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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불행사회
홍선기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2000년대 초반에 지겹도록 듣던 문구였다. 대한민국의 사회, 경제, 정치시스템이 일본을 가장 유사하게 따라가고 있고, 일본의 경우처럼 우리나라도 잃어버린 30년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경고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 말이 사라졌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나라의 발전 양상이 일본과 많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일본보다는 미국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필자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체감하면서 일본을 여러 번 취재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진단하고 일본과 같은 위험성에 처해 있음을 경고한다. 각자도생의 사회에서 혼자만 잘 살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지탱하는 시스템의 붕괴를 경고한다. 자산가치 시스템, 돌봄 시스템, 가족 시스템 등은 혼자만으로 지탱하지 못한다. 함께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지방의 소멸, 혼자사는 노인들의 외로운 죽음 등은 예견된 비극이지만 자산가들의 자산이 붕괴하고, 가족 시스템이 붕괴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붕괴로 이어진다. 돈이 없으면 당연히 쓸 수 없지만, 돈이 있어도 쓸 곳이 없고, 자산이 있어도 지킬 방법이 없어진다. 가족이 있어도 함께 있을 수 없는 시스템의 붕괴를 경고한다. 정부가 개인의 최소의 행복을 지켜줘야 하지만 이제는 최소 불행을 보장해주지도 않는다.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을 71차례나 방문하면서 본격적인 인구감소, 빈부 격차, 지방 도시 소멸, 연금 문제, 성장 동력 상실 등 일본에서 먼저 발생해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하게 겪고 있는 문제들을 분석한다. 압축 성장이라는 고도 경제 발전 모델을 택한 두 나라의 경제 생태계는 유사한 구조적 취약점을 가지기 때문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1985년부터 10년간 일본에서 발생한 현상을 통해 한국의 1996년부터 10년을 돌아보고, 9가지의 금기된 시스템 개혁안을 제안한다. 그리고 생존을 위한 11가지 매뉴얼도 제시한다.

필자는 우리나라의 파국은 이미 90년대부터 시작되었다고 진단한다. 사회의 신성장 동력인 청년층의 고립이 시자되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성공, 각자도생 시대의 서막, 불안한 시대에 스스로의 힐링을 찾는 분위기, 학교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무너지고, 은둔형 외톨이를 택하는 청년들이 100만명이나 되었다. 가장 안전해야 하는 가정에서의 폭력이 심해지고, 열심히 일해도 여전히 가난한 중산층의 몰락이 시작되고, 당당한 싱글 여성들의 외침이 강해졌다.
태어나는 아이보다 죽는 노인이 많아지는 인구구조로 변했고, 내가 낸 연금에 대한 불확실성이 강해지면서 국가에 대한 배신감만 커졌다. 사람들은 내 아이만 귀하게 여기면서 부모들의 갑질이 심해지고, 가족도 친구도 없이 홀로 죽어가는 무연고 죽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인구절벽 앞에서 국가의 출산 장려 정책이 더해지지만, 직장에서는 임산부는 죄인 취급을 받는다.
은행에 돈을 맡기면 손해인 사회가 도래하고, 진짜 같은 가짜뉴스로 인해 상호신뢰에 금이간다. 법 위에 군림하여 특별 대우를 받기 원하는 특별한 국민이 많아지고, 인구의 절반이 혼자사는 가족 없는 사회가 도래했다. 아는 사람들은 나랏돈을 몰래 훔쳐먹고,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국가의 혜택이 도달하지 못한다. 팬데믹을 통해 드러난 국가 위기시스템의 민낯이 밝혀지고,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고 사적 간섭을 통한 폭행이 일어났다.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비극의 시대가 도래하고, 심지어 어른 대신 가족을 돌보는 아이들도 생겨났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학대를 정당화하고, 쉽게 돈을 버는 검은 그림자가 아이들을 위협한다. 나라의 지원금은 많아지고 있지만 실제로 혜택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이 소외되고 있다. 개인적인 이유나 정책적인 이유로 결혼은 했지만 사실혼으로 남는 부부들이 많아지고 있다.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이미 비정상으로 가고 있는 사회, 이런 사회에서 개인들이 스스로 각자도생의 길을 택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각자도생이 아니라 남을 배려하고 한번 더 들여다보는 공동체의 정신이 살아나야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개인의 힘을 불가능하다. 국가 전체의 시스템이 살아나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의 회복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필자가 제안하는 시스템의 금기된 해법 9가지를 정책입안자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