택으로 돌아온다. 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동일한 장소로 하나이지만 시간적 배경은 캐스가 살아가는 2006년과 비어트리스가 살았던 1856년으로 나뉜다. 이야기를 교차해가며 들려주는 방식은 비슷한 상황에 처했지만 상반된 두 주인공의 마음과 행동의 차이를 확연히 드러내주어 주인공들의 내면적 갈등의 원인을 독자로 하여금 계속 추측하며 몰입하게 만든다. 캐스는 우연히 낡은 벽난로 안에서 별 모양의 브로치를 발견한다. 어느 날 브로치를 손에 쥔 채 잠이 들었고 그 사이 150년 전 비어트리스가 존재했던 과거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신경질적이고 냉정한 새엄마 때문에 힘든 시간을 견뎌내기 위해 비어트리스가 썼던 오래된 일기장을 발견한다. 그 이후로 둘은 서로 힘들 때마다 상대의 현 상황에 나타나 위로와 용기를 준다.

캐스는 현시대를 사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대표한다. 이성보다는 감정에 더 치우쳐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고, 상대방이 나와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편을 가르고 싶어한다. 그런 캐스에게 비어트리스의 일기장은 상황을 보는 또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창 역할을 한다. 비슷한 상황을 함께 겪고 있다는 커다란 위안과 공감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드디어 객관적으로 보게 한다. 그렇게 그들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사는 쌍둥이처럼 서로의 아픔을 느끼고 공감한다. 이 소설의 또 하나의 재미는 캐스와 비어트리스가 펼쳐내는 사랑이야기다. ‘진정한 사랑’을 찾은 그들에게 그 사랑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용기를 주었고 자신의 삶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움켜쥐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지혜롭고 당당한 여인으로 변화시켰다. 더불어 나와 주변의 다른 사람들까지 그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유와 너른 품을 선물 받는다.

인생의 여러 고비를 넘기고 새 가정을 꾸렸지만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다. 누군가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서, 누군가는 사랑받지 못할까봐, 모두들 각자의 상황에 합당한 마음으로 행동했지만 상대방에겐 상처가 되었고 그것은 기어이 자신에게 돌아와 화살로 꽂혔다. 작가는 이 모든 상황과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와 심리를 섬세한 감정묘사로 촘촘히 연결해가며 인물 각각의 입장과 관점을 다각도로 들여다 봄으로써 상처와 아픔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4.12.01


며칠 전 딸아이와 분리수거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거울을 보며 하는 말이 “이 얼굴 맘에 안 들어!”였다. 나는 놀라 황급히 “왜?”라고 물었지만 딸아이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너무도 쿨 하게 “그냥”이었다. 헐. 양쪽 집안의 첫 손녀이자 아빠 나이 사십에 힘들게 얻은 터라 물고 빠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데. 더구나 요즘 유행(?)한다는 ‘아이의 자존감 키우기’에 뒤처질세라 연애 때도 안한 오글거림을 가까스로 참아가며 존중과 사랑 표현에 최선을 다했건만! 공들여 쌓은 4년의 육아탑은 그 한마디로 처참히 무너졌다.

무너진 가슴을 쓸어내리며 곰곰이 범인이 누굴까 생각해보았다. 혐의자들의 얼굴이 금새 떠올랐다. 그렇다면 혐의자들을 아이에게서 떼어놓으면 될 터, 그런데 문제는 한두 명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우리 부부는 돌 전 아이 책을 준비할 때 부러 공주에 관한 책은 일절 고르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서 물려받았는지도 모르게 섞여 들어간, 어른 손바닥만한 백설공주 책이 한 권 있었는데, 딸아이는 귀신같이 그 책을 찾아내 한동안 잘 때도 꼭 끼고 자곤 했다. ‘그러다 말겠지, 백설공주 한 명 정도는 알아야 또래랑 말도 좀 통하고….’ 이렇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넘겼는데, 딸에게는 어느 덧 동네에서 사귄 친구보다 공주의 친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있었다. 거기에 겨울왕국 자매공주의 출현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었다.

