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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노 리조트 스토리 - 컨셉이 뛰어노는 호텔
윤경훈.전복선 지음 / 예미 / 2024년 12월
평점 :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인생의 최고의 경험? 뜻하지 않은 경험은 주로 전화위복을 통해서 온다. 필자 부부는 10여 년 전에 때아닌 폭설로 여행이 취소되면서 호시노 리조트를 접하게 되었다. 우연히 접한 호시노 리조트의 환대, 운영방식 등에 감동한 나머지 한국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책을 기획했다. 해당 리조트로부터 어떤 금전적인 도움을 받지 않았음은 당연하다. 우리나라에도 호시노 리조트같은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인한 자발적 기획이다.
호시노 리조트는 호시노야, 카이, 리조나레, 오모, 베브 등 다양한 고객층에게 편안함과 즐거움을 선사할 브랜드가 있다.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인 호시노야, 패밀리 브랜드인 리조나레, 온천 료칸 전문 브랜드 카이, 도시형 관광호텔의 모델 오모, 젊고 자유로운 호텔 브랜드 베브로 이루어졌다. 다양한 계층의 니즈를 수용할 수 있는 라인업이다.
일본에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기업이 3만개가 넘는다고 한다. 오래도록 가업을 승계해야 하는 기업들의 고민은 고객의 만족을 실현하느냐 아니면 가업의 승계를 완수해야 하느냐에 있는 경우가 많다. 호시노는 그런 고민의 사이에서 사적인 욕심을 철저히 배제하고 고객 중심의 경영을 결정한다. 아버지와 친척들의 동의를 구할 수 없어 떠나지만 주주들의 요청으로 다시 돌아온다.
호시노는 코넬대 수학시절에 가장 일본다운 것의 가치를 깨달았고, 시티뱅크 근무 시절에 세계 각지의 리조트를 돌아보면서 도산한 리조트들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이 두 시기의 경험은 현재 호시노 리조트를 일본 최고의 호텔 브랜드로 우뚝서게 한 비결의 근원이 된 것이다.
호시노가 1991년 다시 돌아왔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은 아버지를 사장에서 해임시키고, 공과 사를 구분하는 작업이었다. 아직 현직에 있는 아버지를 해임시키는 결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결단력이 아니다. 그리고 회사의 자산으로 혜택을 누리던 친척들을 내치는 것 또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나라면 사사로운 정을 뒤로 하고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호시노는 글로벌 호텔 체인에 지지 않는 최고 수준의 리조트를 만들기 위해서 회사 부지를 무상으로 점유하고 있던 친척들을 내보내고, 업무상 연결되어 있는 친인척들과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서 노력했다. 한국에서 승계로 이어지는 기업들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는 일이다. 아마도 그의 이런 결단이 최고의 리조트를 만든 최고의 혁신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31살에 시작한 그의 철저한 개혁으로 초반 3년은 힘들었다고 한다. 직원들은 떠나고 남은 직원들은 과로에 시달려야 했다. 하루 하루가 정말 지옥같은 시간이었을 듯 하다. 한 기업의 대표이사가 되는 일은 어렵고 힘든 시간을 홀로 견뎌내야 하는 고된 일임을 보여준다.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직원들은 스스로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야 했을 것이다. 상사의 결정을 기다리기 전에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여야 했을 것이다.
그렇게 호시노 리조트의 멀티태스크, 유닛 조직, 플랫한 조직, 할당량 없는 목표, 전원 경영이라는 독특한 경영 방식이 탄생한 것이다. 호텔의 성역과도 같은 주방을 가장 먼저 개혁한 것은 아마도 무모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방을 개혁해 나갔으며, 개방된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일반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내가 본 주방은 성역 그 자체였다. 작은 식당도 그럴진데 호텔은 얼마나 대단할 것인가?
호시노 리조트가 시도한 다양한 개혁과 혁신은 오늘날 누구나 일하고 싶고, 누구나 머무르고 싶은 최고의 리조트로 변모시켰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감히 시도할 수 없는 과감한 결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뛰어난 경영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