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너무 낯선 나 - 정신건강의학이 포착하지 못한 복잡한 인간성에 대하여
레이첼 아비브 지음, 김유경 옮김 / 타인의사유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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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처럼 SNS를 통해 과시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본인의 실제 모습과 다른 경험들을 마치 일상인 것처럼 게시한다. 그 게시물은 또 누군가를 자극하여 더 과시적으로 만드는 것 같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과시욕이 심한 사람은 정신적인 아픔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우리 이웃에 어디에나 있는 정신적으로 아픔을 가진 6명을 통해 현대 정신건강의학이 포팍하지 못했거나 치료하지 못한 복잡한 인간성을 폭로한다. 사례에 나온 사람들처럼 치열한 몸부림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아픔을 이겨내고 새롭게 태어난 사람들도 있다. 6명의 사례를 통해 필자는 모든 아픔에는 나름의 이야기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정신질환은 더 이상 숨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과거의 성장 환경, 개인의 사회적 경험 등에 따라 누구든 정신적인 문제를 가지고 살고 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나름의 이야기에 담긴 자신만의 아픔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6명의 사례가 전혀 낯설지 않고 경우에 따라 나의 이야기로, 또는 내 주변에 있는 친한 사람의 이야기로 들리기도 한다.


정신질환이 불치병이 여겨지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하는 질병으로 여기던 시대도 있었다. 그래서 정신병동은 항상 사회로부터 격리되는 사람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정신질환은 더 이상 내면의 문제에 머물지 않고, 한 사람이 주변 사람들과 맺는 관계, 공동체 속에서의 상호 작용 등의 문제라고 말한다.


정신적 문제를 더 이상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공동체 속에서 다른 사람과 사회가 적극 나서서 다루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6명의 사례를 읽다보면 우리 사회의 공동체적 역할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극단으로 치닫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대부분의 정신질환이 숨겨져왔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드러나는 것들이 많은 시대가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숨겨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다.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공동체적인 차원에서 같이 해결할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하버드대 출신의 유명한 사교계 인사였던 로라는 양극성 장애와 더불어 경계성 인격장애 진단을 받았다. 14년 동안 무려 19가지의 약물을 복용할 정도로 정신적 아픔이 크다. 그는 자신의 삶을 낯선 사람의 삶에 갇혀 버린 것 같다고 말한다.




14개월 쌍둥이와 투신한 젊은 여성 나오미는 흑인, 저소득층, 한부모 가정, 싱글맘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정부 지원을 받는 대상이다. 그녀는 조울증과 산후 우울증을 가지고 있었지만 '흑인은 미치지 않는다'는 잘못된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한다.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환자의 마음 상태를 제대로 들여다볼 수 있는 사회 구조를 만드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나오미가 다른 환자들처럼 제대로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면 다른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41세에 성공한 CEO 레이, 거식증에 걸린 하바, 종교적 열정으로 인해 조현병 진단을 받은 바푸 등 이들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또 다른 모습이다. 누구든 언제든지 이런 정신적 문제를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필자는 불안정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사례를 소개하면서 회복이 아닌 변신을 주문한다.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정상적이라는 개념 자체가 모호한데다,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차 불명확하다. 오히려 기존의 상태를 뒤집어 회복이 아닌 변신을 추구한다. 누구나 자신만의 아픈 스토리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이는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다. 각자가 가진 고통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만 그 고통이 우리를 옭아매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신질환을 더 이상 비정상의 상태로 여기지 말고, 우리 시대에는 누구나 하나쯤 가질 수 있는 것으로 여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듯 하다. 그리고 그런 질환을 가지게 되었을 때 인정하고, 변신하는 노력을 해야할 것이다.



*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감사하게 읽고 주관적인 의견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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