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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몸을 바꾸며 살아갑니다 - 현대 과학이 알려주는 내 몸 교환법
이은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7월
평점 :
제목이 특이해서 눈이 갔다. 소설같기도 하고 에세이같기도 해서 처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으나 과학에 관련된 책이라는 문구에 끌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현대의학이 알려주는 내 몸 교환법'이라는 부제가 나의 흥미를 돋우었다.
서문부터 충격적이다. 바다 민달팽이의 일종인 엘리시아 마르기나타 사례는 마치 공상과학영화에나 나올법하다. 엘리시아는 몸이 기생충에 감염되면 치유의 방법을 찾는 대신 몸과 머리를 분리시켜 몸을 버리는 선택을 한다. 그렇게 머리만 남은 개체는 20일 정도가 지나면 온전히 새로운 몸으로 탈바꿈한다. 정말 신기하고 신선한 충격이다.
인간은 엘리시아처럼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해당 부위를 잘라내고 재생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환경에 적응하는 인간은 어떻게든지 잃어버린 부분을 보충하고 손상된 기능을 보강하려고 노력한다. 내 주위에 위암으로 위 전절제술을 받은 지인이 있다. 위가 없어서 소화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지 물어보았더니 다른 장기가 위와 비슷한 기능을 하면서 적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우리 몸은 어떻게든지 환경에 적응해 나간다.
필자는 우리 몸의 12가지 부분을 탐색하면서 보충하고 보완하면서 인간적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각, 심장, 혈액, 손, 다리, 청각, 후각, 폐, 신장, 자궁, 피부, 털 등 우리 몸의 구조들이 어떻게 적응해 나가는지 아는 것은 신기함을 넘어 경이로움을 느끼게 한다.
우리 몸의 다양한 부분들이 모두 신기하지만 나는 혈액에 관심이 갔다. 근대적 개념의 수혈은 1900년대 초반 오스트리아의 병리학자인 카를 란트슈타이너에 의해 ABO식 혈액형 구분법을 발견하면서부터이다. 그 전에는 이런 구분이 없었기에 수혈로 많은 부작용이 발생했고, 의학적으로 금지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렇게 수혈은 많은 생명을 살렸지만 계속적인 헌혈 인구의 감소로 의학계에서는 인공 혈액의 발명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고 있다. 혈액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혈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산소를 운반하는 운반체에 착안하여 인공 혈액을 개발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지금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의 혈구 세포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조혈모세포를 통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계는 있어서 아직까지 혈액을 완벽하게 대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에게는 아직도 혈액은행이 필요하고 헌혈이 필요하다. 그리고 혈구 세포의 배양에 대한 연구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혈액 중 적혈구가 산소를 운반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연구하는 중에 한 실험 하나가 눈길을 끈다. 사람이 물에 빠져 익사하는 이유가 물 속 산소가 폐로 숨쉬기에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산소가 부족한 물에서 우리의 폐는 산소를 효과적으로 추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퍼플루오로데칼린이라는 액체에 산소를 녹여 실험을 했다.
퍼플루오로데칼린의 산소 용해도는 무려 45% 수준으로 우리 공기 중에 공기포화도인 21%에 비해도 엄청난 수치이다. 이 용액에 산소를 녹여서 실험 쥐를 빠뜨렸더니 쥐가 익사하지 않고 호흡하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너무나 신기한 일이다. 사람이 물에 빠지면 물을 먹고 익사하는 것이 산소 부족 문제 때문이었다니.
내 몸을 구성하는 12가지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내 몸을 더 건강하게 더 활력을 가진 몸으로 유지하고 관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