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말들의 편 가르기, 차별의 말들 - 무심코 쓰는 말에 숨겨진 차별과 혐오 이야기
태지원 지음 / 앤의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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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한 때 나의 꿈은 평범한 삶을 사는 것이었다. 그런데 살다보니 평범한 삶도 그렇게 쉽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평범한 삶을 넘어 부자로 잘 살고 싶다. 내가 그렇게 바라던 평범한 삶은 어떤 삶일까? 평범하다는 말 자체를 정의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갑자기 의문이 든다. 우리가 평소에 잘 사용하는 말에도 차별이 있다는 것을 아는가?


사람은 익숙해지면 조심성을 잃는 것 같다. 필자는 개인적 경험으로 중동에서 살게 되면서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는 감각이 생겼다고 한다. 프롤로그에서 그를 소개하는 말이 인상 깊다. 그는 대한민국에서 직업인이었고, 이성애자였고, 비장애인이었다. 하지만 해외에서 그는 '경계 바깥의 인간'이라고 고백한다. 낯설고 불편한 경험이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보는 안테나를 가동해 보면서 느낀 것들을 이 책에 담았다. 어떤 단어나 문장은 날 선 칼처럼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사람 사이를 갈라놓는다. 편을 가르게 하는 말도 있고, 장벽을 치게하는 말도 있다. 필자는 이런 말들의 근원은 진화론에 근거한 생각의 틀에 있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개인이 가지는 고정관념으로부터 기인한다.


생각의 틀에 맞게 진화한 인간은 인지적 편리함을 추구한다. 협력과 공존이 필수인 인간에게 낯선 상대를 마주할 때 적군인지 아군인지 판단하는 툴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야 적에 맞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시도로 '생각의 틀'이 만들어지고, 성별, 연령대, 민족, 인종, 종교 등 아군과 적군을 가르는 잣대가 생겼다. 필자는 이런 잣대들 중 의식하지도 못한채 사람 사이의 편을 가르는 8가지의 단어를 다룬다.


정상, 등급, 완벽, 가난, 권리, 노력, 자존감, 공감 등의 8가지 단어를 통해 노골적으로 선을 긋거나 편견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불편한 관계를 야기하는 이유를 살펴보자. 이미 한 방향으로 확고하게 치우친 해석을 하거나 불편한 단어가 되어버린 경우가 있어 실로 충격적이다. 이미 우리는 알고 있다.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단어가 원래 의도하는 것이 아닌 편견을 담은 단어가 되어 가고 있다.




가난을 바라보는 시선은 어떨까? 가난하고 싶어서 가난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 시대는 가난도 품성으로 보는 것 같다. 가난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다양한 시선이 존재한다. 빈곤 포르노란 말을 처음 들어봤다.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 굶주리는 아이들의 사진이나 영상을 보여주면서 동정심을 끌어내 후원에 참여하게 하는 마케팅 방법을 말한다. 그러고보니 언제부터인지 몰라도 후원방식이 이렇게 바뀐 단체가 많이 늘었다.


비싼 돈가스 식당에서 기초생활수급 대상 누나와 동생이 와서 각각 메뉴를 시켜 먹었다고 항의한 사람이 있었다고 한다. 해당 음식점의 점주의 배려로 점주가 공짜로 밥을 먹인 사실이 확인되었지만 씁쓸하다. 자신도 비싸서 망설이는 가격의 음식점에 가난하다고 생각한 아이들이 와서 먹는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항의까지 할 일인가?


우리 사회는 가난한 사람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이 심하다. 가난한 사람들은 기본적인 욕구 외에는 욕심을 부리면 안되는 것일까? 우리가 낸 세금으로 도움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표현이 쉽게 따라 붙는다. 후원 업체들이 자주 사용하는 마케팅 방법으로 인해 고착된 이미지를 벗어나는 행복을 원하면 탐욕스러운 것일까? 우리는 너무나 쉽게 빈곤에 속하지 않는 '우리'와 '그들'을 선 긋기를 하고 있지는 않는가?


필자가 문제로 제기한 8가지 단어는 이미 우리 삶에 깊숙히 침투하여 다른 사람을 날 선 칼 같은 언어로 베고 있었다. 꼭 언어뿐 아니라 우리의 인식을 이미 점령하여 당연하게 선을 긋고, 편견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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