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 시대를 넘어 아픔 공감하다
꼭 일기를 써야 하는 날이 있다 | 마거릿 버피 글 | 뜨인돌
2014.12.01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 이혼 건수는 총 11만 5300여 건이다. 하루에 316쌍이 이혼을 하는 셈이다. 마치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하루가 멀다하고 포털사이트에 올라오는 유명인사들의 이혼 기사를 접하는 것은 이제 일상사가 되었다. 이혼과 재혼이 어른들의 삶의 한 고비에서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상처받는 아이들이 존재하기 마련이어서 여전히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이 책 《꼭 일기를 써야 하는 날이 있다》는 재혼가정에 속한 각각의 여주인공들이 시대를 초월하여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치유하는 성장소설이다.
캐나다 세인트 커스버트에서 가장 오래된 저택, 올드 메이플에 사는 빨간 곱슬머리의 당찬 소녀 캐스는 아빠의 재혼으로 새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면서 하루하루가 괴롭다. 또 한 명의 주인공 비어트리스는 대도시에서 공부하다가 재혼한 아버지의 부름을 받고 올드 메이플 저택으로 돌아온다. 이 소설의 공간적 배경은 동일한 장소로 하나이지만 시간적 배경은 캐스가 살아가는 2006년과 비어트리스가 살았던 1856년으로 나뉜다. 이야기를 교차해가며 들려주는 방식은 비슷한 상황에 처했지만 상반된 두 주인공의 마음과 행동의 차이를 확연히 드러내주어 주인공들의 내면적 갈등의 원인을 독자로 하여금 계속 추측하며 몰입하게 만든다. 캐스는 우연히 낡은 벽난로 안에서 별 모양의 브로치를 발견한다. 어느 날 브로치를 손에 쥔 채 잠이 들었고 그 사이 150년 전 비어트리스가 존재했던 과거를 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신경질적이고 냉정한 새엄마 때문에 힘든 시간을 견뎌내기 위해 비어트리스가 썼던 오래된 일기장을 발견한다. 그 이후로 둘은 서로 힘들 때마다 상대의 현 상황에 나타나 위로와 용기를 준다.
캐스는 현시대를 사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대표한다. 이성보다는 감정에 더 치우쳐져 상황을 객관적으로 볼 수 없고, 상대방이 나와 조금이라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편을 가르고 싶어한다. 그런 캐스에게 비어트리스의 일기장은 상황을 보는 또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창 역할을 한다. 비슷한 상황을 함께 겪고 있다는 커다란 위안과 공감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이 처한 상황을 드디어 객관적으로 보게 한다. 그렇게 그들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사는 쌍둥이처럼 서로의 아픔을 느끼고 공감한다. 이 소설의 또 하나의 재미는 캐스와 비어트리스가 펼쳐내는 사랑이야기다. ‘진정한 사랑’을 찾은 그들에게 그 사랑은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용기를 주었고 자신의 삶은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움켜쥐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지혜롭고 당당한 여인으로 변화시켰다. 더불어 나와 주변의 다른 사람들까지 그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여유와 너른 품을 선물 받는다.
인생의 여러 고비를 넘기고 새 가정을 꾸렸지만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다. 누군가는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서, 누군가는 사랑받지 못할까봐, 모두들 각자의 상황에 합당한 마음으로 행동했지만 상대방에겐 상처가 되었고 그것은 기어이 자신에게 돌아와 화살로 꽂혔다. 작가는 이 모든 상황과 등장인물들 간의 관계와 심리를 섬세한 감정묘사로 촘촘히 연결해가며 인물 각각의 입장과 관점을 다각도로 들여다 봄으로써 상처와 아픔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탁월하게 그려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