화려한 금발과 갈색의 풍성한 긴 머리카락, 조막만한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커다란 눈과 오똑한 콧날이 쌍꺼풀 없고 쭉 찢어진 눈과 아직도 올라올 기미가 없는 콧대를 가진 딸아이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은 게 틀림없었다. 오늘도 라푼젤 티셔츠를 입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어린이 집에 들어간 아이를 보며, 기왕 공주여야 한다면 씩씩한 여장부 ‘메리다’를 소개해줄까, 오늘밤엔 《종이 봉지 공주》를 읽어줘야 하나. 육아의 고민은 끝이 없다.

외모에 대한 지적은 시작에 불과하다. 공주에 필이 꽂힌 딸아이와 옷이라도 사러 가면 이건 정말 전쟁이 따로 없다. 딸아이가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세계적인 캐릭터들이 대환영을 한다. 압도적이다 못해 위압적이다, 적어도 내겐.

시각적 충격에서 벗어났을 때쯤, 이미 딸은 어미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가 실로 왕국에 온 듯한 행복감에 빠져있다. 그럴 때면 그런 엄마들을 싸잡아 욕했던 싱글 날의 실수를 잠시 반성해본다.

기어이 오늘 밤도, 딸아이는 비치타월로는 부족했던지, 이 겨울(?)에도 한여름 잠옷치마를 꺼내 입는다. 그리고 커다란 암홀 사이에 이불을 구겨 넣어 달라고 시녀(?)에게 주문한 뒤, 긴 치마를 늘어뜨린 채 거실바닥의 먼지를 유유히 쓸고 다닌다. 진정 육아의 해답은 기다림 또 기다림이라고 하였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청소년 |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탐험

세상을 바꾼 탐험 | 김용만 글 | 다른

2014.11.01


13세기만 해도 중세 유럽은 ‘암흑기’라는 또 다른 이름이 말해주듯 세계의 한 구석을 차지하는 변두리에 불과했다. 세계적인 발명품인 인쇄술, 제지술, 화약, 나침반 등이 중국에서 만들어졌고, 이슬람 세계에서 고대 그리스의 학문을 발전시켰던 것에 비하면 분명 그 당시 유럽은 가난하고 후진 사회였다. 그럼 오늘날의 유럽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 책 《세상을 바꾼 탐험》의 저자는 15세기 말 대항해 시대가 개막되고 유럽인들이 직접 동방으로 가는 항로를 찾는 탐험에 성공하면서부터 세계사의 흐름은 역전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단 수백 년 만에 세계사의 흐름을 주도하며 서구 문명의 찬란한 승리를 쟁취한 유럽의 오만함은 19세기에 제국주의가 절정을 이루며 극에 달했다. 무력을 앞세워 전 세계 나라의 대부분을 식민지로 삼았고,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삶의 터전과 자원 수탈은 물론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며 노예로 전락시켰다. 단지 먹을거리를 찾기 위해 시작한 인류의 이동은 점차 인류가 진화하면서 결핍과 욕망으로 점철된 탐험의 역사가 되었다. 그리고 그 대가는 너무나 참혹했다.

베네수엘라에서 10월 12일은 ‘원주민 저항의 날’이다. 반면 미국에서 이 날은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날’이라 하여 국가공휴일로 기념한다. 어떤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역사적 해석은 이렇게 극과 극을 오간다. 그렇기에 후자가 상식으로 통하는 나라에 산다고 할지라도 부러 우리는 “왜?”라는 질문을 가져야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수탈된 대지를 제 것으로 끌어안지 못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인류가 함께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탐험가를 많이 배출한 유럽과 미국에서 출간된 책들과, 그 책들을 재편한 책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이 분야에서 어느 한쪽의 편향된 관점만 강조되는 것을 경계하고 탐험의 역사에 “왜?”라는 질문을 자꾸 던져보고 그 답을 찾으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오늘날의 세계를 이해하는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더불어 “탐험의 역사를 유럽인이 주도해 왔다는 생각은 15세기 말 이후의 역사만을 집중적으로 조명했을 때 생기는 편견일 따름이다”라고 이 책은 일침을 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