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도.끼. 전집에 실린 단편이다. 크리스마스가 주요 배경이 되어 의미심장한 삽화를 제공한다. 보잘 것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은 '초라한' 소년을 화자가 관찰한 장면을 옮겨본다.


Katya in blue dress by christmas tree, 1922 - Zinaida Serebriakova - WikiArt.org


이 행복한 아이들은 부모의 신분이 낮아질수록 선물의 질도 떨어졌다. 마침내 마지막 아이인, 여위고 작은 키에 주근깨투성이인 붉은 머리의 열 살 난 소년은 자연의 위대함이니 감동의 눈물 등에 대한 소설책 한 권을 받았을 뿐이었는데, 그것은 첫 장에 도안도, 삽화도 없는 것이었다. 그 소년은 주인집 아이들의 가정교사인 가난한 과부의 아들로서, 심하게 구박을 받고 자라서 주눅이 들어 있는 데다, 작고 초라한 무명옷을 입고 있었다. 그 애는 책을 받은 후에도 오랫동안 다른 장난감 주위를 서성거렸다. 그 애는 다른 아이들과 몹시 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 아이는 이미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아이들을 관찰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들에게서 볼 수 있는 삶 속에서의 최초의 독립적인 자기표현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다. 나는 붉은 머리 소년이 다른 아이들의 호사스런 장난감에 완전히 마음을 뺏겼으며, 특히 연극 놀이에서는 꼭 어떤 역이든 맡고 싶다는 생각에 비굴하게 굴기로 작정했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웃는 얼굴로 다른 아이들의 비위를 맞추었으며, 손수건 가득 봉봉 과자를 갖고 있는 어느 뚱뚱한 소년에게 자기 사과를 주기도 했고, 심지어 어떤 아이를 등 위에 태우고 다니기까지 했는데, 이것은 연극 놀이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잠시 후 한 개구쟁이가 그를 세게 때렸다. 아이는 감히 울지도 못하였다. 그때 그의 어머니인 가정교사가 와서, 다른 아이들이 노는 데 방해하지 말라고 그에게 명령했다. - 크리스마스 트리와 결혼식 / 허효영 옮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