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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부엉이 - 천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하는 화폐의 진화
김수진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24년 8월
평점 :

책 제목이 참 특이하다는 생각을 했다. 화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 제목에 미네르바의 부엉이를 붙였다. 미네르바가 지혜의 여신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필자에 의하면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지혜의 여신이 다른 신이나 인간에게 심부름을 보낼 때 전령으로 보낸다고 한다. 즉 미네르바의 지혜를 담은 책이라는 말이다.
프롤로그도 참 특이하다. 미천한 지식으로 알고 있는 피카소는 유명한 화가이다. 필자가 아는 피카소는 돈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화가이다. 화가로서의 실력은 당연히 출중하지만 거기에 그림의 가치를 제대로 전달해서 돈으로 환산할 줄 아는 최고의 마케터라고 말한다. 즉 자신의 명성을 가능한 많은 돈으로 바꿀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오늘날 번개 부자가 된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유튜브 같은 미디어를 통해 유명세를 얻어 책을 쓰거나 강의를 통해 더 많은 번 사람들이 많다. 피카소는 이미 이런 자본주의의 원리를 잘 알고 있었기에 와인 라벨을 그리고 돈이 아닌 와인으로 받았고, 수표만으로 결제를 하기도 했다. 그림에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에도 천재적인 소질을 가진 사람이었다. 갑자기 뜬금없이 피카소의 생애가 궁금해졌다.
화폐는 금융을 발전시키고 경제를 발전시킨 핵심 요소임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화폐는 책 제목처럼 천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하는 기로에 서 있다. 물물교환의 시대에 엄청난 혁신이었던 화폐는 이제 그 물리적인 실체가 없어지려 하고 있다. 종이 한 장에 담긴 가치 척도, 교환 수단, 가치 저장의 기능을 하는 디지털 화폐로의 전환을 준비중에 있다.
비트코인이 촉발시킨 디지털 화폐의 도전과 좌절, 정부의 의지 등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종이화폐 자체의 원가는 정말 낮다. 하지만 그것이 가지는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종이화폐를 사용하는 데에는 신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결국 화폐는 신용이 핵심인데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통해 신용을 담보하기에 이르렀다.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화폐는 국가 주도로 발행한다. 하지만 비트코인 이후 많은 민간기관들이 디지털 화폐의 발행 및 유통을 시도했다. 비트코인으로 시작해서 리브라까지 많은 발전이 있어 왔다. 개인적으로 리브라가 달러를 대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각국의 정부는 민간 주도의 화폐 개혁을 철저히 무너뜨렸다.
왜 각국은 사적 통화 발행을 저지하는 것일까? 왜 리브라는 각국의 정부를 자극했을까? 그리고 그 이후로 각국 정부는 CBDC 발행에 대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더불어 기축통화에 도전하는 위안화의 가능성과 한계를 다룬다. 마지막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가능성을 다각도로 살펴보면서 글로벌 통화 환경의 최신 트렌드를 보여준다.
역사상 정부 주도로 추진되던 화폐개혁이 이제는 민간으로부터의 도전을 받고 있다. 이런 시점에 각국의 중앙은행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고, 앞으로 디지털 화폐는 어떻게 발전되고 어떤 시대가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