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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끗 어휘력 - 어른의 문해력 차이를 만드는
박선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4년 10월
평점 :
한국인들은 영어문법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한다. 그래서인지 영문법을 틀리는 사람은 적은데 국문법을 틀리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나도 고등학교 다닐 때는 작문시험을 거의 만점을 맞을 정도로 국문법에 도가 튼 사람이었다. 너무나도 자신하는 분야였는데 이 책에 나오는 어휘력 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한국사람이 한글을 이렇게 잘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창피하다. 아마도 문법에만 치중하고 어휘력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한 이유였을 것이다. 필자는 올바른 말, 정확한 말, 섬세한 말이 특징인 한글의 제대로된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서는 말의 내용, 글의 형식보다 중요한 것이 어휘라고 말한다. 바로 문해력을 결정짓는 힘이 어휘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책 제목 <한 끗 어휘력>도 정말 비슷하지만 전혀 어감이 다른 어휘들을 비교한다. 평소에 정말 자주 사용하지만 사용할 때마다 헷갈리거나 잘못 사용하고 있는 어휘들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정복할 차례다. 모국어인 국어 어휘도 잘 모르면서 외국어를 하겠다고 설치는 모습이 얼마나 짠할 것인가?
'대와 데' 편을 보는데 머리가 멍했다. 발음도 비슷하지만 생김도 비슷하다. 그리고 설명을 들으니 더 헷갈릴만도 하다. 결론은 '대'는 내가 직접 겪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듣고 그것을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때 사용한다. 반면 '데'는 내가 과거에 직접 겪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 사용한다. 즉 '대'는 '~다고 해'의 줄임말이고, '데'는 '~더라'로 해석하면 좀더 쉬워진다.
'그래서 일기예보를 보니 내일은 비가 온대'가 맞다. '비가 온다고 해'를 줄여서 '비가 온대'라고 말하는 일기예보를 전달하는 것이니 말이다. 반면 '이번에 보니 걔는 옛날이랑 똑같데'가 맞다. 옛날에 겪어본 걔가 여전히 똑같은 거니까 '똑같더라' 의미로 '똑같데'가 맞는 표현이다. 여전히 헷갈린다. 공부를 하지만 또 틀리게 사용할 것 같다.
또 많이 사용하지만 많이 틀리는 표현이 '데와 때'이다. '데'는 장소를 나타내는 말이고, '때'는 시간을 나타내는 말이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예시를 보니 또 헷갈린다. '갈 데가 있다'는 장소를 말하니까 맞는 표현이다. '잘 때가 되었다'에서도 시간을 나타내니 맞는 표현이다.
그렇다면 '나무랄 데 없는 며느리', '나무랄 때 없는 며느리' 중 어떤 표현이 맞을까? 사람을 나무라는 행위는 시간 개념보다는 '것'에 가깝기 때문에 장소 표현에 사용하는 '데'가 맞다. 그래서 '나무랄 데 없는 며느리'가 맞는 표현이다.
총 33가지의 주옥같은 표현들의 올바른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 배워야할 것은 더 많지만 33개의 상황만 잘 알아도 좀더 세련되고 풍족한 언어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책을 통해 문해력이 좋아지고 좀더 세련된 한국인이 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컬처블룸을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