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의 장편소설 '살아 있는 시작'(1980)의 '작가의 말'로부터 옮긴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에도 이 글이 수록되어 있다.



박완서 소설의 멜로드라마적 상상력에 나타난 정치성 고찰 -『살아 있는 날의 시작』론(2015)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2021555


여성들의 정치 혁명과 페미니스트 팸플릿으로서 글쓰기: 박완서의 1980년대 여성해방소설을 중심으로(2019)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2432505


중산층 가정의 ‘기획’과 80년대 ‘워킹맘’의 경계 —『살아있는 날의 시작』을 중심으로(2021)https://www.kci.go.kr/kciportal/landing/article.kci?arti_id=ART002802389


사람을 사람답게 살지 못하게 억누르는 온갖 드러난 힘과 드러나지 않은 음모와의 싸움은 문학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의 싸움을 걸 상대의 힘이 터무니없이 커졌을 때라던가 종잡을 수 없이 간교해졌을 때도 그런 싸움을 중단하거나 후퇴시켰던 적은 없고, 그럼으로써 문학한다는 게 본인에게만 보이는 훈장처럼 스스로 자랑스러울 수 있지 않나 싶다.

그러나 남자와 여자 사이에 있는 이런 억압의 관계만은 별로 문학의 도전을 안 받으면서 보호 조장돼왔던 것 같다. 도전은커녕 그런 관계를 비호하고 미화하는 것들 편에 섰다는 혐의조차 짙다. 그렇다고 그 까닭을 문학하는 사람이 남자가 여자보다 수적으로 우세하기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진 않는다. 그런 것들은 자기가 두둔하고 있는 쪽뿐 아니라 억누르고 있는 쪽한테까지 자기편이란 착각을 일으키게 할 만큼 아름답고 낯익은 미풍양속이란 탈을 쓰고 있기 때문일 게다.

그러나 내가 감히 그런 것들에게 싸움을 걸어보려 했던 것은 내가 여자라는 것과 무관하진 않다고 생각한다.

언제고 꼭 써보고 싶은 이야기였지만 이것으로 끝난 얘기는 아니다. 집요하게 되풀이 시도해볼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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