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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닝 - 끝없이 나를 타인에 맞추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학
잉그리드 클레이튼 지음, 최시은 옮김, 김현수 감수 / 센시오 / 2026년 5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질병은 알아야 치유할 수 있다. 세상사가 다 그렇다.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 문제의 원인을 알아야 치료 방법도 찾을 수 있는 법이다. 나를 포함하여 우리 주위에는 나를 타인에게 맞추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내 인생보다 그들의 인생이 소중해서가 아니다. 다양한 이유로 인해 나보다는 타인의 삶을 먼저 배려하는 것을 배웠다.
심리학에서의 '포닝(Fawning)'은 나를 보호하기 위한 무의식적인 방어 기제로,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사람이나 관계를 거부하지 못하고, 오히려 가까이 다가서고 환심을 사려고 하는 행동을 말한다. 가정 폭력을 겪는 배우자와 자녀들이 고통과 아픔을 느끼면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가해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보통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은 투쟁, 도피, 경직의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필자는 이를 넘어 만성적 피해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순응의 과정을 포닝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순응 즉 포닝은 압도적인 위협과 안전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인간이 무의식적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혈실적인 생존 전략이라고 말한다. 즉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정교한 방어기제라 할 수 있다.
포닝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방어기제로 성격적 결함이나 비굴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뇌와 몸이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본다. 하지만 순응(포닝)은 반드시 치유해야하는 행동으로, 스스로 인정하고 더 나은 상태로 나아가기 위한 결심이 필요하다. 왜 우리가 머리로는 알면서도 거절하지 못하는지, 계속 해로운 관계를 지속할 수 밖에 없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트라우마의 반응은 보통 투쟁, 도피, 경직, 순응 중 한가지로 나타난다. 따라서 트라우마를 치료할 때는 반드시 자신과의 관계를 바꾸는 일이 중요하다.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것,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몸을 통해 감각하고, 느끼고, 상상하고, 직관하는 관계로 옮겨가면서 해결책을 찾게 된다.
피터 레빈 박사는 신체 기반 트라우마 치료법을 고안할 때 동물들의 관찰에서 힌트를 얻는다. 동물들의 감각은 늘 열려 있고, 시각, 청각, 후가, 미각, 촉각 등이 '감각'을 통해 자신과 주변을 연결한다. 그렇게 동물은 인간과 달리 트라우마를 오래 지속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러나 우리가 안전을 위협받는 생존 모드에 머물러 있으면 이런 다양한 감각 정보를 받아들일 틈이 없다. 따라서 생존 모드를 벗어나 우리가 안전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좋다. 머리가 나에게 들려주는 목소리가 아닌, 내 몸이 들려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자. 그렇게 안전한 느낌은 우리의 감각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줄 것이다.
포닝을 오해하지 말고, 우리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면서 극복할 대상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순응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를 부르는 신호에 응답하듯 포닝에서 벗어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필자가 치료해온 7명의 내담자들의 실제 경험을 통해 포닝을 치유하는 법을 친절하게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