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는 장소가 사는 법우리가 살아가는 방법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
벨라 드파울루 글 | RHK
2017.02.01
급속한 고령화, 비혼과 만혼, 이혼과 사별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 1인 가구의 비율은 27.2%, 세 집 건너 한 집인 셈이다. 이런 변화와 더불어 생활방식 또한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 부담은 덜고 사회적 고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쉐어하우스, 코하우징, 공동주택 등과 같은 다양한 생활공간과 생활방식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고, 누구와 같이 살지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일까? 미국의 사례를 다루고 있지만 이미 우리의 상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은 참고할 만한 텍스트다.
잡지 〈애틀랜틱〉이 선정한 ‘싱글 라이프에 대해 제일 앞서가는 생각을 지닌 학자’인 이 책의 저자 벨라 드파울루는 미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19세부터 91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남녀 400여 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이 중 수십 명을 만나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책은 인터뷰와 논문, 기사 등을 바탕으로 새롭게 탄생한 생활공간과 생활방식을 탐구하면서, 그 안에서 각 개인이 어떻게 행복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지 사회학·심리학적으로 분석한다.
우선 이 책에는 혼인으로 맺어진 부부와 그들의 미혼 자녀로 구성된 일명 핵가족이라는 일반적인 가정의 울타리를 가진 생활공간은 없다. ‘남성 없이 여성 4대로 이루어진 대가족, 한 필지에 두 채를 나란히 붙여 짓는 듀플렉스 생활, 온라인에서 만나 같이 살며 상부상조하는 싱글맘들, 따로 살아서 더 만족스러운 부부, 한 지붕 아래 살지만 연애로 얽히지 않는 남녀, 그리고 물론 1인 가구’까지. 이들에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자신의 필요와 철학으로 생활공간과 생활방식을 전적으로 선택하고 창조한다는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싱글맘들을 위한 코어보드와 LAT(living apart together) 커플의 생활방식이다. 코어보드는 마음이 맞는 싱글맘들이 다른 싱글맘 및 그들의 아이들과 한 공간에서 함께 살고 자라며, 서로 상부상조하며 지낼 수 있도록 돕는 과거에도 없었던 가장 혁신적인 생활공간을 제공하는 네트워크이다. ‘다른 커플들이 이혼 서류에 서명하고 있을 때, 그들은 각자의 임차계약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결혼 생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LAT 커플의 생활공간은 타인과의 친밀감과 각자의 독립성을 모두 누리기 위해 자기만의 공간에서 따로 지내는 생활방식이다.
그 외에도 일반적인 사회 통념을 뛰어넘는 신선한 생활방식을 보는 재미도 놓칠 수 없다. 그 중 ‘육아동맹’은 과거의 부부 관계에 대한 열망을 버리고 장기적으로 아이를 양육하자는 약속으로 맺어진 경우로 둘은 양육 파트너이지만 언제든 각자 자유롭게 연애할 수 있다. 기존에 가족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탈피, 해체하고 이젠 가족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세계가 도래했음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각 장마다 ‘과거에는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소주제를 통해 몇몇 공간과 방식은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명명되지 않았을 뿐이고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거주자들이 선택한 방식이라는 측면을 다룬다. 각 장의 말미에는 저자의 주장을 반박하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예상되는 반론도 같이 싣고 있어 균형적인 시각을 제공한다.
적어도 이들은 때로는 자발적 고독을 즐기고 필요할 때는 타인과 연대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만끽하는 사람들이다. 책 속의 한 인터뷰이는 생활방식을 선택하기 전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 내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가?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스스로 질문해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내가 살아가는 장소란 내가 살아가는 방법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